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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첫 피아노'

동산의료원 박물관에 전시


늦가을이다. 주택가를 거닐다 보면 어느 집에선가 피아노 치는 소리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요즘은 거의 집집마다 한대 있을 정도로 피아노가 흔하게 보급됐다. 심지어 중고 피아노를 길거리에 내어놓고 누구든지 원하는 사람 가져가라는 메모까지 붙여 두고 있다. 중고 피아노 한대 값이 고물처리 하는 비용도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피아노가 처음 들어온 시기는 정확하지 않다. 그러나 대구 지역에 피아노가 처음 들어온 시기는 초기 동산병원 원장이던 존슨 박사(1869-1951)가 가져온 것이 효시다. 부산항에서 나룻배를 타고 낙동강을 거슬러 올라와 화원에서 하역한 다음 가마에 싣고 대구 읍성으로 들어왔던 것이다. 그 피아노가 현재 동산의료원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건반의 흰 쪽 부분이 떨어져 나간 곳이 많지만 아직 소리가 잘 울린다. 초등학생 시절 가정환경 조사를 할 때 피아노, 자전거, 라디오 등이 있는 지도 빼놓지 않고 조사했는데, 이는 신학기 마다 되풀이 됐다. 피아노가 있는 집은 부유한 집으로 인식됐던 것이다.

또 과외 시간에 학생들 앞에서 피아노 연주를 할 수 있는 친구는 몇 안됐다. 내 친구 김군은 초등 5학년 때 반 아이들 앞에서 ‘소녀의 기도’를 연주해 모두의 부러움을 샀었다.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 숙제는 피아노 건반을 실물 사이즈로 그려 합판에 붙여오기였다. 백건 52개, 흑건 36개, 모두 88개의 건반 모형을 방학 후 음악시간에 책상 위에 올려놓고 두 손으로 피아노 치는 연습을 했다. 피아노도 없이 연습을 시키고 선 실제 피아노로 실기시험을 치뤘으니 요즘 같으면 신문에 날 일이다.

대구에서 최초로 피아노 공개 연주회를 가진 때는 명확히 알 수 없다. 기록상 1933년 대구에서 개최됐던 전 조선주일학교 음악회 순서지를 보면 견신희 선생이 쇼팽의 즉흥 환상곡을 연주했고, 조희경 선생이 역시 쇼팽의 폴란드 무곡을 연주했다고 한다. 우리대학 음악대학의 오늘이 있기까지 특히 피아노과에서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양성된 그 배경에는 선구자들의 숨은 노력이 밑거름이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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