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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없는 발걸음도 사랑하라

일본 최대의 호황기. 그때 일본 경제를 앞장서 이끈 인물이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다. 우리나라 사람 역시 그의 브랜드 ‘내셔널’과 ‘파나소닉’을 한번쯤 써보지 않은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는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초등학교 4학년때 학업을 중단하고 살길을 찾아 오사카로 갔다. 소년 마쓰시타는 구두닦이, 사환 등으로 지내다가 17세 무렵인 1910년 오사카전등(大阪電燈)의 견습공으로 들어갔다. 1918년 그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조그마한 전기용품 공장을 차렸다. 전기 소켓을 만드는 작은 규모의 작업장이었다. 남의 회사에 다닐 때는 쉬워 보였는데, 막상 직접해보니 운영이 쉽지 않았다. 자재비, 임대료, 인건비 등의 자금은 늘 달랑달랑했다.

하루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어느 날 저녁이었다. 마쓰시타는 이런저런 걱정에 싸여 골목길을 힘없이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그때 어느 집에선가 두 자매가 다투는 소리가 담장 너머로 날아왔다. 그는 그 자리에 서서 두 자매가 다투는 소리를 들었다. 한 사람은 다리미를 먼저 쓰겠다고 했고, 한 사람은 드라이어를 먼저 쓰겠다고 싸우는 중이었다. 당시는 전기기구를 쓰려면 일반적으로 백열전구를 끼우는, 이른바 ‘소켓’에 붙은 하나의 콘센트에 플러그를 연결하는 수밖에 다른 방도가 없는 시절이었다.

마쓰시타는 두 자매가 싸우지 않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궁리를 하며 여전히 쳐진 어깨와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을 향했다. 그리고 얼마 뒤, 그는 그 유명한 ‘쌍소켓’을 만들어냈다. 동시에 두 개의 플러그를 연결할 수 있는 이 쌍소켓의 대히트로 그의 조그마한 작업장은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고, 오늘의 마쓰시타전기산업(松下電器産業)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그날 내가 고민에 싸여 힘없이 그 골목길을 터벅터벅 걷지 않았다면, 만약 내가 빨리 걸어 지나갔었다면, 오늘날의 마쓰시타는 없었을 것이다.”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훗날 자신의 회고록에 그렇게 썼다.
청춘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생각보다 자주 그 어깨에 힘이 빠진다는 것이다. 이루어놓은 것은 아직 보잘것없고, 남겨진 커다란 미래는 괴물처럼 무섭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힘없는 청춘의 어깨여, 흔들리는 발걸음이여, 두려워하거나 물러서지 마라. 오히려 초라해 보이는 너의 그 어깨와 발걸음을 사랑하라. 힘찬 걸음걸이로는 지나치게 될 다른 세계를, 힘없는 발걸음이 찾아내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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