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조금동두천 -3.3℃
  • 구름조금강릉 -1.7℃
  • 맑음서울 -2.2℃
  • 구름많음대전 -1.6℃
  • 구름많음대구 2.1℃
  • 구름많음울산 2.5℃
  • 연무광주 0.6℃
  • 구름조금부산 4.0℃
  • 흐림고창 -0.4℃
  • 연무제주 5.8℃
  • 구름조금강화 -3.2℃
  • 흐림보은 -2.9℃
  • 흐림금산 -1.8℃
  • 흐림강진군 0.7℃
  • 흐림경주시 0.9℃
  • 구름많음거제 3.3℃
기상청 제공

[1148호 독자마당] 순수의 시대

누군가 갑자기 당신에게 “넌 순수하지 못해”라고 말한 상황을 가정해보자. 당신은 이 말을 듣고 무슨 생각이 들까. 우선 ‘순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곰곰이 따져보기 시작할 것이다. 나를 향한 ‘불순하다’는 지적은 우리네 세상에서는 둘 중 하나를 뜻할 수 있겠다. 하나는 내가 진정으로 나쁜 행동을 일삼아 주위 사람들로부터 받아 마땅한 비난을 받는 악한(惡漢)인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나에게 순수하지 못하다고 말한 자가, 내 신분적 특성과 나의 언동(言動)을 지적하며 ‘불순종자’로 낙인찍는 행위일 것이다. 흔히 정치권에서 이것이 ‘종북몰이’의 양상으로 나타나고, 학내에서는 ‘불만 많은 학생’ 혹은 ‘운동권’으로 구분되는 듯하다.

앞서 운동권을 언급하였지만 사실 우리학교에서는 운동권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진 지 오래다. 전통적 의미의 운동권은 ‘자주·민주·통일’을 주장하는 소위 NL 세력이다. 우리학교에서 이러한 NL 계열 학생은 내가 아는 선에서는 적어도 20년 전부터 완전히 멸종되었다. (누군가의 시선에서는) 캠퍼스를 시끄럽게 하고 학교에 불만 많은 것들이 역사 속으로 퇴장한 셈이니 이제 교내에는 순수한 학생들만 남아야 이치에 맞다.

나는 다만 옳은 것은 옳다고 말해야 하고 그른 것은 그릇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참된 인재상이라고 생각한다. 바른 말 하는 사람의 입을 막으며 회유나 협박을 하는 불의의 세력이나 악의 편에 붙어 진보를 가로막는 자들에게는 당당히 “당신들은 틀렸다.”고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자세는 특히나 장차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갈 대학생들에게 수반되어야 하는 자세라는 것이 내 소신이다.

한데 요즘 대학들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여기저기서 학생-대학본부 간의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보통의 경우 분쟁은 커다란 소음을 동반하기 마련이지만 의외로 ‘소리 없는 분쟁’이 이어지는 경우도 잦다. 외부적으로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그 속이 점점 곪아감에 따라 여태까지는 보이지 않던 내부적 문제가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대학생들의 (정치적)행동과 비판적 사고를 마비시키려는 일련의 시도들, 예컨대 학생자치의 붕괴나 학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군사정권 시절 잔재의 부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터이다. 추측건대 요즘의 대학에는 정치적 행동과 비판적 사고를 가지는 학생들을 그야말로 ‘공부’만 하였으면 하는, 취업이나 하였으면 하는 자본의 논리가 깊이 개입한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공부만 하고 취업이나 잘하는 학생들이 비로소 ‘순수’한 학생이 되지 않겠는가.

순종적인 학생이 순수한 학생으로 찬양받는 어둠의 시대, 억압의 시대, 순종의 시대가 대학사회의 지배적 이데올로기가 되고 있는 현실에 나는 슬퍼한다. 지금의 대학생들에겐 조용히 슬퍼하고 침전할 권리만 있을 뿐 그 슬픔을 표출하거나, 분노하거나, 행동할 권리가 없음에 나는 대학인의 감정이 거세되었음을 주장한다. 이것이 우리학교에서 이뤄지는 비이성(非理性)의 단면이다. 나는 차라리 어둠이 걷히길 기대하며, ‘불순’하겠다.

관련기사





[기자칼럼] 가해자들의 도피처, ‘심신미약’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선 잔인한 사건들이 보도된다. 서울 강서구 한 피시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청년이 잔인하게 살해됐다는 보도, 오피스텔 관리사무소에서 경비원 2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 2011년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성의 몸속에 손을 넣어 숨지게 했지만 상해치사로 종결된 사건 등이 그러하다. 이 잔혹한 사건들의 처리과정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가해자가 ‘심신미약’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실제 경비원 2명을 살해한 20대 남성은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지만 심신미약 주장이 인정돼 일부 감형되었고,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성을 살해한 가해자는 피해자에 입힌 상해 정도가 심각하지만 술에 취해 심신미약이었다는 이유로 4년형을 받았다.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심신미약을 이유로 처벌은 가벼운 수준에 그쳤다. 잔혹한 살인을 했음에도 ‘심신미약’으로 감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형법 제10조를 살펴보면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을 하지 않거나 형을 감경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 심신장애란 인지·지능·언어·정서·행위 등의 심신기능 면에 장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