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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편견의 높고 두꺼운 벽을 향한 저항과 인간의 성장



 얼기설기 짜진 판자 사이로 로데오 경기가 내다보이는 어두운 실내엔 매캐한 먼지와 뒤범벅된 땀 사이로 거친 숨소리를 내며 난잡한 섹스에 탐닉하는 카이저 수염의 독특한 ‘텍사스 싸나이’론 우드루프(매튜 맥커너히 분)의 적나라한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청바지에 카우보이 모자를 눌러쓰고, 뒷주머니에 꽂아놓은 싸구려 술병을 홀짝이며, 로데오로 사기를 치고, 욕지거리가 절반인 불량기 넘치는 전형적인 마초남성. 문란하고 무절제한 구제불능이지만 제법 전기기술자로 인정받던 이 사내는 어느 날 전기감전 사고로 병원에 실려가 면역 결핍 바이러스(HIV) 양성 판정을 받으며 30일밖에 살 수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운명을 맞게 된다.

 에이즈(AIDS)는 ‘록 허드슨 같은 호모들이나 걸리는 병’이라 비아냥거렸던 우드루프는 자신의 운명에 분노하다 차츰 살아야겠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제약회사에서 신약 임상실험 중인 약품을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결국 이 약물의 유해성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멕시코로 떠나 대안적인 약물요법과 치료를 받아 생명을 연장하게 된다.

 영화 시작의 배경이 되는 1985년 세계적인 섹시스타 영화배우 록 허드슨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로 사망한 해이며, 영화의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당시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에이즈 치료약에 대한 제대로 된 정책을 수행하지 못한다. 결국 우드루프는 제약회사와 FDA를 상대로 법정 싸움을 벌인다. 30일 시한부 판정을 받았던 그는 7년을 살았고, 그가 제안한 ‘저용량 AZT’와 복합 약물 요법은 수백만 명의 에이즈환자들의 삶을 연장하는 데 도움을 줬다.

 우리는 영화에서 에이즈 환자를 연기한 맥커너히와 레토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각각 20kg, 14kg을 감량하며 캐릭터에 대한 열정을 발휘했다. 그리고 얼마 전 맥커너히는 7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남우주연상에 이어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으로 오스카를 거며 쥔다.

 이 영화를 연출한 장 마크 발레 감독은 2005년 <크레이지>를 연출했고, 2012년 <카페 드 프로르>로 세계 여러 영화제들에 초청받으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처음 접하고 ‘아름다우면서 교훈을 주는 이 이야기를 꼭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다짐했다고 전한다. 결국 한 남자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변화하는 캐릭터와 거짓말 같은 실화가 전하는 감동으로, 그 만의 독특한 관점에서 풀어나가는 한 편의 영화로 완성 시켰다.

 단순히 이 영화가 우리들에게 전하는 것은 망나니의 개과천선일까? 아니다. 그것은 편견의 높고 두꺼운 벽을 향한 저항이며 인간의 성장이라고 하겠다. 영화에서 우드루프가 제약회사와 FDA를 상대로 벌인 소송에서 판사는 “죽음을 앞둔 환자들에게 이기적인 FDA의 정책에 본 법정은 불쾌하다”고 일갈한다. 물론 이후 “법도 상식을 벗어날 수 있다”며 우드루프의 소송을 기각하지만 이것은 당시의 넘을 수 없는 현실이었다. 하지만 그의 저항이 있었기에 세상은 변하기 시작했고, 높고 두꺼운 벽은 조금씩 극복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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