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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파크랜드

우리가 밝히고 헤아려야 할 역사 속 진실



 1961년 11월 22일, 미국 텍사스주 델러스 시민들은 살짝 흥분에 들떠있다. 존 F.케네디, 미국에서 가장 젊고 추진력 넘치는 매력적인 대통령이며 재선을 코앞에 둔 그가 이들을 방문하기 때문.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오후에 방문하는 그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정오가 막 지난 무렵 직원 누구에게나 다정하고 여유로운 섬유공장 사장 자프루더는 무개차를 타고 지나는 케네디대통령 부부의 모습을 새로 산 8미리 필름 카메라에 담으며 흥분을 멈추지 못했다. 그 순간 세 발의 총성이 울리고 아수라장이 된다. 경악하는 그의 손엔 케네디대통령의 마지막 순간 26초가 생생하게 담긴 카메라가 들려있다.

 당직실 한 구석에서 모자란 잠을 자던 파크랜드 메모리얼병원 2년차 레지던트 짐 캐리코는 전화를 받고 환자를 보기 위해 응급실로 내려온다. 잠시 후 난데없이 중무장을 한 경호원들과 함께 들어온 침대에는 총탄에 머리가 깨져버린 대통령이 누워있다.

 대통령 방문 소식을 라디오를 통해 들어가며 서류를 뒤적이며 평범한 노동자 로버트 오스왈드, 대통령 저격 소식에 이어 동생의 이름을 듣고 서둘러 집으로 향한다. 케네디 암살 50주년이었던 지난해 만들어진 이 영화 <더 파크랜드>는 대통령을 죽음과 그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을 쫓아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한 사람의 죽음의 원인을 날카롭게 파헤치거나 강한 의문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주변인들의 변화되는 삶과 충격을 그리고 그들이 겪은 고통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담아내고 있다.

 1991년 올리버스톤 감독이 연출한 에서 저격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공개한데 반해 이 영화에선 자르륵 거리며 돌아가는 필름을 보는 사람들의 경악하는 표정과 탄식, 그리고 안경이 얼핏 비추는 장면으로 대신한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얘기를 회피하거나 감추지는 않는다. 당시 뉴스화면과 카퍼레이드 장면을 적절히 섞어 사실감과 긴장감을 더하고, 93분 동안 한 사람 그리고 또 한 사람의 죽음과 장례식 장면을 숨죽여 집중하며 하나도 빠뜨리지 않게끔 몰입시킨다.

 자프루더를 연기한 폴 지아미티 등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가 인정한 연기의 신들이 총출동해 만듦새가 매우 뛰어나다. 특히 이 영화를 연출한 피터 래즈먼 감독은 탐사 전문 저널리스트이며 소설가로 이 작품이 장편 데뷔작이다. 영화를 완성하기 위해 당시 인물들과 그들의 자식, 목격자들을 상대로 사건을 파헤치며 4년에 걸친 준비기간을 통해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이 영화의 모든 사건은 사실”이라고 힘줘 말한다.

 여러분들은 반드시 영화의 마지막 엔딩크리딧까지 모두 보기 바란다. 연기한 연기자들과 실제인물을 교차해 보여주며 그들에 대한 이야길 듣고 있자면 가슴 묵직하게 느껴오는 깊은 감동과 연민 그리고 역사적 고통의 무게가 그대로 전해질 것이다. 그리고 우리 곁에서도 밝혀져야 할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진실들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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