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준형 임주영 기자 = 북한이 9일 시작한 `키 리졸브' 한.미합동 군사훈련을 빌미로 남북 육로통행을 관리하는 군 통신 채널을 끊고 개성공단 관계자들의 왕래를 차단했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 체류자 573명과 금강산 지구 체류자 43명, 기타 지역 5명 등 현재 북에 체류하는 우리 국민 621명의 신변 안전 문제가 현안으로 부상하면서 남북관계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조성되고 있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이날 새벽 3시께 낸 성명에서 20일까지 진행되는 한.미간 '키 리졸브' `독수리' 군사훈련 기간 동.서해지구 남북 관리구역(금강산.개성공단)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보다 엄격한 군사적통제를 실시하게 될 것"이며 남북간 "군통신도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은 또 "자주권과 신성한 영토, 영해, 영공을 침범하는 적들의 사소한 적대행위에 대해서도 그 즉시 무자비한 군사적 행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군 통신선을 차단, 입.출경을 허가하지 않음에 따라 당초 이날 오전 경의선 육로를 통해 방북할 예정이었던 개성공단 관계자 등 726명의 발이 묶였다. 또 이날 오후 3,4,5시 3개 시간대에 걸쳐 귀환할 예정이던 우리 국민 80명도 귀환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남측 인사들의 자유로운 귀환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 개성공단 등지의 우리 국민들이 사실상 고립되는 것은 물론 유사시 억류될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사태가 심각한 국면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정부는 이날 통일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제반 남북합의에 의거, 개성공단과 금강산 지구의 출입과 통신이 원만히 보장될 수 있도록 북한이 이번 조치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호년 대변인은 "정부는 북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현지에 있는 우리 국민들의 신변 안전에 최우선적 목표를 두고 일을 추진 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개성공단관리위는 북측 당국에 우리 인원의 귀환이 이뤄지도록 협조할 것 등을 요구했지만 북측은 이에 대해 `상부의 지시를 받지 못했다'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주(週)당 한번 왕래가 이뤄지는 동해선 육로의 경우, 10일 금강산 지구로 우리 측 인원 60명이 방북하고 60명이 귀환할 예정이지만 이들의 왕래도 불투명한 상태다. 아울러 경의선 육로를 통한 왕래 역시 9일 오후까지 남북간 출입 계획 통보가 이뤄지지 못함에 따라 10일 중 이뤄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는 10일에도 북한의 태도가 바뀌지 않을 경우 보다 강경한 톤의 대북 성명을 내고 북을 압박한다는 복안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양국은 이날 국군 2만여명과 주한미군 1만2천여명 및 해외주둔 미군 1만4천여명 등 양국군 4만6천여명이 참가하는 `키 리졸브' 훈련을 시작했다.
남한 전역에서 실시되는 이번 훈련에는 예년 수준인 주한미군 1만2천여명과 해외주둔 미군 1만4천여명 등 미군 2만6천여명이 참가한다.
미국 제3함대 소속 핵 추진 항공모함인 9만6천t급 `존 스테니스'호와 핵잠수함, 이지스 구축함 등 10여척의 함정이 훈련에 투입된다.
한.미는 또 방한 중인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우리 외교.안보 당국자들간 연쇄회동을 갖고 이번 사태와 장거리 로켓 발사 움직임 등 북한의 도발에 대한 한미 공조 방안을 협의했다.
보즈워스 대표는 "남북 간의 소통 증진은 한반도 비핵화와 긴장을 완화하려는 우리 노력의 핵심 요소"라면서 북측의 이날 조치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