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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언제나 같은 강도로 불지 않는다.

인간의 불안과 소외를 소설로 표현했던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삶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단어는 ‘불행’이었다.

유대인 상인 헤르만 카프카의 셋째 아들로 태어난 그는 두 형이 어려서 죽었으므로 세 여동생 앞에서 맏이로서의 역할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아버지는 전형적인 가부장적 인물이었다. 어머니 또한 남편에게 복종하면서 고된 사업을 거들고 있었지만 아들의 ‘글쓰기’를 이해하지 못했다. 카프카는 그런 아버지를 자신의 작품 속에 투영시켰다. 물질적 성공과 사회적 출세 외에는 바랄 것이 없는 거칠고 오만한 상점 주인 아버지는 소설 속에서 거인족의 일원으로, 무섭고 혐오스러운 폭군으로 등장한다.

소심하고 온순한 소년 카프카는 규율이 엄격한 알트슈테터 슈타츠 김나지움의 모범생이었다. 하지만 그는 권위주의적인 제도와 기계적인 학습과 인문과학을 비인간화시키는 교육이 못마땅했고, 프라하대학의 법학 공부도 애정 없이 치를 뿐이었다. 유대인이기에 프라하의 독일인 사회에서도 소외되고, 지식인이기에 유대의 유산으로부터도 소외되었던 것이 카프카의 삶이었다.

청년 카프카는 보험회사에서 일을 시작했으나 긴 근무 시간과 엄격한 요구 사항들은 늘 그의 목을 죄는 밧줄이었다. 25세 무렵 프라하의 보헤미아 왕국 노동자상해보험회사로 일자리를 옮겼지만 그에게 여유의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낮에는 회사 일, 밤에는 글쓰기의 이중생활은 고문과도 같았다. 카프카에게 있어 사랑도 오히려 아픔이었다. 펠리체 바우어와 가진 두 번의 약혼과 파혼, 밀레나 예젠스카 폴라크와 나눈 병적인 연애도 그를 즐겁게 하지는 못했다. 그는 마침내 노이로제와 폐병이라는 진단을 받기에 이른다.

병세가 깊어지자 카프카는 자신의 후견인 노릇을 하던 대학 때 친구 막스 브로트에게 남은 원고는 전부 없애고, 이미 출판된 책은 재판 발행을 중지시켜 달라고 유언했다. 그리고 그는 1924년 빈 근처 키를링의 요양원에서 숨을 거두었다. 친구는 그의 유언마저 들어주지 않았다. 브로트는 카프카가 남긴 원고들을 모아 책으로 펴낸 것이었다. 카프카라는 이름이 히틀러 점령시 불어와 영어 사용국에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할 무렵, 그의 세 누이동생들은 유대인 강제수용소에서 숨져갔다.

‘인간은 행복보다 불행 쪽이 두 배나 많다’

호메로스는 ‘오디세이’에서 그렇게 말했다. 무거운 짐을 진 소가 깊은 발자국을 남기고, 온실 속에서는 결코 큰 나무가 자랄 수 없는 법이다. 지금 불행하다고 느끼는가? 그렇다면 그것과 맞서거라. 그놈도 언젠가 지칠 때가 올 것이다. 바람이 언제나 같은 강도로 불지는 않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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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가해자들의 도피처, ‘심신미약’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선 잔인한 사건들이 보도된다. 서울 강서구 한 피시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청년이 잔인하게 살해됐다는 보도, 오피스텔 관리사무소에서 경비원 2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 2011년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성의 몸속에 손을 넣어 숨지게 했지만 상해치사로 종결된 사건 등이 그러하다. 이 잔혹한 사건들의 처리과정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가해자가 ‘심신미약’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실제 경비원 2명을 살해한 20대 남성은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지만 심신미약 주장이 인정돼 일부 감형되었고,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성을 살해한 가해자는 피해자에 입힌 상해 정도가 심각하지만 술에 취해 심신미약이었다는 이유로 4년형을 받았다.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심신미약을 이유로 처벌은 가벼운 수준에 그쳤다. 잔혹한 살인을 했음에도 ‘심신미약’으로 감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형법 제10조를 살펴보면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을 하지 않거나 형을 감경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 심신장애란 인지·지능·언어·정서·행위 등의 심신기능 면에 장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