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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난자들 - 거듭되는 반전과 의외의 전개


 흰 눈이 가득 내린 한적한 시골. 대중교통수단도 없는 적막한 이곳에 멋들어진 펜션이 지어져 있다. 요즘처럼 ‘힐링’을 꿈꾸는 도시인이라면 누구라도 이런 곳에 파묻혀 며칠만 지내면 몸도 마음도 새롭게 충전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어디 사람 사는 세상이 모두 자기 마음대로 될쏘냐?

 허세 여행자 ‘상진’은 시나리오를 마무리하기 위해 홀로 깊은 산속 주인 없는 펜션을 찾아온다. 어차피 홀로 ‘계란 다이어트’를 하며 글쓰기로 맘먹은 터라 시골 정류장에서부터 마주친 동네 청년 ‘학수’의 지나치게 솔직함과 친절, 그리고 아는 체가 부담스럽기만 하다.

 얼른 시나리오가 마무리되어야 여자후배를 불러 제작자에게 받아온 와인을 맛보는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기에 글쓰기를 서둘러야 한다. 하지만 적막을 깨며 들리는 총소리와 펜션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사냥꾼. 그리고 다짜고짜 하룻밤만 묵게 해달라는 무례한 사람들 탓에 마음만 초초해간다.

 그리고 폭설이 내려 모두가 펜션에 고립된 날, 상진은 손님 중 한명의 피 흘린 시체와 마주친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다른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이고, 누가 이 끔찍한 일을 벌인 것일까? 영화의 시작에서 상진의 “대체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생긴 것일까?” 라는 독백을 관객들은 숨죽이고 스크린을 응시하며 함께 풀어나가게 된다.

 이마와 등짝에 ‘내가 범인!’이라고 써 붙이고 다니는듯한 전과자 ‘학수’. 오태경이 연기하는 그의 과도한 친절이 조금도 연기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어수룩하게 돋보이는 그의 연기는 낯선 곳을 찾아온 이에게 부담스러운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어쩌면 그것이 우리네 시골인심은 아니었을까?

 마치 연애하듯 ‘상진’과 ‘학수’가 벌이는 밀땅을 보며 미소를 짓기도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언제부턴가 우리 현대인들은 이 두 사람의 불편한 동반을 ‘친절과 과잉친절’이란 이중적인 잣대를 가지고 제 맘대로 재단하며 받아들이고 있다.

 영화 배경인 흰 설원 위에서 조금이라도 힐링을 얻고자 했던 관객들은 세상을 살아가며 불쑥 불쑥 끼어드는 타인의 시선을 불편하게 느끼며 거듭되는 반전과 의외의 전개로 마지막까지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 영화는 2009년 30여개의 해외영화제에서 주목받고 제작비 대비 12배의 수익을 올린 <낮술>을 연출했던 노영석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전작에 이어 겨울의 강원도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에서도 시나리오, 연출, 음악, 제작의 1인 4역의 전방위적 재능을 선보인다.

 얼마 전 시사회에서 만난 노영석 감독에게 ‘왜 강원도, 겨울을 고집해 작품을 만드냐?’고 물어보니 ‘집에서 냉면집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여름엔 영화를 만들 짬이 없다’며 미소짓고 대답한다. 올봄 이 영화를 보고나서 서울에 올라가 상계역 인근에 있는 감독의 어머니께서 운영하는 냉면집의 싸고 맛있는 냉면 한 그릇 먹어봄은 어떨까? 그리고 올 12월엔 그의 여름영화와 겨울냉면을 맛보는 그런 상상을 해봄도 즐거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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