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에게 긴급하게 요구되는 책임감 앞에서 얼마나 그 책임을 다할 수 있을까? 한국사회에서 야기됐던 재난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책임감은 생명에 대한 지고한 가치에 최우선으로 복종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하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국가가 이 믿음을 지켜내지 못했으며 우리는 최소한 생명에 대한 책임감에 실패했고, 그 실패를 겸손하게 응시하며 다음 실패를 예방하기 위한 후속 조치에 인색함으로써 또 한번 실패했다.
이 영화는 2009년 1월에 미국 뉴욕에서 발생한 실제 사건을 토대로 155명을 실은 여객기가 허드슨 강에 비상착수하며 빚어지는 과정과 기장 체슬리 설렌버그가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유지하는 감동적인 책임감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155명의 전원구조라는 경이로운 기적을 이뤄낸 기장 설리는 삽시간에 국민적 영웅으로 대접받지만,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로부터 인접 공항으로 회항하지 못한 실책을 집요하게 추궁 당한다. 이러한 NTSB의 집요한 추궁에 설리는 자신의 판단이 올바른 선택이었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회의감에 빠져 든다. 하지만, 설리는 용기를 가지며, 자신이 가장 최우선적으로 다뤘던 것은 비행기의 그 어떤 기계적인 것이 아니라, 자신이 태우고 있는 155명의 생명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낸 것이다. 감동적인 장면은 바로 NTSB로부터 소환된 청문회 과정에서 설리에게 증거로 제시하는 여러 시뮬레이션 실험 결과를 생중계하는 시퀀스라고 할 수 있다. NTSB에서 기장 설리에게 제시하는 증거들은 ‘기계적’으로 입력한 입력값이 인간의 가장 심오한 판단력까지를 모두 제압할 수 있다고 믿는, 그래서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는 편리한 태도에 기인한다. 거기에 기장 설리는 담대하게 응수한다.
“여러분들이 허드슨 강에 비상착수한 그 사건에 대해 나에 관한 ‘인간적인 실수’를 발견하려고 하였다면 반드시 그 시뮬레이션 공식에 ‘인간적인 요소’ 또한 반영했어야 합니다.”
결국 영화에서는 설리의 요청이 받아들여지고 요구한 ‘인간적인 요소’가 시뮬레이션 계측에 포함되면서 그 지루했던 공방은 끝이 나게 된다. 결국 설리는 ‘과연 내가 선택한 그 행동이 최선이었던가.’ 라는 자신의 질문 앞에 떳떳이 설 수 있게 된 것이다. 설리는 부기장과 잠시 청문회 사무실 복도로 걸어 나오며 의미심장한 대사 한 마디를 던진다.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했다.”
우리는 지난 재난 대응과정의 참혹한 실패 앞에서 배워야 한다. 기장 설리는 이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 생명 앞에서 취해야 할 도덕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책임감을 가지고 사람들을 돌보는 일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중요한 교훈 하나를 엄중하게 제시하는 듯하다. 그것은 책임감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복무해야 할 바로 희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