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공기가 맑아 집의 온 창문을 다 열었습니다. 어느새 쌓인 곳곳의 먼지도 털고, 언젠가 마감 세일이라는 말에 혹해 서둘러 집어 들었다 냉장고 한 쪽에서 시들해져가고 있는 음식들도 꺼내 버렸습니다. 물론 수건이며 실내복이며 하는 것들을 몽땅 집어넣어 세탁기도 돌렸습니다. 대충 집안일을 해치우고는 밖으로 나가봅니다. 집에서 나가 조금만 걸어가면 괜찮은 커피숍이 있어요. 마침 토요일이니, 씁쓸하지만 여운 있는 커피 한 잔 시켜 놓고 한참을 앉아 있을 요량입니다. 주문을 하고 커피를 받아 의자에 앉으니 휴일을 보내는 즐거움이 이보다 클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커피를 사며 함께 사게 된 몇 분간의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이 의자를 내 준 커피숍 주인에게 몇 번이고 감사 인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환대받았기 때문일까요? 『사람, 장소, 환대』는 누군가에게 ‘자리를 주는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장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사람은 자신이 머무르는 장소에 따라 그의 정체성이 변화합니다. 물론 그 장소에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느냐 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사람’은 인간과 다르지요. 사람은 사회적인 의미를 포함하는 인간입니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그와
몰랐을 때 인간은 극도로 편향적이 될 수 있다. 모른다는 것은 때로 신앙보다 더 확고한 핑계가 되어 맹목(盲目)에 가속기를 달아준다. 모르기에 떳떳할 수 있다고 (비겁하게도)스스로 ‘믿기’ 때문이다. ‘모른다’로 일관하던 자가 결코 보지 않으려던 그것을 ‘알게’ 되었다고 해서 생각이나 태도가 바뀌던가? 영화 <우상>이 던지는 숱한 질문 중 하나다. 이 영화는 악평을 각오하고 우리 사회의 뇌관을 찌른다. 막상 정곡을 찌르고 보니, 질문은 무더기로 사방에서 쏟아져 내린다. <우상>이 주는 일차적 당혹감이다. 봇물 터진 질문은 더 많은 의구심으로 분열한다. 감수분열의 속도로. 답은 어디선가 속수무책으로 붕괴해버렸다. 이 영화는 가파르게, 통회(痛悔)하는 영혼의 ‘진심’의 흔적을 따라갔다고 본다. 누군가가 돌이킬 수 없는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될 때란, 생명을 우선순위에서 배제하고 다른 것들을 중요시 여길 때다. ‘죽은 것’을 붙잡고 매달리느라 산 것들의 숨이 끊어지게 되는 일이다. 직접이든 간접이든 손에 피를 묻히고야 마는 일이다. 누가 누구를 짓눌러야 굴러가는 시스템을 (폭력적으로라도)지탱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피를 ‘제단’에 바쳐온 것일까
● 오페라 <팔리아치> 일시: 2019.4.26~4.27./ 장소: 대구 오페라하우스/ 문의: 053-666-6000 대구 오페라하우스는 이탈리아 작곡가 레온카발로의 서거 100주년을 기념하며 시즌 공연의 첫 작품으로 ‘팔리아치’를 선정했다. 이탈리아 남단에 위치한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루는 이번 공연은 그 당시 사람들의 거친 삶과 유랑극단의 모습을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다. 젊고 열정적인 무대를 느끼고 싶다면 ‘팔리아치’를 주목해보자. ● 전시 <Alex Katz> 일시: 2019.2.19~5.26./ 장소: 대구미술관/ 문의: 053-803-7900 대구미술관에서는 1960년대 이후 현대회화 대표 작가이자 가장 미국적인 화가로 손꼽히는 ‘알렉스 카츠’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1950년부터 현재까지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작가의 여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그의 그림을 보며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친 풍경과 가족의 소중함을 돌아볼 수 있다.
불교 사찰은 우리나라 문화재의 보고다. 사찰은 우리나라 문화재 중 절대다수를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연생태와 인문생태를 거의 온전히 보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찰 중 산신각은 우리나라 전통 산신 사상을 간직하고 있는 아주 중요한 문화재다. 전국 사찰에는 거의 예외 없이 산신을 모신 산신각을 두고 있다. 사찰에서 불교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산신을 모시고 있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이 산신을 숭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산신 숭배는 산이 많고, 산 없이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불교에서 우리나라 전통 신앙 중 하나인 산신을 포용한 것은 신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 지금도 사찰을 찾아 산신각에서 기도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내가 자주 찾는 경상북도 칠곡군 동명면에 위치한 송림사에는 보물 제189호 5층 전탑, 보물 제1605호 대웅전 내 향나무로 만든 목조석가삼존불좌상, 보물 제1606호 석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 조선 숙종이 직접 쓴 대웅전 편액 등 귀중한 문화재가 많다. 나는 송림사에 갈 때마다 대웅전 동편에 위치한 산신각과 소나무를 찾는다. 송림사 산신각은 전국의 산신각 중에서도 아주 작지만 매우 아름답다. 특히 송림사 산신각 옆에
처음 독립을 준비할 때만 하더라도 영화나 드라마, 혹은 SNS에서 보던 예쁘고 아기자기한 자취방을 꿈꿨을 것이다. 하지만 자취를 하며 마주하는 현실은 그리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3평 내지 5평, 이 좁디좁은 원룸은 청소를 해도 어딘가 너저분해 보인다. 며칠 신경을 쓰지 못하기라도 하면 자취방이 돼지우리로 변해버리는 것도 한순간. 쌓여있는 빨랫감과 설거지거리를 보고 있으면 한숨이 절로 나기 마련이다. 이렇게 자취방을 치워도, 치워도 어지러운 건 청소·정리 노하우가 부족해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공간 자체가 좁기 때문이다. 달랑 캐리어 하나 끌고 자취방에 들어왔다고 해도, 살다 보면 이런저런 짐이 늘어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취방은 제아무리 ‘풀옵션 원룸’이라 하더라도 수납공간은 최소한으로 구비돼 있다. 집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이고자 한다면, 자취방 꾸미기에 어느 정도는 투자를 하는 게 좋다. 먼저 본격적인 자취방 인테리어에 들어가기 전, 예산을 잘 세워둘 필요가 있다. 덮어놓고 이것저것 구매하다 보면 필요하지도 않은 물품 구입에 돈을 낭비할 수 있기 때문. 특히나 자취방은 3년 이상 오래 머무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계명대출판부 신간 극재의 예술혼에 취하다 김남희, 2018 이 책은 극재 정점식(1917~2009) 선생의 예술혼이 깃든 작품세계를 연대기로 나누어 살펴봄으로써 그의 삶과 예술을 엿보고자 하였다. 또한 극재 선생의 작품을 한국 근·현대미술사의 맥락 속에서 다루어, 선생이 추상을 지향하는 가운데서도 현실의 경험을 작품으로 승화시키고자 한 사실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극재 선생의 작가로서 뿐만 아니라 비평가 교육자로서의 면모를 함께 담아내고자 하였다. 그밖에도 선생의 작품세계를 다룬 비평가나 미술사·미술이론가들의 평문과 논고를 인용과 축약으로 소개하는 등 지역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추상화가로서 그의 삶과 예술을 널리 알리는데 초점을 두었다. ● 문의: 출판부 580-6233 동산도서관 신착 도서 스타벅스 웨이 조셉 미첼리, 2019 많은 커피 브랜드의 탄생과 소멸이 반복되고 있지만 스타벅스의 독주는 멈추지 않는다. 불경기임에도 불구하고 몇 년째 연 매출 1조 원을 달성하는 커피 브랜드의 비밀은 무엇일까? 뉴욕타임스 등 다양한 매체에서 선정한 베스트셀러 저자인 조셉 미첼리는 스타벅스의 성공 이유가 인간 중심의 ‘스타벅스 경험’에서 출발했기 때문
제1회 열린 재정을 활용한 대학(원)생 논문 공모전 응모분야: 논문/리포트, 기획/아이디어, 문학/수기 응모날짜: 2019.4.1.~2019.4.30. 2019 미래코 폐광지역 도시재생 공모전 응모분야; 기획/아이디어, 건축/건설 응모날짜: 2019.4.1.~2019.5.24. 2019 청주국제공예공모전 응모분야: 기획/아이디어, 디자인, 예체능 응모날짜: 2019.5.1.~2019.5.31. 2019 장애인 인식개선 대학생 영상 공모전 응모분야: UCC/영상 응모날짜: 2019.4.1.~2019.6.14. 2019 대학(원)생 재난안전 분야 아이디어 및 논문 공모전 응모분야: 논문/리포트, 기획/아이디어 응모날짜: 2019.6.1.~2019.8.31.
우리는 남의 잘못을 몰래 일러바치는 사람들에게 ‘고자질쟁이’라는 별명을 붙인다. ‘고자질’이라는 말의 어원은 조선시대 내관들의 입방아에서 유래되었다. 연산군은 내관들의 수군거림에 대해 “고자 놈들이 고자질을 한다.”고 말했고, 여기서 남의 허물이나 비밀을 몰래 일러바치거나 헐뜯는다는 뜻을 가진 ‘고자질’이라는 단어가 유래되었다.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조직 내부의 비리에 대해 고발을 하는 사람들이 ‘고자질쟁이’, ‘배신자’ 등의 오명을 쓴 채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한항공의 갑질을 고발한 박창진 사무장, 최순실 국정농단의 핵심내부고발자 노승일, 대한빙상연맹 내부고발자 심석희 선수 등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내부고발자들은 부당해고를 당하거나 파면·징계, 폭행·폭언을 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회는 내부고발자에 대해 방어적·보복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우리나라에는 내부고발자들을 보호하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있다. 2011년에 제정된 이 법은 공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신고한 사람 등을 보호하고 지원함으로써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형성되었다. 하지만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6년 7월까지 ‘공익 신고’
경주의 고분은 신라시대 지배층을 이해하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대략 2세기부터 6세기 중엽까지 축조된 인왕동고분군은 경주 중심부인 월성(月城)의 북쪽 지대에 분포하는 고분군들 가운데 가장 서편에 분포한다. 인왕동고분군은 주변에 월성을 비롯해서 첨성대 등 경주의 관광 명소에 가려 상대적으로 관심을 끌지 못하는 유적이지만, 경주의 그 어떤 유적보다도 가치 있는 곳이다. 인왕동고분은 아직 주인공이 누군지조차 정확하게 모르지만 그 자체로 아름다운 문화유산이다. 고분은 주인공이나 매장 유물에만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도 아주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인왕동고분군은 죽음이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미학의 가치를 지녔다는 것을 증명하는 문화유산이다. 인왕동고분군을 볼 수 있는 위치는 크게 세 곳으로, 그 중 많은 사람들이 찾는 지점은 첨성대 입구이다. 이곳에서 남쪽 겹겹의 산들과 더불어 고분군을 바라보면 눈이 멀 만큼 아름답다. 또 다른 곳은 계림의 숲이다. 계림에 들어가서 숲과 더불어 고분을 바라보면 환상적인 광경에 넋을 잃을 것이다. 다음은 인왕동고분군의 서쪽이다. 이곳 고분군 앞에 살고 있는 다섯 그루의 메타세쿼이아(이하 메타)와 더불어 고분을 바라보면 생명
내가 경험할 수 없는 세계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다는 것. 책 읽기의 큰 즐거움 중 하나이다. 또한 그것을 통해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이해와 통찰을 확장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일이다. 흔히 간첩이라 불리는 스파이의 세계는 영화나 소설을 통해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007’이나 ‘미션 임파서블’같은 유명한 영화 시리즈를 통해 접해 온 것처럼, 스파이는 대개 액션 히어로의 이미지로 소비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스파이를 소재로 하는 텍스트가 다양해지면서 소시민 생활인이나 좀 찌질하고 모자라는 캐릭터로 묘사되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경우든 대체로 흥미와 판타지의 소재로 스파이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그 세계를 오락적으로 소비할 뿐 제대로 이해하는 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한 번 읽어볼 만하다. 두 권으로 구성된 이 책은 실제로 활동한 우리나라 국가정보원 요원의 이야기이다. 단순한 스파이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북쪽에 접근하고 포섭되어 활동한 이중스파이의 이야기이다. 책 출간과 거의 동시에 상영된 같은 제목의 영화를 통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스토리를 접했을 것이다. 하지만 책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