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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워터스의 더 월’(2014)

- 최첨단 기술과 만난 위대한 전설

1982년 알란 파커 감독의 ‘핑크 플로이드의 더 월’은 충격적인 주제와 놀라운 비주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한국에서는 영화 속 ‘교육은 필요없다!’는 구호 때문에 수입금지되었고, 90년대에 들어서야 겨우 일반 관객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나마 대구에서는 극장을 잡지 못해 대백프라자 공연장에서 상영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 영화는 ‘미시시피 버닝’ 등 주제의식에 ‘엔젤하트’와 같은 충격적인 영상을 주로 쓰는 알란 파커 감독의 재능이 돋보이는 역작이었다. 영국 록그룹 핑크 플로이드의 불세출의 명반 ‘더 월’의 음악을 배경으로 반전과 반체제적인 스토리를 얹은 다큐멘터리식 음악영화였다. 특히 ‘라이브 에이드’를 기획해 노벨상 후보에까지 오른 밥 겔도프의 그로테스크한 연기와 쇼킹한 영상, 그리고 눈부신 애니메이션으로 전세계 영화팬들에게 놀라움을 안겨 주었다.

이 영화는 전쟁으로 아버지를 잃은 핑크라는 소년이 주인공이다. 핑크는 엄마와 단둘이 외롭게 살아간다. 늘 전쟁 공포에 시달리고, 자유로운 사고를 가로막는 교육제도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한다. 어른이 되어도 핑크(밥 겔도프)는 소외와 불안으로 자학적인 행동을 한다. 이 이야기는 핑크 플로이드의 멤버 로저 워터스의 자전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대표곡인 ‘another brick in the wall’의 “We don’t need no education, We don’t need no thought control”이 흐를 때 아이들이 기계에 뛰어들어 다져진 고깃덩어리로 변하는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모골이 송연하다.

지난달 72세의 노장이 된 로저 워터스가 직접 감독한 콘서트 영화 ‘로저 워터스의 더 월’(2014년)이 개봉했다. 그는 이탈리아 안지오전투에서 전사한 아버지의 묘를 찾으면서 반전과 인종차별, 종교갈등 등 인류가 안고 있는 모든 벽을 허물라고 이야기한다. 고희를 넘긴 나이에도 그는 무대에서 ‘더 월’의 전곡을 연주하며 열연한다.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글로벌 투어 ‘더 월’을 바탕으로 한 ‘로저 워터스 더 월’은 핑크 플로이드의 명음반을 최신 디지털사운드로 박력있게 들려줄 뿐 아니라 로저 워터스의 과거로의 여정을 통해 인간이 치뤄야하는 전쟁의 대가에 대해 화두를 던지는 반전 영화이기도 하다.

특히 80년대에는 구현될 수 없었던 모든 상상력과 테크놀로지가 투입된 최첨단 콘서트 무대가 눈길을 끈다. 가로 128m, 세로 10m의 장대한 벽을 실제 무대 위에 설치했을 뿐만 아니라 화려한 불꽃놀이, 포스트모던 아트를 보는 듯한 무대 효과와 특수 장치 등 압도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 알란 파커의 영화에 삽입된 애니메이션도 빼지 않고 보여주고, 거대한 인형까지 동원돼 현장감을 더한다.

베를린 장벽에서의 공연처럼 벽을 쌓아올려 마지막에 부숴버리는 구성은 같으나 이번에는 미디어파사드로 한번, 실제로 한번 등 두 번에 걸쳐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다. ‘Mother’ ‘Comfortably Numb’ 등 명곡들을 보고 듣는 것으로도 흥분을 불러일으키지만, 70을 넘어서도 투혼을 불사르는 노장의 모습은 가슴이 싸한 감동까지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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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지금, 굳이 ‘삼국지’를 읽는 이유 영화, 책, 예술작품 가운데 하나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괜히 실제 내 삶보다 더 있어 보이는 선택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읽어본 적 없지만 의미 있어 보이는 철학책을 고를지, 그럴듯한 예술영화를 추천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오래전 읽었던 ‘해변의 카프카‘를 떠올렸다.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고,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라 추천하기에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결국 마지막에 고른 책은 이문열 작가의 ‘삼국지’다. 삼국지는 워낙 유명해서 오히려 추천하기 조심스러워지는 책이기도 하다. ‘굳이 지금 삼국지?’ 라는 반응도 있을 테고, 이미 내용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 알고 있던 이야기와는 느낌이 꽤 다르다. 단순한 영웅 서사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선택, 타이밍과 판단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읽다 보면 어떤 날은 조조가 가장 쿨해 보이고, 어떤 날은 유비의 끝까지 사람을 믿는 태도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삼국지는 책 ‘읽는 재미’를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고전이라고 하면 시작하기 전에 부담부터 느끼기 쉬운데, 삼국지는 일단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