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윌 헌팅>(구스 반 산트, 1997)에서 MIT 청소부인 수학천재 윌 헌팅도 미지의 곳을 향해 길을 떠났다. 현실의 알량한 안정을 버리고 모험을 선택한 16년 전 앳된 맷 데이먼은 소년에서 남자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
<프라미스드 랜드>는 <굿 윌 헌팅>의 각본과 주연으로 할리우드 남자 신데렐라가 되어 하루아침에 유명해진 맷 데이먼이 또 한 번 각본과 주연, 그리고 같은 감독인 구스 반 산트의 연출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현재 환경운동가와 사회사업가로도 활동 중인 맷 데이먼은 이번에는 자본주의 경쟁에 익숙한 한 성공한 샐러리맨이 겪는 혼돈을 보여준다.
세계 최대 규모의 에너지 기업 ‘글로벌’의 협상 전문가 스티브(맷 데이먼)는 최연소 부사장으로 승진하여 본사 입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는 싱글맘인 동료 수(프랜시스 맥도먼드)와 함께 천연가스 매장 지역인 맥킨리에 파견된다. 그들은 최근 경기 하락의 영향으로 인해 거액의 수익금을 제안하면 주민들은 쉽게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마을의 과학교사 프랭크(할 홀브록)가 주민회의에서 천연가스 개발이 농지를 황폐하게 만들 것이라며 채굴을 재고할 것을 제안하면서 일은 꼬여간다. 게다가 환경운동가 더스틴(존 크래신스키)이 자신의 농장 경험을 바탕으로 채굴이 환경에 해악을 준다고 주민들을 설득하고 다니면서 마을의 의견은 둘로 나뉜다.
이 사건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벌어지는 일이며, 우리 주위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일이다. 강정마을, 밀양 송전탑, 새만금... 많이도 겪어 왔지만, 개발이냐 보존이냐, 파괴냐 성장이냐, 돈이냐 전통이냐의 갈림길에서 우리는 번번이 돈과 권력을 쥔 자의 시나리오에 끌려 다녔다. 환경영화로 소개되고 있는 이 작품이 환경과 자연의 소중함을 알리는 계몽적이고 교훈적인 영화라고 지레짐작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글로벌 협상 전문가는 세상의 진실과 상관없이 모든 것을 수익의 잣대로 보며 돈으로 해결을 보는 인간일까? 환경운동가는 순수하게 자연을 생각하는 유목민 활동가일까? 시골 과학교사는 시골아이들에게 화초 돌보기나 가르치는 꽉 막힌 노인네일까? 홀로 아들을 키워야 하는 수는 감정 없이 돈 때문에 양심을 파는 인간일까? 이 모든 고정관념들은 하나하나 깨지고 만다. 무뚝뚝한 스티브와 재간둥이 더스틴의 대결에서 관객은 당연히 더스틴 편을 들겠지만, 그 둘의 위치가 바뀌는 결정적인 순간에 영화는 음모와 미스터리로 흥미진진해지고, 마지막 스티브의 선택에 주목하게 한다.
영화는 자본주의 경쟁이 더 이상은 나아갈 곳이 없음을 말한다. 황량하고 쓸쓸해 보이지만 구스 반 산트 특유의 충만함이 살아있는 자연풍경이 있다. 컨츄리 음악의 촌스러운 꺾기음이 이상하게도 정겹게 들리고, 거기에 맞추어 춤추는 마초남자들이 귀엽게도 보인다. 액션영웅에서 다시 고뇌하는 남자로 돌아온 맷 데이먼은 색깔맞춤이 어설픈 의상과 배 나온 몸매임에도 섹시하다.
떠들썩한 여름 극장가와 화려한 가을 극장가를 지나, 다시 공공성과 도덕심이 자극되는 겨울 극장가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