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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호 독자마당] 상처에 무뎌지는 연습

나는 볼펜을 쓰지 않는다. 휘갈겨 쓰는 탓에 수정할 게 많은 글씨에는 적합하지 않다. 무엇보다 밑줄을 긋다가 펜촉이 파도칠 때 밀려오는 스트레스를 안정시키기에 시간이 여간 걸리는 것이 아니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아무 죄 없는 볼펜을 탓해보기도 하고, 좀 더 집중해야 했던 나의 정신력을 탓하기도 한다. 그래서 지울 수 있는 샤프만 쓴다. 신경 쓰일 여지를 아예 제거시켜 놓는 것이다. 이건 병이다.

병으로 모자랐는지 얼마 전에 팔에 큰 상처가 생겼다. 예전에는 상처 따위 신경도 안 쓰였는데 이번에 생긴 상처는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약도 발라보고, 괜히 눌러보기도 하고, 멍하니 쳐다보기도 하였다. 무슨 짓을 해 봤자 흉터가 생기는 걸 알면서도 병원에 갔다. 역시나 병원에서는 흉터가 생길 거라고 했다. 확인사살을 받고 마음은 더 편해졌지만 전보다 더 격렬하게 상처를 의식하게 되었다. 이것 또한 병이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해 본다. 상처에 감각이 무뎌질 때까지 기다리고 이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앞으로 더 많은 상처가 생길 것도 알고 있다. 이 사실을 상기하니 후끈거리는 짜증이 밀려온다. 이 짜증도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런데 그게 언제일지 몰라 더 끓어오른다. 이제 상처에 무뎌지는 연습을 해야 한다. 필통에서 여전히 샤프만 집어 가는 것은 본능적인 자기방어기제다. 그래도 볼펜이 들어있는 이유는 그것에 무뎌지기 위한 날카로운 의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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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가해자들의 도피처, ‘심신미약’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선 잔인한 사건들이 보도된다. 서울 강서구 한 피시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청년이 잔인하게 살해됐다는 보도, 오피스텔 관리사무소에서 경비원 2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 2011년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성의 몸속에 손을 넣어 숨지게 했지만 상해치사로 종결된 사건 등이 그러하다. 이 잔혹한 사건들의 처리과정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가해자가 ‘심신미약’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실제 경비원 2명을 살해한 20대 남성은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지만 심신미약 주장이 인정돼 일부 감형되었고,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성을 살해한 가해자는 피해자에 입힌 상해 정도가 심각하지만 술에 취해 심신미약이었다는 이유로 4년형을 받았다.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심신미약을 이유로 처벌은 가벼운 수준에 그쳤다. 잔혹한 살인을 했음에도 ‘심신미약’으로 감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형법 제10조를 살펴보면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을 하지 않거나 형을 감경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 심신장애란 인지·지능·언어·정서·행위 등의 심신기능 면에 장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