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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호 영화산책] 터널(Tunnel, 2016)

- 세상에서 구원해야할 가치로 생명이 잊혀진다면

1996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고 폴란드가 낳은 세계적인 시인인 비스와바 심보르스카(Wislawa Szymborska)의 시 가운데, ‘방주 안에 넣어야 할 것(Into the Ark)’라는 시가 있다.

차이가 있다는 기쁨/보다 나은 사람에 대한 찬사/ 둘 중 하나만을 택하도록 줄여 놓은 것이 아닌 여러 선택/ 묵은 망설임/생각할 시간/ 언젠가는 이런 것들이 쓸모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 (중략)

나의 눈에 띈 것은 ‘언젠가는 이런 것들이 쓸모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라는 시행이다. 어쩌면 우리 주변의 많은 이들은 암묵적으로 ‘소비’할 수 없는 건 없다는 무의식을 지닌 채 숨 가쁘게 살아가는 지도 모르겠다. 이 문제는 앞의 시에서 제시하듯이 우리에게 근본적인 사유의 전환, 곧 ‘생각할 시간’ 자체에 대한 구출동기를 야기하는 역설을 낳게 한다.

이런 질문들을 구체화시킨 영화 ‘터널’이 그것이다. 이 영화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민낯을 여러 유비적 표현을 통해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정수는 자신이 주문한 양보다 훨씬 더 주유를 한 주유원에게 항의하려고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다. 그 주유원은 제대로 걷기에도 벅찬 노인이었기 때문이다. 하는 수 없이 서둘러 그 주유소를 떠나려 할 때 굳이 그 노인은 서둘러 정수의 자동차로 달려와 생수 두통을 사은품으로 증정한다. 정수는 그것을 자신의 자동차 뒤 칸으로 던져 넣고 자리를 떠난다. 그리고 곧이어 맞이하게 되는 터널의 붕괴. 이제 이 영화는 터널 안에 갇힌 생명을 두고 터널 밖에서, 이 갇힌 생명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옮겨지며, 바로 이 시선에 대한 메타포들을 우리사회로 비유한다. 우리는 감당할 수 없는 잔해의 더미 안에 갇힌 생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하는 문제로 이 영화는 정면으로 관객들을 응시한다. 반면, 그 엄청난 잔해더미 안에 갇힌 생명들은 끊임없이 ‘구출’과 ‘구원’ 사이를 혼동하며 바깥으로 향할 희망을 버리지 않으려 한다. 우리의 민낯은 가슴 아프기보다는 오히려 뼈저리게 수치스럽다. 우리는 몇 해 전 그렇게 무기력하게 아이들을 구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터널 밖의 세계에 우리는 우리 자신으로만 유폐된 채 자폐적인 안도의 한숨을 몰아세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상적인 장면 하나가 이렇듯 지속적으로 우리 자신으로만 함몰되도록 유도하는 신자유주의의 단면에 힘 있는 균열을 일으킨다. 자동차 딜러가 상징하는 작중 주인공의 캐릭터는 바로 이러한 신자유주의적인 사고 체계의 화신을 의미한다. 신자유주의적인 사고체계는 ‘타인’은 소비의 대상이다. 하지만, 여기서 주인공은 잔해더미 안에 갇힌 진정한 ‘타자’를 볼 수 있는 양심을 회복한다. 이 양심의 회복은 급기야 생명수와도 같은 물을 나누게 된다. 앞선 비스와바 심보르스카의 시를 인용해야하는 의도가 여기서 밝혀진다. 우리는 모두 예외 없이 ‘같은 재난 안에 처한 인류이다’. 바로 이 재난의 시대에 생각할 시간을 구출하여 언젠가는 이러한 모든 것이 쓸모가 있을 것이라는 긍정성을 잉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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