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잭맨과 제이크 질렌할, 투 탑 주연의 스릴러라고 하니 믿고 볼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건 당연지사. 휴 잭맨에게는 엑스맨의 타이틀을 벗고 장발장의 기세를 넘어 길이 남을 명연기를 할 기회이고, 매끄러운 미모의 제이크 질렌할에게는 거친 마초적 남성미를 과시하며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는 기회였을 것이다. 이 영화는 오래전에 기획된 프로젝트로, 본래 브라이언 싱어 연출에 마크 월버그와 크리스찬 베일 주연으로 기획되었다가, 다시 <백악관 최후의 날>의 안톤 후쿠아가 물망에 오르고, 아버지 역할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마이클 패스벤더까지 말이 오갔다가, 결국 감독에 드니 뵐뇌브, 아버지 역에 휴 잭맨, 형사 역에 제이크 질렌할로 결정된 우여곡절이 많은 작품이다.
드니 뵐뇌브는 캐나다 퀘백 출신 감독으로 <그을린 사랑>이란 작품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프랑스 문화권인 퀘백 출신답게 그의 영화는 유럽적 감수성으로 가득 차 있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펼치지는 로맨스와 가족의 비밀을 슬프고도 폭발적인 어조로 포현하며, 허를 찌르는 놀라운 결말로 영화가 끝난 후에도 그 충격파가 대단했던 <그을린 사랑>의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이라는 점에서도 <프리즈너스>를 기대하기에 충분하다.
어느 한가로운 휴일, 평화로운 마을의 두 부부의 딸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이웃에 사는 정신지체자 용의자가 검거되지만 아무런 증거가 없어 풀려나게 되고 사건은 미궁 속에 빠진다. 아빠(휴 잭맨)는 용의자를 의심하여 홀로 비밀리에 그를 쫓고, 형사(제이크 질렌할)는 드러나지 않는 진범을 찾기 위해 또 다른 추적을 시작한다. 유력한 용의자를 범인이라고 믿으며 증언을 받아내기 위해 잔인한 짓도 서슴지 않는 아빠와 진범은 따로 있다고 믿는 형사, 두 사람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추적을 하고 사건의 매듭은 엉뚱한 곳에서 풀린다.
영화의 분위기는 음울하고 극의 전개 방식은 정적이다. 범인을 찾아 쫓고 쫓기는 추적과 거친 액션이 있는 전형적인 아드레날린이 빵빵 터지는 스릴러를 생각하고 있다면 그건 오산이다. 이러한 기대를 가진 관객에게 이 영화는 한갓 느려터진 재미없는 영화일 뿐일 것이다.
그러나 주류적인 장르영화로서가 아니라, 예술가적 감수성을 유지하고 있는 감독과 명연기에의 열망을 숨기지 않는 연기자들의 앙상블을 지켜보며 능동적으로 해석하고 스스로 탐정이 되어보고자 하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는 만족도가 높을 것이다. 영화적 시청각 요소의 상징의미를 파헤치고, 고요하게 전개되는 영화적 리듬과 호흡 속에서 단서를 찾아내며, 이를 실제 세상과 연결 짓는 방식의 성찰적인 영화보기의 방식이 이 개성적인 장르영화 안에서 실현될 것이다.
이제까지의 필모그래피를 통해 음울하고 쓸쓸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인간들 간의 악연과 숙명을 이야기하며 독특한 개성을 발휘해온 드니 뵐뇌브의 장기는 이 영화에서도 여전하다. 아빠의 추적과 형사의 추적, 두 개의 플롯이 개별적으로 전개되면서 결국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 우리는 각자의 두뇌 게임에서 발휘된 추리 결과물의 참과 거짓을 확인하는 지적 즐거움을 맛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