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미디어법이 강행처리될 때 대리투표 행위가 있었는지를 놓고 여야의 `진실게임'이 벌어진 가운데 22일 헌법재판소에서 진실 규명을 위한 영상 검증기일이 열렸다.
법률의 위헌성 여부를 주로 판단하는 헌재가 사실 관계를 확인하려고 영상자료를 놓고 검증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 등 야당과 한나라당ㆍ국회의장단 측은 이날 오후 헌재 회의실에서 송두환 재판관 주재로 열린 권한쟁의심판 검증기일에서 서로 낸 영상 자료를 근거로 들며 대리투표 여부 등을 놓고 격렬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증거로 제출된 10개의 영상을 대형 화면에 상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검증 과정에서 양측은 한 장면 한 장면을 레이저포인터로 가리켜가며 서로 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야당 대리인들은 이화수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7∼8명이 혼란스러운 국회 본회의장 분위기를 틈타 다른 의원 자리에 있는 투표용 터치스크린을 작동했다는 주장을 폈다.
한나라당과 국회의장단 대리인들은 화면 속에 나온 인물들이 야당 쪽에서 주장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대체로 맞지만 이것만 갖고는 이들이 대리투표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맞섰다.
또 일부 남의 터치스크린에 손을 댄 의원들이 있으나 이 또한 야당 의원들이 한나라당 의원 자리에서 반대표를 찍은 경우가 있어 이를 바로잡기 위해 취소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날 검증은 대리투표가 있었는지를 최종적으로 가리는 것이 아니라 송 재판관과 당사자들이 화면을 함께 보며 `이화수 의원이 앞 자리인 조해진 의원석에 손을 뻗는 장면이 있었다'는 정도의 기초적인 사실 관계를 정리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양측이 한 장면 한 장면의 해석을 놓고 격론을 벌이는 바람에 첫번째 3분짜리 영상 하나를 확인하고 사실 관계를 정리하는 데에만 1시간30분 이상이 걸리기도 했다.
송 재판관은 "지금까지 헌법재판소가 검증을 할 기회가 많지 않았고 더구나 영상자료 검증은 예상을 못 했다"며 전례 없는 영상검증 기일 진행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1차 공개변론을 열었던 헌재는 29일 한 차례 더 변론을 열고 각종 증거를 바탕으로 심리한 뒤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민주당, 민노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등 야당 의원 93명은 7월23일 방송법 등 4개 법안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며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setuz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