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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호 독자마당] 상처에 무뎌지는 연습

나는 볼펜을 쓰지 않는다. 휘갈겨 쓰는 탓에 수정할 게 많은 글씨에는 적합하지 않다. 무엇보다 밑줄을 긋다가 펜촉이 파도칠 때 밀려오는 스트레스를 안정시키기에 시간이 여간 걸리는 것이 아니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아무 죄 없는 볼펜을 탓해보기도 하고, 좀 더 집중해야 했던 나의 정신력을 탓하기도 한다. 그래서 지울 수 있는 샤프만 쓴다. 신경 쓰일 여지를 아예 제거시켜 놓는 것이다. 이건 병이다.

병으로 모자랐는지 얼마 전에 팔에 큰 상처가 생겼다. 예전에는 상처 따위 신경도 안 쓰였는데 이번에 생긴 상처는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약도 발라보고, 괜히 눌러보기도 하고, 멍하니 쳐다보기도 하였다. 무슨 짓을 해 봤자 흉터가 생기는 걸 알면서도 병원에 갔다. 역시나 병원에서는 흉터가 생길 거라고 했다. 확인사살을 받고 마음은 더 편해졌지만 전보다 더 격렬하게 상처를 의식하게 되었다. 이것 또한 병이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해 본다. 상처에 감각이 무뎌질 때까지 기다리고 이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앞으로 더 많은 상처가 생길 것도 알고 있다. 이 사실을 상기하니 후끈거리는 짜증이 밀려온다. 이 짜증도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런데 그게 언제일지 몰라 더 끓어오른다. 이제 상처에 무뎌지는 연습을 해야 한다. 필통에서 여전히 샤프만 집어 가는 것은 본능적인 자기방어기제다. 그래도 볼펜이 들어있는 이유는 그것에 무뎌지기 위한 날카로운 의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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