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최악의 불황으로 취업문이 어느 때보다 좁아진 가운데 대학 졸업예정자들이 학점을 잘못 관리해 취업에 성공하고도 입사가 취소되는 사례가 왕왕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지방 국립대 공대 졸업반인 J씨는 지난해 말 굴지의 건설회사에 취직했으나 입사일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학교측으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됐다.
4학년 2학기에 수강한 경영학부 과목에 F학점이 나와 졸업이 안된다는 것.
다급해진 그는 부랴부랴 담당교수를 찾아서 "D-(마이너스)라도 달라"고 읍소했으나 교수는 "방침상 일정 성적 이하는 무조건 F"라며 딱 잘라 거절했다.
졸업이 불가능해진 J씨의 입사는 결국 취소됐고, 그는 대학을 최소한 한 학기 더 다니며 기약없는 취업전쟁에 다시 내몰릴 딱한 처지에 놓여있다.
J씨처럼 졸업과 입사가 취소될 위기를 맞고도 `마음씨 좋은' 교수를 만난 덕분에 아슬아슬하게 `부활'한 사례도 있다.
서울 모 명문 사립대 05학번 C씨는 지난해 말 미술 감정·전시 단체에 취업돼 졸업도 하기 이전에 `직장인'이 됐다. 하지만 때이른 직장생활로 결석이 잦아졌고 기말고사마저 치르지 못했다.
F학점을 눈앞에 둔 C씨는 담당교수에게 통사정했고, 교수는 정상을 참작해 기말고사를 리포트로 대체하는 조건으로 학점을 줬다.
입사가 취소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졸업장을 받기까지는 여전히 가야할 길이 먼 학생들도 있다.
모 사립대 불문과의 A씨는 2007년 10월 은행에 취직해 1년 이상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지금도 여전히 `재학생' 신분이다.
특정 교양필수과목의 수강신청을 놓친데다 은행 연수기간과 기말고사가 겹치는 바람에 지난해 2월 졸업장을 손에쥐지 못했던 것이다.
A씨는 부족한 8학점을 채우기 위해 두 학기를 더 등록하고 졸업예정자 자격으로 입사했지만 회사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아 이번에도 자칫 졸업이 연기될까 걱정하고 있다.
채용전문기업 코리아리크루트의 김종호 팀장은 6일 "졸업문제로 취업이 취소된 경우라면 나중에 다시 같은 기업에 입사하기가 쉽지 않다. `철저한 자기관리'를 요구하는 대기업은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사태를 막을 유일한 방법은 구직자 스스로의 노력뿐"이라며 "채용이 확정되고 출근을 시작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늦춰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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