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오는 9일부터 20일까지 실시되는 한.미 '키 리졸브' 합동군사연습을 이유로 "군사연습기간 우리측 영공과 그 주변, 특히 우리의 동해상 영공 주변을 통과하는 남조선 민용 항공기들의 항공안전을 담보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선포했다고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이 5일 보도했다.
조평통은 이날 대변인 성명에서 "한.미의 무분별한 북침전쟁연습 책동으로 조선반도(한반도)에서 그 어떤 군사적 충돌사태가 터질지 알 수 없게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북한의 이러한 발표는 한미 합동군사연습으로 인해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상황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을 부각시키는 한편 남한 민항기의 운항에 경제 및 안전상의 부담과 불편을 지움으로써 남북관계 악화가 남한 경제 등에 불리하다는 자신들의 주장을 실증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이날 조평통 대변인 성명이 북한의 영공 가운데서도 "특히 우리의 동해상 영공 주변"이라고 말한 것은 동해쪽에 있는 함북 화대군 무수단리 장거리 미사일 발사기지를 가리킨 것으로 풀이된다.
성명은 또 키 리졸브에 대해 "미국에 새 행정부가 들어선 후 처음으로 벌리는" 것이라고 지적해, 오바마 새 행정부를 겨냥하기도 했다.
성명은 이번 키 리졸브에 대해 "전쟁연습 기일을 지난해보다 2배나 늘이고, 훈련 내용을 더욱 도발적인 것"으로 바꾸는 등 "이번처럼 도발적이고 위험한 성격의 합동군사연습이 벌어지기는 처음"이라고 주장하고 키 리졸브, 독수리 등 합동군사연습은 "우리 공화국(북한)의 존엄과 자주권에 대한 엄중한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성명은 특히 이번 군사연습은 "정치.군사적 대결해소와 군사적 충돌방지와 관련한 북남합의가 전면무효화된 상태에서" 실시되기 때문에 "임의의 순간에 실전으로 넘어갈 수 있는 매우 위험천만한 전쟁행동"이라며 지금 한반도에는 "군사연습 과정에 있을 수 있는 사소한 우발적 사건도 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을 아무런 법적, 제도적 장치도 없다"고 긴장도를 높였다.
이어 성명은 한.미에서 '선제타격'이나 '요격'론이 나오는 것을 "상대방(북한)이 가만히 앉아 지켜보기만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며 "현실은 이번 북침전쟁연습이 일개의 군사연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면전쟁으로 번져질 수 있는 위험한 도화선으로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성명은 또 북한이 하늘과 땅, 바다에서 "어떤 사소한 도발이나 도발적 징후에 대해서도 절대로 용납하지 않고 단호하고 무서운 불벼락을 안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북측 성명으로 인해 국내외 항공사들이 이용하는 캄차카 항로(동부 시베리아 항로)는 당분간 이용하기가 어렵게 돼 북태평양 항로 등 '우회 항로' 이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북한은 지난 1998년 서방세계에 '평양 비행정보구역(FIR)'을 개방해 남한을 비롯해 각국 항공사의 미국 및 유럽 노선 일부가 북한 영공을 통과하고 있다.
캄차카 항로는 미주 동부 앵커리지 상단과 캄차카 반도를 지나 북한의 동해 상공과 그 주변을 통과하는 경로로 이뤄져 있으며 미국 뉴욕, 워싱턴, 시카고 등 동.중부 지역과 사할린, 블라디보스토크, 하바로프스크 등 러시아 극동 지역을 운항하는 항공기들이 이 항로를 이용 중이다.
북태평양 항로를 이용할 경우 항공기 운항시간은 평균 40여분이 더 소요된다고 항공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2006년 10월초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때도 당시 건설교통부 항공안전본부는 캄차카 항로를 이용하는 여객기에 대해 한시적으로 태평양 항로로 변경해 운항하도록 지시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