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병수 조준형 유현민 기자 = 북한은 21일 개성공단사업과 관련, 임금.토지사용 등 남측에 부여했던 모든 제도적 특혜조치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00년 8월 현대아산과 북한당국간 개성공단 개발 합의서 채택으로 시작된 개성공단 사업은 최대의 위기에 봉착하게 됐으며 상당 정도 사업차질이 예상된다.
북한 당국은 이날 개성공단에서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남북 당국자접촉에서 개성공단 사업운영과 관련, 이처럼 일방 통보하고 기존 계약을 재검토하기 위한 협상을 남측에 제안했다고 통일부가 전했다.
남측은 이날 접촉에서 23일째 억류돼 있는 개성공단 근로자 유모씨를 조속히 석방할 것을 요구하며 접견과 신병인도를 촉구했으나 북측은 억류자 문제는 이번 접촉과 무관하다며 이를 거부, 접견이 성사되지 못했다.
남북은 이날 7차례 예비접촉을 갖는 등 진통 끝에 오후 8시35분부터 22분간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사무실에서 접촉을 가졌으나 의제에 대한 논의없이 각자의 주장만을 통보하는 등 공방을 벌였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측은 이날 접촉에서 "개성공업지구 사업을 위해 남측에 주었던 모든 제도적인 특혜조치들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겠다"며 북측 노동자들의 임금을 현실에 맞게 재조정할 것과 당초 10년간 부여했던 토지사용료 유예기간을 6년으로 앞당겨 내년부터 적용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맞서 남측은 북한이 현대아산 근로자 유씨를 억류하고 있는 것은 남북합의서 위반이라며 접견과 즉각 신병을 인도할 것을 요구했다.
남측은 또 북측에 ▲남북합의서 무효 선언 등 긴장조성 행위 즉각 철회 ▲육로통행 및 체류제한 조치 철회 ▲국가원수 비방.중상 즉각 중지 등을 요구하고 개성공단 출입.체류문제 등을 포함해 남북관계 현안 해결을 위한 당국간 차기 접촉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남측은 북한이 남측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참여 방침에 강력 비난.반발하고 있는 데 대해 "한반도 수역에서는 남북해운합의서가 적용되기 때문에 대결포고.선전포고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북측에도 동참을 촉구했다.
하지만 북측은 유씨 억류사건은 이번 접촉과 무관한 사안이라며 남측의 요구를 거부, 유씨 신병인도는 물론 접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접촉에서 남북 양측은 공통된 의제에 대한 논의없이 서로 자기측 입장만을 일방통보하는데 그침으로써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 북측은 개성공단 기존 계약 재검토를 위한 협상을, 남측은 개성공단 출입.체류 문제를 포함해 남북관계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차기 접촉을 제의했다는 점에서 향후 남북간 대화와 접촉이 계속될 여지는 남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편, 이날 북측이 자신의 입장을 담은 통지문을 읽은 뒤 남측도 통지문을 낭독하자 북측이 이를 제지, 남측은 통지문을 북측에 전달했다.
하지만 이후 북측은 남측 대표단이 머물고 있던 개성공단관리위원회로 찾아와 남측 통지문을 반환했다고 통일부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