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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 웨스트(2015)

- 아름답고 슬픈 야생화같은 서부영화

서부영화는 미국식 영웅주의를 바탕에 깔고 인기를 누린 할리우드의 대표 장르였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먼지 펄펄 날리는 개척지에 나타나 시거를 물고 총을 쏘아대는 이탈리아산 마카로니 웨스턴까지 나올 정도였다. 서부영화는 빠르고, 강하고, 비정한 캐릭터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고, 서부는 누가 총을 빨리 뽑느냐에 목숨이 걸린, 폭력과 야생의 법칙만 통하는 곳이었다. 서부에서 슬로우는 곧 죽음이다.

최근 개봉된 ‘슬로우 웨스트’(2015, 영국 외)는 이처럼 대척점에 있는 이미지가 결합된 서부영화다. 탐욕과 무자비한 오물덩어리인 인간만 쏙아내면 한없이 아름다운 광활한 서부. 거기에 토끼풀처럼 연약한 한 소년이 말을 몰고 천천히 나타난다. 16살 제이(코디 스밋 맥피). 밤하늘의 별을 헤고, 시를 좋아하는 소년이다. 여자친구 로즈를 만나기 위해 스코틀랜드에서 건너와 미국 중서부인 콜로라도까지 먼 길을 가는 중이다.

흰 피부에 솜털이 보송보송한 이 소년에게 따라붙은 것이 현상금 사냥꾼 사일러스(마이클 패스벤더)다. 그는 무사히 여자친구에게 데려다주겠다며 돈을 요구하지만, 사실은 로즈와 그녀의 아버지에게 걸려 있는 현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제이를 이용하려고 한다.

연약한 소년과 닳고 닳은 서부 건맨의 위험한 동행을 영화는 ‘느린’ 드라마로 쫓아간다. 악당을 쫓기 위한 거창한 액션도, 긴장도,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드라마도 없이 영화는 말고삐를 잡고 평원을 느리게 걸어가는 둘을 따라간다. 그들이 만나는 것은 모두 돈 몇 푼에 사람을 죽이는 무자비한 늑대나 코요테와 같은 인간 몇몇이 전부다. 그렇다고 긴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망연하게 노출된 소년의 일상은 그 자체로 관객들을 위태롭게 한다.

몇 차례 위험을 겪으면서 둘의 간격은 좁아진다. 제이는 순진무구 그 자체로 오로지 사랑의 힘만을 믿는 미소년이지만, 사일러스는 차츰 제이에게 동화되어간다. 어느 순간 그의 입에서도 시가 흘러나온다.

‘슬로우 웨스트’는 먼지 날리고, 싸구려 위스키 냄새가 진동하는 다른 서부영화와 달리 푸른 밤하늘과 아침 햇살, 윤슬이 영롱한 물 등 풍광이 아름다운 서부영화다. 영화는 거칠고 사나운 미국 서부가 아닌 뉴질랜드에서 촬영을 했다. 그래서 제이의 심상과 사일러스와의 따뜻한 우정이 잘 묻어난다.

시적 표현과 서정적 자연, 거기에 순수한 마음까지 ‘슬로우 웨스트’는 관객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준다. 눈 속에 핀 꽃이 더욱 빛나듯이 야생에서 핀 제이의 순수성은 참으로 아름답다. 마지막 그 꽃이 피로 물들어가는 순간, 안타까운 마음에 가슴이 저며지기도 한다. 느리다가 결말에 서부의 차가운 현실을 냉혹하게 드러낸 것이다.

이 영화는 한 소년의 가혹한 성장담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그 성장은 차가운 건맨에게 옮아가더니, 어느 순간 관객의 마음까지 파고든다. 그래서 이 가을에 보면 좋을 영화다.

2015 선댄스 영화제에서 월드시네마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배우 마이클 패스벤더가 2010년 직접 설립한 영화사 DMC 필름의 첫 장편 영화이며 그의 서부극 도전작이기도 하다. DMC 제작 단편 영화 ‘피치 블랙 하이스트’를 연출한 베타밴드 출신의 존 맥클린이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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