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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니임, 휴강해요, 휴가앙”. 강의실에 들어가자 여학생들이 주도하는 함성이 나를 당혹하게 하였다. “왜 휴강해야 하는데?”라고 묻자 학생들 왈, 손지창이 드라마 촬영하러 학교에 오는데 구경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십수년 전에는 학생들이 이렇게 떼쓰듯 요구하면 못 이긴 척 들어주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내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휴강 얘기가 아니고 대명동 캠퍼스는 드라마나 영화 촬영 장소로 많이 애용되었다는 것이다. 옛 대학본부 건물 앞에서 자전거 타고 내려오는 모습이 하버드 대학의 교정으로 나오고, 본부 앞 국기 게양대가 ‘동감’이라는 영화에서는 시간을 초월한 만남의 장소로 묘사되기도 하였다. 예전 사회과학대학이 있었던 비사관 건물은 대학 강의동, 병원, 북한 노동당 본부 건물로 변신하여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기도 하였다. 태풍에 거목이 뽑혀 지금은 교정이 많이 달라졌지만 대명동 캠퍼스는 아름다운 경관을 갖고 있다.

성서 캠퍼스도 아름답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내가 우리 학교에 처음 부임하던 1983년의 성서 캠퍼스에는 이공대학 건물(현재의 백은관) 만 달랑 있었다. 신임교수 시절 건물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학교버스를 타고 성서에 처음 갔을 때 대구에 연고가 전혀 없던 나로서는 기독교 학교라서 지명도 성서구나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당시 성서지역은 아파트가 하나도 없는 황량한 벌판에 간간히 자연부락이 있었을 뿐이고 길도 자동차가 간신히 서로 교행할 정도의 좁은 길이었다. 그런데 당시 이공대학에 경제학, 사회학, 행정학 등 사회과학 관련 과목들의 개론이 교양과목으로 개설되어 있었다. 이들 과목은 대체로 신임교수들이 담당하였다. 그 때는 시내버스가 간간히 다니는 정도로 교통이 워낙 불편하여 그 시절 자가용이 없었던 교수나 학생들 모두 엄청 고생하며 다녔다. 스산한 늦가을, 사회과학개론 과목을 담당하던 교수들이 시내버스로 시내에 들어와 소주잔을 기울이던 기억이 새롭다. 그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의 성서는 상전벽해된 셈이다. 봄이 되면 매화, 개나리, 라일락, 철쭉 등 꽃들이 만발하고 등나무가 건물벽을 덮고 있는 성서 캠퍼스에서 공부하는 우리는 복받은 사람이다. 과연 우리는 아름다운 교정에 걸맞은 알맹이를 채우고 있을까? 학문적 열정과 낭만과 사랑을 교정에 채울 때 더욱 아름다워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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