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응없는 교내활동
한 학과 내에서도 선·후배가 서로를 몰라인사조차 하지 않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대학생의 로망이라고 할 수 있는 MT, OT 등 각종 과행사를 알리는 대자보도 전처럼 많지 않다. 대자보를 붙여도 참가 인원이 늘 고정되어 있어 홍보하기보다는 지인들과 소규모 모임을 갖는 방식
으로 과행사가 변하고 있다.
과행사뿐만 아니라 정기총회, 초청강연회, 축제 등 교내 행사 전반에 걸쳐 학생들의 참여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옛날처럼 과모임, 학교행사라면 우글우글 달려들어 먹고 마시던 분위기가 많이 수그러들었다. 캠퍼스 잔디밭에 앉아 마시던 막걸리, 통기타 소리는 구시대의 유물처럼 낯설게 느껴진다. 올해 입학한 박소영(인문대학·1)씨는 “교내 행사가 아니더라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다양한 매체들이 많이 있다.
특히 쉽게 많은 것을 원하는 요즘의 학생들은 단체 생활보다 개인생활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한빛(문예창작학·2)씨는 “복수전공, 다전공을 하면서 우리과, 우리후배라는 개념이 없어진 것 같다. 소속감이나 애착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활발한 교내활동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장미족, 나홀로족, NG족 등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신조어가 탄생하고 있다. 이 신조어들은 대학생들의 생활 패턴에서 이름 지어진 것으로 취업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이에 학생들의 대학생활을 중심으로 2008년 캠퍼스 풍속을 살펴보았다. -엮은이말- |
MT, OT, 졸업여행 등 각종 교내활동에 저조한 참가율을 보이는 것과 달리 국외봉사활동은 해를 거듭할수록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친목도모를 목적으로 교내활동에 참가하는 학생이 많았지만 현재는 사라지거나, 참가자가 거의 없는 행사가 대부분이라 씁쓸함을 더한다.
국외 봉사활동의 경우 봉사활동의 보람을 즐길 수 있는 데다 문화체험, 학점 인정 등 다양한 이점이 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관심이 부쩍 증가했다. 특히 국외봉사활동 경험을 우대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신청자는 더욱 증가하는 추세다. 민아영(영어영문학·2)씨는 “입소문을 듣고 국외봉사활동에 참가하려는 학생들이 갑자기 많아진 것 같다. 개개인마다 계기가 있겠지만 마음을 담은 봉사활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해외봉사활동은 국제워크캠프, 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 등의 기관을 통해서도 참여 가능하다.● 新철저한 시간관리
○ 나홀로족 증가
신기욱(경영학·3)씨는 “아프거나 급한일이 생겼을 때 도움을 청할 때가 없어 불편하지만 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 혼자 생활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고 말했다. 주위를 둘러보면 강의실에 홀로 앉아 수업을 듣는 사람, 휴게실에 앉아 혼자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듣는 사람, 노트북에 열중해 있는 사람, 교내 테이크아웃 커피숍에서 탁자 위에 커피 한잔을 올려놓고 책을 읽는 사람 등 혼자서 대학생활을 즐기는 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우리는 이들을 나홀로족이라 부른다.
나홀로족은 주위에 친구가 없거나 사교성이 부족한 왕따나 아웃사이더와는 다른 개념으로 바쁜 대학생들이 오로지 자신의 스케줄대로만 생활하기 위해 선택한 생활양식의 하나이다. 타인과 함께하는 경우 비효율적인 시간이 많다고 생각되어 공부, 취미생활, 쇼핑, 식사 등 일과의 대부분을 혼자 생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이버 강의 인기
취업준비, 아르바이트, 고시준비 등으로 바쁜 대학생들에게 사이버 강의가 날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한양대, 성균관대, 대구대, 영남대 등 사이버 강의를 운영하는 대학에서는 수강 학생이 증가함에 따라 사이버 강의 교육내용을 다양화하고 평가방식을 개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서영석(영어영문학·3)씨는 “사이버 강의는 편의성이 뛰어나고 시·공간의 제약이 거의 없어 매학기 1개 이상 반드시 청강한다.”며 “학기 중에도 학원을 다니거나 고시준비를 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고 말했다.
또한 사이버 강의가 확대되면서 주 4일 수업을 듣는 주사파에 이어 주삼파, 주이파도 증가하고 있다. 심지어 4학년을 중심으로 모든 강의를 온라인으로 듣는 주영파도 등장하고 있는 추세다.●新취업을 위한 대학?!
○ 취업 중심의 대학생활
2008년 신입생들의 꿈은 장학금, 교직이수, 학점관리 등과 같은 것들이다. 이젠 그 누구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말을 외치지 않는다. 대신 ‘성공은 성적순이다’라는 말을 굳게 믿을 뿐이다.
화창한 날씨에 마음이 흔들려 수업에 빠지거나 비오는 날 막걸리에 김치전을 먹기 위해 수업에 빠지는 문화는 빛바랜 이야기처럼 들린다. 3번 지각이면 1번 결석, 1번 결석에 1~3점은 깎이기 때문에 요즘 학생들은 웬만한 배짱이 아니고서는 소위 ‘땡땡이’라는 것을 감행하지 않는다. 백재웅(기계·자동차공학·4)씨는 “대학의 로맨스를 즐겨야하는 신입생들이 입학과 동시에 취업걱정을 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한, 취업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만큼이나 장미족(장기간 미취업 졸업생), 칩거족(학교 수업 이외의 시간을 방에서 혼자 지내는 학생), 공휴족(공휴일에도 쉬는 것을 두려워하는 학생), NG(NoGraduation)족(취업을 준비하면서 대학졸업을 미루는 학생), 메뚜기족(취업을 위해 명문대로 편입하려는 학생), 신의 아들(공기업 취업자), 사람의 아들(사기업 취업자), 어둠의 자식(백수) 등 다양한 신조어가 등장했다. 신현수(컴퓨터공학·4)씨는 “취업관련 신조어가 다수 등장한 것으로 보아 학생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취업뿐인 것 같다.”며 “학교에서 교양수업을 실용적인 성격으로 바꾸는 등 취업과 연계된 프로그램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취업 고려한 제2외국어
요즘 대학생들에게 영어는 기본이고, 제2외국어는 필수가 된지 오래다. 그런데 이 제2외국어에 취업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에는 일어, 중국어, 불어 등이 제2외국어의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브릭스 국가(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언어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기업은행, 포스코, STX 등의 기업에서 브릭스 국가 대상 해외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채용 시 관련 언어 기능자를 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포털사이트 커리어에서는 브릭스 언어가 가산점으로 작용하는 한 브릭스 열풍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효민(사회과학부·1)씨는 “주변에서 중국어 공부를 많이 하고 있어서 단순한 호기심으로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취업 시 남들과 다른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대학에 불어온 브릭스 열풍’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학생들도 있다. 정보미(사학·3)씨는 “요즘은 입학과 동시에 3개국 정도의 언어를 소화하기 위해 애를 쓴다.”며 “영어를 비롯해
다양한 언어를 소화하지 못하면 무시당하기 십상이다”고 말했다.○ 외모관리도 취업때문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면접 이미지 관리를 위한 각종 성형이 유행하고 있다. 채용전문기업 코리아리크루트가 최근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37.4%가 취업성형을 계획 중에 있으며, 83.5%가 성형이 취업에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다.
취업성형 이외에도 이력서 사진에 쌍꺼풀을 해 넣거나 턱을 깎는 등의 ‘사이버 성형’이 성행하고 있으며, 각종 취업 포털 사이트와 취업 관련 온라인 모임에는 증명사진을 올리면 요청에 맞게 수정해주는 코너를 마련해놓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용 성형을 넘어 목소리를 변화시키거나 치아교정, 손금성형, 관상성형 등과 같은 이색 성형도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에게 주목 받고 있다.
김선지(자연과학대학·1)씨는 “외모도 경쟁력이라 생각한다.”며 “상황이 허락한다면 취업 전 성형을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스터디그룹 증가
사전적 의미로 ‘같은 뜻을 가지고 모여서 한패를 이룬 무리’를 뜻하는 동아리는 대학생활의 활력소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친목도모뿐인 동아리, 지나치게 오랜 시간을 쏟아 붓거나 집중해야 하는 동아리 등은 2008년 캠퍼스에서 기피대상이었다.
실용적인 동아리가 아니라면, 스터디를 택하는 것이 요즘 대학생들의 문화적 흐름이다. 각종 자격증과 공모전, 면접시험 대비, 상식, 공무원 및 공기업 입시준비 등을 목적으로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스터디그룹이 존재하고 있으며 우리대학에도 증권투자 스터디, 창업 스터디, 일본어 스터디, 생활 스터디 등의 스터디 모임이 태반이다.
현재 생활스터디를 운영하고 있는 고은지(생물학·4)씨는 “생활 스터디는 특정한 공통된 목표없이 공부 습관을 잡기 위한 스터디 그룹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팀원들과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사생활의 제약이 많지만 열심히 공부하는 팀원들을 보며 언제든지 의지를 다질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또한 이혜림(중국어문학·4)씨는 “취업에 보탬이 되고자 자격증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혼자 공부하는 것이 어려워 뜻이 맞는 사람들과 중국어 스터디 그룹을 하고 있는데 많
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2008년 우리대학 캠퍼스 풍속을 살펴본 결과, 학생들의 생활패턴은 갈수록 좁아지고 열악해지는 취업의 어려움을 잘 드러내고 있었다.
외모, 자격증, 경제력, 재능 등 남들과 비교했을 때 조금이라도 더 나은 것, 더 많은 것이 경쟁력이라 믿으며 취업이라는 틀에 자신을 가꾸어나가는 과정에서 외모지상주의, 개인주의(이기주의), 경력우월주의 등의 폐단이 우려된다. 사회세태를 무시한 채 자유를 만끽하는 발랄한 대학생일수만은 없겠지만, 천편일률적이고 몰개성적인 문화에서 벗어나 진정한 캠퍼스의 자유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