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사랑에 실패했고, 직장에서 쫓겨나고, 평생 몸 바쳐 그린 그림들은 세인들로부터 외면당했다. 정신병과 불운에 시달리다 37세에 생을 마감하고 나서야 그의 진가는 드러났다. “현대미술은 반 고흐에게 큰 빚을 졌다”는 말로 그를 칭송하고 ‘위대한 화가’라는 수식어를 붙여주었다.
그래서 그의 삶은 영화의 훌륭한 소재였다. 뒤늦게 네덜란드 영화 ‘반 고흐 : 위대한 유산’(2013년)을 보았는데 그동안 반 고흐를 둘러싼 몇 가지 의문점을 중심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영화였다.
반 고흐가 살아 있을 때 팔린 유일한 작품은 ‘붉은 포도밭’(1888)으로 알려져 있다. 파리를 거쳐 아를로 이주해 그린 이 작품은 동생이자 후원자인 테오에게 감사의 선물로 준 작품이다. 붉은 빛의 강렬한 색채로 포도밭을 그린 이 그림은 벨기에의 인상주의 여성화가 안나 보쉬가 당시 400프랑(약 140만원)에 구매했다. 이 작품은 현재 러시아 모스크바의 푸슈킨미술관에서 소장 중이다.
그의 죽음에 대한 의문도 다루고 있다. 반 고흐가 ‘까마귀가 있는 밀밭’을 그리다가 주체 못 할 불안과 공황으로 인해 총으로 자신을 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반 고흐 : 위대한 유산’은 타살의 가능성을 비추고 있다. 정신병력으로 인해 동네 10대들의 놀림을 받는 가운데 총이 발사됐다는 타살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또 그가 귀를 자른 것에도 직접적인 원인을 제시했다. 영화에서 고갱은 심한 집착을 하는 반 고흐를 미치광이 취급했고, 급기야 자신은 테오의 돈을 받고 반 고흐를 보살피려고 온 것이라고 말을 한다. 작품 세계가 달라 이견과 말다툼은 이해하지만, 고갱의 이 말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자신의 작품을 이해하고, 유일한 동반자라고 여겼던 고갱이 사실은 테오가 자신의 안전한 가정을 지키기 위해 반 고흐를 떼 놓기 위한 술책의 한 방편이었던 것이다. 이 말을 들은 반 고흐는 아득해지는 어지럼증으로 길거리에 눕고 만다. 차마 견딜 수 없는 치명적인 열패감이다. 머리를 쥐어뜯던 그는 면도칼을 집어든다. 이러한 해석은 반 고흐에 대한 신비로움을 깬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없지 않다.
반 고흐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서 일관된 것은 그가 위대한 농민화가였다는 점이다. 가난하고 구차스런 농부들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담으려고 노력했고 그리고 그들의 등에 비춰지는 빛을 진실되게 담아냈다.
‘감자 먹는 사람들’을 그린 후 테오에게 이렇게 편지를 보냈다. “나는 램프 불빛 아래에서 감자를 먹는 사람들이 내민 손, 그 손으로 땅을 팠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려고 했어. 그 손은 정직하게 노동으로 얻은 식사를 암시하고 있어”
반 고흐의 삶은 늘 커다란 울림을 준다. 그의 작품도 위대하지만, 그가 보여준 노동의 신성함과 가난한 자들에 대한 진실된 시선은 그가 한 사람의 예술가를 떠나 영성적 삶을 살다간 위대한 성자의 면모 또한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그 진실됨은 당대에 빛을 보지 못할 수는 있지만,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