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디즈니 신작 ‘주토피아’를 애니과 친구와 함께 봤다. 주토피아는 디즈니에 대한 기대치 이상의 재미를 선사했다. 우선 화려한 영상미에 압도되었고 각 동물의 특징을 살려 의인화한 부분에서 감탄했다. 이 중 제일 좋았던 것은 바로 스토리다. Zootopia라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동물들의 유토피아가 바로 주토피아라는 도시다. 모든 동물이 차별 없이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 하지만 이곳에서조차 은근한 편견과 화합의 한계가 분명히 나타나고 있어 결코 어린이들만의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여러 가지 굵직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인종차별과 성차별 그리고 다수의 약자, 소수의 강자로 이뤄진 피라미드적 사회구조,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역차별을 꼬집고 있다. 가장 표면에 나타나는 것이 종 간의 차별인데 “세상이 여우를 믿지 못할 교활한 짐승으로 본다면, 굳이 다르게 보이려고 애쓰지 말자.”라는 닉의 자조적인 대사 하나로 그가 겪은 차별을 짐작할 수 있다. 주디 역시 ‘어떻게 약자(토끼)가 경찰이 되냐’는 비웃음을 정면으로 맞았다. 이 영화의 삽입곡은 ‘Try everything’이다. Anyone can be anything, 최선을 다해 모든 것을 시도해보라는 달콤한 말을 걷어내면 주토피아도 결국 편견으로 가득 찬 곳일 뿐이다. 하지만 낯섦과 다름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낸다면 그곳엔 희망이 있다. 디즈니는 가젤이란 캐릭터를 통해 우리에게 말한다. 두려움 때문에 서로 등 돌리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