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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이 꿈을 이루게 한다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시고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로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 길을 헤맬 것입니다.’

왠지 두 눈에 물기를 머금게 하던 릴케의 ‘가을날’이다. 지금 이 시를 읊조릴 수 있다면 너는 분명 아름답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좋은 시란 우리 마음 깊은 곳에 숨은 찬란한 사랑을 밖으로 드러내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릴케와 루 살로메의 사랑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니체의 청혼을 거절했던 당시의 유명작가 루 살로메는 릴케보다 14세 연상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1897년 당시 22세의 병약한 무명시인 릴케를 선택했고, 그들은 뮌헨 근교의 농가에서 보헤미안적인 생활을 보낸다. 둘은 두 차례에 걸쳐 러시아 여행을 했고, 여기에서 릴케는 시인으로서의 숨은 감성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3년여의 열애 끝에 루 살로메는 릴케의 예술적 천재성에 자유를 주기 위해 떠났고, 커다란 아픔 속에서 릴케는 ‘두이노 비가’를 쓴다.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릴케와 루 살로메가 열정적인 사랑을 나눌 수 있게 한 것은 바로 감성일 것이다.

‘내 눈빛을 지우십시오. 나는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내 귀를 막으십시오. 나는 당신을 들을 수 있습니다. 발이 없어도 당신에게 갈 수 있고 입이 없어도 당신을 부를 수 있습니다.’

릴케는 루 살로메를 향해 그런 시들을 바쳤고, 그녀는 끝내 그의 서정적 공격에 두 팔을 벌리고 말았을 것이다.

“문화를 바꾸는 것은 메모를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사람들의 감성에 호소해야 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것을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문경영인 루이스 거스너(Louis Gerstner)는 1990년대 초 작아져가는 IBM을 살리기 위해 입사했을 때 그런 말을 했다.

모든 것이 닫히면서 생각이 자라나는 가을이다. 자, 잊을 뻔했던 저 릴케의 ‘가을날’을 소리내어 읊조려 보라. 그리고 아무도 몰래 울어도 보라. 너의 내부에 살아 있는 찬란한 사랑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것이 감성이다. 그 감성이 마침내 네가 진정으로 바라는 그 모든 것들을 이루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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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봉사활동으로 채워지는 꿈 영원히 미성년에 머물러 있을 줄 알았던 내가 성년이 되었다. 봉사활동을 즐겨 하던 어린아이는 어느덧 스물두 살의 대학교 3학년이 되어 ‘청소년’의 끝자락을 향해 가고 있다. 몇 년간 봉사해 오니, 이것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는 작은 불씨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진로를 향한 작은 불씨는 단순히 봉사활동으로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아닌, 직업으로 삼아 다양한 연령층을 위해 복지를 지원하고, 클라이언트의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큰 불씨로 번지게 되어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였다. 대학교에서 한 첫 봉사활동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독거노인분들께 ‘편지 작성 및 생필품 포장, 카네이션 제작’이었다. 비록 정기적인 봉사는 아니었지만, 빼곡히 적은 편지를 통해 마음을 전해 드릴 수 있었기에 뜻깊음은 배가 되었다. 하지만 조금의 아쉬움은 있었다. 봉사활동이라고 하면 직접 대상자와 소통할 줄 알았는데 해당 봉사는 대상자와 면담하지 못하고, 뒤에서 전달해 드리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장애아동어린이집‘에서 활동한 겨울 캠프 활동 보조일 것이다. 이곳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동들이 다른 길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