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동부전선 최전방 철책의 한 부분이 절단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민간인이 월북했다는 북한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커졌다.
합동참모본부는 27일 남한 주민이 자진 월북했다는 북한의 주장과 관련, "전 군사분계선에 걸쳐 철책 훼손 흔적을 정밀 점검한 결과, 동부전선 22사단에서 철책이 절단되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철책이 뚫린 곳은 강원도 고성군의 최전방 철책으로, 1차 조사 결과 가로 30cm, 세로 40cm 규모로 절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군사분계선 남쪽으로 철책이 3중으로 되어 있는데 현재까지 확인 결과, 남방으로 맨 아래쪽의 철책이 절단된 것을 식별했다"면서 "해당 부대에서 합동심문조를 구성해 철책 절단 상황과 당시 철책 경계근무 상황 등을 정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머지 2개 철책도 절단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에서 남측 주민이 자진월북했다고 주장한 것이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 핵심관계자도 "남측 주민이 월북했다는 북한의 주장이 맞는 것 같다"며 "해당 주민은 폭력혐의로 수배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합참은 이와 관련, "월북한 강동림은 2001년 9월18일부터 2003년 11월10일까지 철책선이 절단된 부대에서 근무한 적이 있으며 올해 9월12일 폭행사건 등으로 9월25일 지명수배돼 경찰에 쫓기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강 씨는 부대 근무 당시 GOP(전방관측소)의 기관총 사수로 근무해 철책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었던 것으로 군은 추정하고 있다.
이날 앞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남한 주민 강동림(30)씨가 26일 동부전선 군사분계선을 넘어 자진월북했다"며 "그는 2001년 9월부터 2003년 11월까지 남조선군 22사단 56연대 3대대 9중대 1소대에서 근무했고 삼성 반도체회사 노동자로 있다가 퇴직해 의거하기 전까지 벌교읍의 어느 한 돼지공장(양돈장)에서 일했다"고 보도했다.
남쪽에서 철책을 뚫고 북쪽으로 넘어간 사례는 2004년 10월 강원도 철원군 육군 열쇠부대 책임지역의 GOP 3중 철책 절단 사건 이후 처음이다. 당시 군은 30대 초반의 남자로 추정되는 민간인이 월북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듬해 6월엔 북한군 초급병사 1명이 강원도 철원군 대마리 인근 최전방 철책을 뚫고 남쪽으로 내려왔다.
군 당국은 이번 철책 절단 사건이 군의 대북경계태세와 직결된 문제라고 보고 조사 결과에 따라 지휘책임을 묻는 한편 재발방지책을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