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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호 독자마당] 상처에 무뎌지는 연습

나는 볼펜을 쓰지 않는다. 휘갈겨 쓰는 탓에 수정할 게 많은 글씨에는 적합하지 않다. 무엇보다 밑줄을 긋다가 펜촉이 파도칠 때 밀려오는 스트레스를 안정시키기에 시간이 여간 걸리는 것이 아니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아무 죄 없는 볼펜을 탓해보기도 하고, 좀 더 집중해야 했던 나의 정신력을 탓하기도 한다. 그래서 지울 수 있는 샤프만 쓴다. 신경 쓰일 여지를 아예 제거시켜 놓는 것이다. 이건 병이다.

병으로 모자랐는지 얼마 전에 팔에 큰 상처가 생겼다. 예전에는 상처 따위 신경도 안 쓰였는데 이번에 생긴 상처는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약도 발라보고, 괜히 눌러보기도 하고, 멍하니 쳐다보기도 하였다. 무슨 짓을 해 봤자 흉터가 생기는 걸 알면서도 병원에 갔다. 역시나 병원에서는 흉터가 생길 거라고 했다. 확인사살을 받고 마음은 더 편해졌지만 전보다 더 격렬하게 상처를 의식하게 되었다. 이것 또한 병이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해 본다. 상처에 감각이 무뎌질 때까지 기다리고 이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앞으로 더 많은 상처가 생길 것도 알고 있다. 이 사실을 상기하니 후끈거리는 짜증이 밀려온다. 이 짜증도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런데 그게 언제일지 몰라 더 끓어오른다. 이제 상처에 무뎌지는 연습을 해야 한다. 필통에서 여전히 샤프만 집어 가는 것은 본능적인 자기방어기제다. 그래도 볼펜이 들어있는 이유는 그것에 무뎌지기 위한 날카로운 의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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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봉사활동으로 채워지는 꿈 영원히 미성년에 머물러 있을 줄 알았던 내가 성년이 되었다. 봉사활동을 즐겨 하던 어린아이는 어느덧 스물두 살의 대학교 3학년이 되어 ‘청소년’의 끝자락을 향해 가고 있다. 몇 년간 봉사해 오니, 이것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는 작은 불씨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진로를 향한 작은 불씨는 단순히 봉사활동으로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아닌, 직업으로 삼아 다양한 연령층을 위해 복지를 지원하고, 클라이언트의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큰 불씨로 번지게 되어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였다. 대학교에서 한 첫 봉사활동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독거노인분들께 ‘편지 작성 및 생필품 포장, 카네이션 제작’이었다. 비록 정기적인 봉사는 아니었지만, 빼곡히 적은 편지를 통해 마음을 전해 드릴 수 있었기에 뜻깊음은 배가 되었다. 하지만 조금의 아쉬움은 있었다. 봉사활동이라고 하면 직접 대상자와 소통할 줄 알았는데 해당 봉사는 대상자와 면담하지 못하고, 뒤에서 전달해 드리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장애아동어린이집‘에서 활동한 겨울 캠프 활동 보조일 것이다. 이곳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동들이 다른 길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