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5.1℃
  • 맑음강릉 3.8℃
  • 맑음서울 -1.9℃
  • 박무대전 -2.5℃
  • 박무대구 -1.6℃
  • 연무울산 3.0℃
  • 박무광주 -0.2℃
  • 맑음부산 5.1℃
  • 맑음고창 -3.1℃
  • 구름조금제주 6.5℃
  • 맑음강화 -3.7℃
  • 맑음보은 -5.1℃
  • 맑음금산 -3.7℃
  • 맑음강진군 -1.2℃
  • 맑음경주시 -1.8℃
  • 맑음거제 2.9℃
기상청 제공

나는 어디에 있는가?

어릴 적, 캄캄한 영화관에서 극중 이야기에 빠져 있다가 밖으로 나왔을 때 방향이 온통 거꾸로 보이고 시간을 분간하기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 ‘지금’ ‘여기’ 눈앞에 펼쳐지는 일에 정신을 팔면 내가 어디에 있는지 때론 내가 누군지조차 잊어버릴 수 있다.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캐리비언의 해적 시리즈와 같이 일부러 시공간을 무시해 버리는 판타지가 넘쳐나고, ‘클릭!’ 만으로 다른 세계로 순간적으로 이동하는 요즘은 내가 있는 곳을 모르고 어떻게 관계를 맺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무척 헷갈린다. 불교적으로 보면 지금 내 앞의 모든 현상은 환영일 뿐이고 ‘나’라고 생각하는 것도 실체가 아닌 ‘인연’의 화합물일 뿐이니 오직
‘관계’와 ‘흐름’을 아는 것이 삶의 지혜라고 볼 수도 있다.

생각해 보면 새로운 세계를 연 사람들의 손에는 언제나 지도와 나침반이 들려 있었다. 유럽의 땅 끝이라는 까보다로까에 들렀을 때 포르투갈인들은 거친 대서양을 바라보며 여기가 어딘가라는 궁금증에서 세계로 세계로 나아갔음이 실감이 났다. 우리 학생들도 지도도 열심히 들여다보고 나를 있게 한 흘러온 시간에 대해서도 좀더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국제화의 선두를 달리는 우리 대학에 지구본이나 세계지도, 각국 지도, 하다못해 대구지도도 눈에 띄지 않는 것은 무척 아쉬운 일인 것 같다. 지구본과 지도는 맘만 먹으면 멋진 인테리어 효과와 실용성을 겸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컴퓨터로 지명을 클릭하는 것과 전체를 조망하며 상상의 나래를 펴는 것과는 전혀 의미가 다르다. 대구 지도를 들고 성주 방향으로 조금만 들어가 봐도 한개마을, 육신사, 성밖숲, 회연서원 등의 고즈넉한 시간의 흔적들이 있어서 흘러온 시간 속의 나를 발견할 수 있다. 뒷산인 궁산에 올라가 대구를 둘러싼 산들과 강, 우리 대학을 내려다보면 우주속의 나를 느낄 수도 있다.

유학, 단기연수, 인턴십 등, 해외로 해외로 러시현상이 일고 있지만 내가 가는 곳의 방향과 그 곳의 역사에 대해 호기심이 없는 학생들이 안타깝다. 많은 비용을 들여 다니는데 한낱 점과 점을 잇는 ‘순간이동’, ‘촬영 세트장’만이 되어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지도와 시각표를 들고 미지의 공간과 시간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어 ‘낯설음’과 ‘통함’을 체험하는 것이 바로 나를 발견하는 순간이다.

관련기사





[가까운AI] AI 킬러 활용법 – AI 검사기로 AI 글을 ‘내 글’로 바꾸기 “AI 검사기를 돌렸더니 ‘AI 생성 의심 90%’가 나왔습니다.” 한 교수의 말에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작 학생은 “저 AI 안 썼어요”라고 항변하지만, 검사 결과는 이미 교수에게 부담과 의심을 던져놓은 뒤다. AI 시대의 글쓰기는 교수도, 학생도 어느 한쪽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고 방식, 글쓰기, 평가 방식이 새롭게 바뀌는 과도기적 상황 속에서 모두가 혼란을 겪고 있다. ● 교수도 난감하고, 학생도 난감하다 AI 검사기는 문장 패턴과 구조를 기반으로 ‘AI일 가능성’을 제시하지만 절대적이지 않다. 교과서적 표현이나 정제된 문장을 자주 쓰는 학생일수록, 혹은 정보 기반 개념 정리를 하는 글일수록 AI 문체와 유사하게 보일 수 있다. 교수들은 “결과만 믿자니 학생이 억울해 보이고, 학생 말을 그대로 믿자니 책임이 생기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성실하게 썼는데 AI 비율이 높게 나오면 억울함과 불안감이 뒤따른다. ‘AI에게 개념만 물어보는 것도 AI 사용인가?’, ‘교정 기능은 어디까지 허용인가?’ 학생들은 AI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경계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느낀다. AI 검사기에서 오해가 생기는 주요 원인은 다음과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