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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을 훔치고 있나?

춤은 인류가 가장 먼저 만들어낸 원초적인 예술 양식일 것이다. 어떤 도구도 없이 그저 몸의 움직임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 낼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무용은 미술, 음악, 문학 등 다른 분야에 비하면 훨씬 늦게 현대화되었다. 다른 장르의 예술들이 초현실주의나 다다이즘 따위를 거치면서 현대화의 세례를 흠뻑 받았다면, 무용은 1920년대 즈음에서야 비로소 큰 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었다. 전통과 형식에 얽매여 있던 무용계에 변혁의 바람을 몰고 온 사람 중 하나가 바로 미국의 마사 그레이엄(Martha Graham)이다.

그레이엄은 무용에 있어서 두 가지 혁신의 모습을 보였다. 하나는 정형을 고수하는 고전 발레에 대해 반기를 든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서양에서는 기예 정도로만 여기던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민속 무용에 대한 관심과 포용이었다.

그녀는 전설적인 무용학교 데니숀(Denis-Shawn)에서 수업을 받았다. 그레이엄은 움직임의 이론을 세우고 동양의 무용을 서양의 것과 접목하면서 음악의 시각화를 시도했다. 칸딘스키의 그림을 보고 “나는 이 그림처럼 춤을 추겠다”고 했다. 예술에 있어서 독창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자기만의 의상과 무대장치와 소도구 등을 동원했다. 그리하여 그레이엄은 ‘내면의 풍경’을 몸으로 표현하는 독보적인 예술가로 자리해 갔다.

그레이엄은 늦은 밤까지 자신의 일에 대해 일일이 기록했다. 타자기가 놓인 작은 탁자를 침대 위에 올려놓고 베개로 등을 받친 채 글을 쓰곤 했다. 하루의 체험은 곧 예술적 상상력의 보물창고였다.

“나는 도둑입니다. 하지만 부끄럽지 않습니다. 플라톤이든 피카소든 최고의 인물에게서 생각을 훔칩니다. 나는 도둑인 것을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나는 내가 훔친 것의 진가를 알고 있고, 늘 소중하게 간직합니다. 물론 나만의 재산이 아니라 내가 물려받고 물려줘야 할 유산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인생을 이해한 방식에서 많은 걸 얻지요. 우리가 마음 깊이 흡수한 것이 보석처럼 우리의 존재를 이루는 겁니다.”

유난히도 자존심이 강해 안경 쓴 모습조차 남에게 보이기 싫어했던 그레이엄은 “나는 무척 춤을 추고 싶다. 언제나 무용을 그리워할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나는 지금 무엇을 훔치고 있는가? 그리고 나는 과연 내가 한 일들을 그리워하며 세상을 떠날 수 있을까? 오늘 하루만이라도 스스로에게 따져 물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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