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재현 기자 = 국회는 21일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열어 정운찬 후보자에 대해 총리로서 갖춰야 할 도덕성과 자질을 강도 높게 검증했다.
22일까지 이틀간 진행되는 총리 청문회 첫날 여야는 세종시 사업추진 방향 등 주요 정책 과제와 현안에 대한 견해를 집중적으로 따지는 한편 위장전입, 병역기피, 다운계약서, 세금 탈루, 국가공무원법 위반, 논문 중복게재 등 주요 의혹 검증에도 초점을 맞췄다.
야당은 특히 정 후보자가 세종시 건설 문제에 대해 행정 비효율을 들어 사업 방향이 수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점을 놓고 정치적 야심 때문에 학자로서의 소신을 저버렸다고 맹비난하는 등 파상공세를 폈다.
충청권을 지역 기반으로 한 자유선진당이 총리지명 철회를 당론으로 정한 가운데 민주당은 세종시 문제를 총리 인준과 연계한다는 방침이고,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세종시 원안 추진을 놓고 의견이 맞서고 있어 정 후보자가 소신을 굽히지 않을 경우 정국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이날 청문회에 앞서 민주당 이시종 양승조, 선진당 이상민 의원은 세종시 건설대상 지역인 충남 연기군 주민들과 함께 국회 앞에서 규탄대회를 갖고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정 후보자 지명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한마디로 정운찬 후보자는 없는 비리가 없는 '비리 백화점'"이라며 "국민을 대신해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정부 정책이 한나라당의 정책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한 뒤 "세종시가 문제있다고 지적하는 것은 총리 개인의 소신"이라며 야당의 인준 연계 방안을 정략적 태도라고 비판했다.
세종시 수정 추진론에 대해 야당 의원들은 정 후보자가 청와대 등 여권 핵심부와의 사전 교감 속에 소신을 바꿨다고 주장하면서 '코드맞추기'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 김종률 의원은 "충청 출신 총리를 내세워 정권의 뜨거운 감자인 세종시를 입맛에 맞게 축소, 변질시키겠다는 `이충제충'(以忠制忠)이라는 말이 있다"고 주장했고, 같은 당 백원우 의원은 "세종시에 반대하는 수도권 친이(친이명박) 직계의 환심을 사 당내 정책 기반을 만들려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세종시 문제의 핵심은 어떻게 하면 혈세를 계속 낭비하지 않고 자족능력을 갖춰 발전할 수 있는지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것"(나성린), "국무총리는 국익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정옥임)고 반박하며 정 후보자의 입장을 옹호했다.
위장전입 등 각종 비리 의혹을 놓고도 정 후보자와 여야 의원들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병역기피 의혹과 관련, 민주당 백원우 의원은 정 후보자가 77년 병역을 면제받기 전인 70년 미국 마이애미대학에 제출한 입학허가신청서에 `병역을 면제(exempted)받았다'라고 기재했다고 주장하면서 "해외유학을 통해 면제받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 후보자는 "당시 미국은 월남전으로 징병제여서 대학원에 지원할 학생들한테 병적사항 물었던 것 같다"며 "저는 한국 사람이어서 `해당사항 없음'으로 하는 게 맞는데 대학 졸업후 영어로 된 공문서를 처음 봐서 그렇게 적었다"고 해명했다.
야당은 또 정 후보자 부인이 88년 2월 주소지를 경기 포천으로 옮겼다가 두 달마에 원주소인 서울 방배동으로 이전한 것은 위장전입이라고 주장했으나 정 후보자는 "전원생활을 하려고 주소지를 잠깐 옮겼다가 포기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세금 탈루 의혹과 관련, 민주당 김종률 의원은 "2004∼2008년 1억5천여만원의 인세 수입을 올렸지만 종합소득세에는 신고하지 않았고, 방배동 아파트의 취득가격을 축소하는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5천200만여원의 취득.등록세도 탈루한 의혹도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정 후보자의 발표 논문을 검토한 결과 논문 중 23편은 중복게재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