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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는 미래의 지구촌 언어

14억 중국인의 세계로 들어가는 소통의 창이며, 중국문학은 중국 이해와 연구의 심층 문화 코드이다.

● ‘중국어문학’의 연구 역사
중국어문학은 ‘한학’이라는 전통 학문의 한 부분으로, 우리 선조들의 정신세계와 고급문화를 풍요롭게 가꾸어온 영역이었다. 그런데 19세기 과학 기술을 앞세운 서양 문명과 학문이 몰려들어옴에 따라, ‘한자문화권’에 속하는 한중일 삼국의 전통 학문은 큰 도전에 직면하였다. 특히 우리는 이 시기를 일제의 혹독한 침탈과 강점 속에서 맞이하여, 중국과 일본보다도 더욱 심대한 ‘한학’ 전통의 단절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20세기, 중국이 적성국가로 바뀌었기 때문에, ‘한학’의 멸망과 함께 중국어문학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

중국어문학은 1926년에 경성제대 법문학부에 ‘지나문학과(支那文學科)’가 생기면서 근대적 의미의 새로운 출발이 시작되었다. 그때부터 중국은 외국의 하나로 규정되었고, 중국어문학은 철학이나 역사 및 한의학(韓醫學)이나 예술 등까지 두루 포괄한 ‘한학’과는 다른 독립 학문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지나문학과는 해방 이후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로 계승 발전되었고, 1954년에 외국어대학교에 중국어과, 1955년에 성균관대학교에 중어중문학과가 설치되어 한국 중국어문학의 명맥을 유지해왔다. 그러던 것이 1980년대에 들어와 전국의 수많은 대학에 중어중문학과가 생겨나면서 중흥과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하였고, 현재 백 수십여 개의 대학에 중국어문학을 가르치는 학과가 설치되어 호황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 ‘중국어문학’은 어떤 학문인가?
중국어문학은 중국의 언어와 문학을 연구하는 인문학의 한 분야이다. 중국어는 상식적으로는 현대 중국의 표준어를 지칭하지만, 학문적 시각에서 보면 다양한 의미를 지녀 지역과 시대 및 민족에 따라 매우 큰 편차를 보인다. 현재 우리의 중국어 교육과 연구가 형편상 현대의 표준 중국어에 쏠려 있지만, 향후 우리 학계의 역량이 현 추세대로 성장한다면 다양한 방언 군까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중국의 문학은 인간의 보편적 정서와 윤리의식을 중심 주제로 삼아 작자와 독자의 심성을 순화시키는 의미가 매우 강하다. 문학 그 자체로서 존재하지 않고 정치 교화적 기능을 수행하여 중국의 통치 이데올로기로서 작용해왔다. 시문(詩文)의 구사력이 권력에 이르는 관문으로 통하던 경향은 근세문학의 대두와 함께 수그러들고, 희곡과 소설과 같은 통속문학이 문학의 주류로 부상하여 현대문학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리하여 문화 권력으로서의 중국문학의 위상은 다소 주춤한 게 사실이지만 문학을 중시하고 그것을 정치에 이용하는 전통은 현대에까지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1978년에 중국이 개혁 개방의 카드를 꺼내 든 뒤 중국어문학과는 지금 수백 명의 교수와 수천 명의 학생을 가진 거대한 학과로 성장했다. 우리나라에 근대적 의미의 고등교육이 시작되기 이전까지는 중국어문학과 한문학(漢文學)을 위주로 한 한국문학을 엄격하게 구분하지도, 중국문학을 외국문학으로 간주하지도 않았다는 점을 상기할 때, 양자간의 소통 또한 향후 중국어문학계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학문적 과제의 하나라고 할 것이다.

● 중국어문학의 현실적용 범위
중국어문학을 전공한 학생들은 현실 사회로 진출할 때 매우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 우선 전공에 대한 심화를 통해 학계와 교육계로 진출하여 대학과 전문 연구기관이나 일선 중고등학교 및 사설 학원 등에서 연구하고 가르치는 일을 담당할 수 있다. 중국과의 교류를 생각할 때 무역, 유통, 광고출판 등의 민간 영역과 외교통상, 출입국 관리 등 공공 부문에서의 수요도 날로 더 늘어갈 것이며, 통번역 업무는 양 영역에 모두 필요한 도구로 쓰일 수 있다.

최근 CEO가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창조정신과 윤리정신이 강조되고 있음을 주목할 때, 인문학적 상상력과 윤리의식은 불황의 시대를 타개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관련하여 중국 고전에 대한 진정한 해독은 창조적 상상력의 발동 없이는 불가능하며, 중국문학이 인간의 보편적 정서와 윤리의식을 주제로 주로 전개되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중국어문학의 비전
중국어가 미래의 언어이고 기회의 언어라고 하는 말은 이제 상식이 되었다. 지금의 영어가 누리는 ‘지구어’의 자리에 중국어가 들어설 때가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중국의 인구는 14억에 육박하고 있고, 화교들은 세계 각지에 흩어져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급속한 경제 성장과 변화를 거치면서 세계의 중심 국가로 급부상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과의 소통과 이해는 국가적 명운이 걸린 과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행히도 우리는 이런 중국을 지척에 두고 있으며, 수천 년에 걸쳐 그들과 밀접하게 교류해온 소중한 경험과 문화 역량을 가지고 있다. 피상적인 이해를 넘어 중국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와 공부가 절실한 시점이다. 중국에 대한 이해와 연구의 출발은 바로 그들의 언어와 문학을 제대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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