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가 감독이 되어 자신의 웹툰을 스크린으로 재탄생시켰다. 정연식 감독은 ‘더 파이브’라는 인기 웹툰을 만들어 많은 인기를 얻었고 이참에 영화감독으로까지 데뷔했다. 그간 소설가나 시인, 화가, CF 감독 등이 영화감독이 된 사례는 있었지만 만화가가 영화감독으로 데뷔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어서 일단 눈길을 끈다. 그러나 그러한 눈길엔 의심어린 시선이 서려있다.
출판만화와 달리 웹툰의 특성상 이미지와 흐름이 영화의 스토리보드와 비슷한데다 서사의 호흡과 리듬이 두 시간 가량의 러닝타임인 영화와 유사한 점이 많아서, 웹툰은 영상화 작업에 최적화된 매체로 인식된다. 많은 에피소드가 들어가고 사건을 길게 끌고 나가야할 TV 드라마, 소설, 만화에 비해 웹툰이야말로 각색의 공을 덜 들이고 손쉽게 영화가 되기에 적절한 매체다. 화제가 된 웹툰의 경우 기존 팬 층이 있고, 브랜드로서의 상품가치가 생겨난다. 이미 대중성을 갖췄기 때문에 영화로 만들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기대감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그러나 강풀의 웹툰을 옮긴 거의 모든 영화들이 실패했고(<그대를 사랑합니다>를 제외하고), <은밀하게 위대하게>나 <전설의 주먹> 등 흥행에 성공한 사례로 있지만, 전자는 스타 연기자에 의존한 경우이고 후자는 스타 감독의 의존한 경우다. 두 작품은 티켓 파워를 지닌 스타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영화이지 영화 자체의 질적 수준에는 문제가 있었다. 그렇기에 오리지널 웹툰 작가가 직접 각색과 시나리오, 연출까지 맡은 영화 <더 파이브>의 성공 여부에 많은 관심과 시선이 쏠리는 것은 당연지사. 코미디 연기에 재능을 보여 왔던 김선아의 연기 변신과 살인을 예술로 생각하는 연쇄살인범에 대한 잔혹한 복수극 스릴러라는 점이 전면에 부각된 메이저 장르영화에 대한 기대감 또한 어쩔 수 없다.
눈앞에서 남편과 딸을 잔인하게 잃은 은아(김선아)는 하반신이 마비된 자신을 대신해 복수를 실행해줄 사람들(마동석, 신정근, 정인기, 이청아)을 모은다. 그들에게 제시된 대가는 희귀 혈액형을 가진 자신의 장기다. 이들 모두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만 지능적이고 불사조 같은 절대악 연쇄살인범(온주완)을 잡을 수 있다. 다섯 명은 뇌가 되어 전체를 통제하는 은아를 필두로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여야 된다. 그러나 불치병을 앓고 있는 가족을 둔 절실한 심정의 이들은 이미 여러 차례 불법적인 일을 벌여왔고, 의리와 정의를 버린 지 오래인 이들이라 한 번씩 은아를 배신한다. 생명과 맞바꾼 핏빛 복수의 단계는 손에 땀을 쥐게 하기에 충분하다.
폭발력 있는 이야기 소재와 곳곳에 상징(도미노, 인형, 라이터, 기독교)이 심어져 있고, 그로테스크한 미술 또한 볼만하며, 반전이 난데없이 나타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영화다. 하지만 영화에는 기시감이 너무 심해 맥이 풀리기 일쑤다. <양들의 침묵>의 예술가 살인마인 한니발의 향취를 풍기는 연쇄살인범은 진부해서 흥미를 끌지 못하고, 개성 있는 연기자들의 조화로운 연기 앙상블을 끌어내지 못한다.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다. 그러나 신인감독 정연식의 차기작은 충분히 기대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