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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 종

시라는 걸 쓰고 또 오랫동안 방송국 피디로 호구했던 나는 언어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사는 편이다. 특히 FM방송에선 음악과 함께 중요한 것이 말인데, 지금처럼 외모 지상주의가 만연하기 이전의 라디오 방송은 말 잘하는 사람이 잘 나가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지금 방송은 너무나 많이 달라졌다.

세상엔 대략 6,000여개의 언어가 존재하고 있다는데, 컴퓨터나 미디어의 발달로 변형되고 왜곡되어 사라지는 언어는 더 늘어나고만 있을 것이다. 한 언어학자의 말에 의하면, 지금 지구상엔 단 한 사람만이 사용할 수 있는 언어도 있다 하니 그 사람이 죽고 나면 그 언어는 영원히 사라질 것 아닌가. 멸종되는 동식물처럼 언어의 세계에도 멸종이 있는 것이다.

컴퓨터를 보면 문자를 대신해서 ‘아이콘’이 나오는데, 아이콘(Icon)이란 말은 원래 히브리어로 ‘그림’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그 아이콘들을 보며 나는 인류가 선사시대로 되돌아가야 하는 건 아닌지 상상할 때가 있다.

언어와 문자는 인간의 삶이 복잡하게 변하는 정도만큼 복잡해지는 것이니 단순하게 살았던 선사 시대의 인간에겐 그림이 좋은 표현 수단이었을 것이다. 거북이와 고래 같은 것들이 바위에 새겨져 있는 울산 반구대의 암각화를 보며 나는 선사시대의 그림들이 컴퓨터의 아이콘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콘을 누를 때마다 선사시대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언어뿐 아니라 시 또한 그림이 되면 어떨까? 무슨 뜻인지 알아볼 수도 없는 시, 독자보다 시인이 더 많은 시, 독자는 없는데 자기들끼리 상 주고 추켜세우고 하는 그런 시보다 고래나 거북이를 그려 넣는 건 어떨까?

말이나 문자 대신 컴퓨터에 앉아 그림으로 대화를 하는 현대인들은 더욱 더 고독해지고 개인주의적으로 되어가고 있다. 변형되고 왜곡되어 심각한 지경에 다다른 방송 언어 대신 모든 방송에 그림을 사용해 언어를 없애버리는 것도 흥미로운 실험이 될 것이다.

말을 주 무기로 하는 라디오에까지 말을 없애는 시도를 해 보는 건 어떨까. 지금 내가 준비하는 방송은 침묵의 방송이다. 기형의 언어로 대중을 무뇌아 상태로 몰아가는 그런 방송들을 멸종시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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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봉사활동으로 채워지는 꿈 영원히 미성년에 머물러 있을 줄 알았던 내가 성년이 되었다. 봉사활동을 즐겨 하던 어린아이는 어느덧 스물두 살의 대학교 3학년이 되어 ‘청소년’의 끝자락을 향해 가고 있다. 몇 년간 봉사해 오니, 이것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는 작은 불씨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진로를 향한 작은 불씨는 단순히 봉사활동으로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아닌, 직업으로 삼아 다양한 연령층을 위해 복지를 지원하고, 클라이언트의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큰 불씨로 번지게 되어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였다. 대학교에서 한 첫 봉사활동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독거노인분들께 ‘편지 작성 및 생필품 포장, 카네이션 제작’이었다. 비록 정기적인 봉사는 아니었지만, 빼곡히 적은 편지를 통해 마음을 전해 드릴 수 있었기에 뜻깊음은 배가 되었다. 하지만 조금의 아쉬움은 있었다. 봉사활동이라고 하면 직접 대상자와 소통할 줄 알았는데 해당 봉사는 대상자와 면담하지 못하고, 뒤에서 전달해 드리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장애아동어린이집‘에서 활동한 겨울 캠프 활동 보조일 것이다. 이곳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동들이 다른 길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