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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별과제, 말할 수 없는 고통

거친 과제와 불안한 내 모습과 그걸 바라만보는 조원들

4월이 시험의 달이었다면 5월은 과제의 달이다. 발표, 리포트, 체험 보고서 쓰기 등 많은 유형의 과제들이 쏟아지고 있다. 개인이 혼자 제출하는 과제들도 있지만, 몇 명씩 조를 이루어 제출해야 하는 조별과제가 있는 수업도 있다. 조원 모두가 의견을 모으고 합의해 결과를 도출해야 하는 만큼 많은 문제가 생긴다. 여러 명이 같이하는 과제이기 때문에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과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무임승차자가 발생하기도 하고, 조원들끼리 의견 마찰로 인한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조별과제보다 시험이 낫다’는 의견도 생긴다. 이번 발자취에서는 조별과제에서 살아남는 법을 알아보고, 조별과제를 할 때 자신은 몇 점짜리 조원이었는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엮은이 말-


조별과제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은?
- 나, 이런 조원 만나봤다!

A학생(경영학·3)
: 다른 전공의 수업에 관심이 생겨서 그 수업을 수강한 적이 있어요. 과 동기 없이 저 혼자 듣게 된 수업이라 걱정이 많았어요. 혼자 수업을 들은 적이 없었으니까요. 거기다가 조별과제가 있는 수업이라 걱정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첫날부터 4명씩 조를 짜라고 하더라고요. 조원을 구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고 있는데 여학생 세 명이서 한명이 모자란다며 저에게 같이 조를 하는게 어떻냐고 물어봤어요. 저는 당연히 좋다고 했고요.

그런데 그 세 명이 너무 친해보이는거예요. 그래서 저도 친해져보려고 말도 걸어보고 조모임에 음료도 사가고 해봤어요. 그런데 모임을 할 때나 수업시간에 이유 없이 알게 모르게 자기들끼리 곁눈질하고 속닥거리면서 저를 보고 웃는거예요. 비웃음 당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죠. 과제에 대해 조원끼리 회의를 할 때도 제가 내는 의견은 무시하고 다수결로 하자며 막무가내로 의견을 밀어붙였어요. 결국 조과제가 끝날 때까지 소외당하는 기분이 들었고 그 전공에 대한 이미지도 나빠져서 그 전공 사람들 전체에 대한 편견이 생겼어요.

B학생(광고홍보학·2)
: 교양과목 조별과제를 하면서 그 조원은 자료조사, 저는 발표 자료를 만드는 역할이라 지속적으로 연락을 했어야 했는데 그 조원은 제가 보낸 메시지에 항상 늦게 답하고 잘 읽지도 않았어요. 발표 내용 중 수정해야할 문제가 생겨 연락을 취해보았지만 역시나 답은 오지 않았고, 결국 발표 20분 전에야 답장을 받을 수 있었어요. 자료조사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화가 났지만 어쩌면 다른 수업에서 마주치게 될지도 모르는 조원과 얼굴을 붉히고 싶지 않아서 체념하고 발표 당일 새벽에 제가 자료조사를 다시 했죠. 많은 교과목의 조별과제가 같은 조의 구성원이면 모두 동일한 성적을 받는 방식으로 성적책정이 이루어지는데 저는 팀원 간에 상호 기여도를 평가하여 기여를 많이 하지 않은 사람은 낮은 점수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C학생(국어국문학·2)
: 역할이 한 사람에게 과중되지는 않았는지, 각 조원이 맡은 바 책임을 다했는지, 분위기는 어땠는지 등을 교수님이 자세히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모두 같은 점수를 받게 되는 것 자체가 좋은 평가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조별과제 활동일지를 써서 조원 모두가 과제를 이해하고 맡은 역할을 잘 수행했는지에 대한 개별평가가 필요합니다.

저는 예의없는 조원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 조원은 자기가 보낸 메시지에 답을 하지 않으면 답장을 재촉하고 투덜대면서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곤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도 않았고, 조모임을 할 때 지각도 자주 했었습니다. 화를 내고는 싶었지만 조원이 저 보다 나이가 많아서 화를 낼 수도 없었습니다.

D학생(문헌정보학·4)
: 저는 조장이었는데요, 일단 조원들 중에 나이가 가장 많다는 이유로 조장역할을 맡게 됐어요. 조금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다른 조원들이 협조적으로 임해주어서 괜찮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역할분담을 하는데 유독 한 조원이 “계속 어렵다, 못하겠다.”는 말만 하기에 저희가 자료조사를 하고 발표 자료를 만들게 되었어요.

그래도 무언가 역할을 주어야 다른 조원들이 억울하지 않을 것 같아 그 조원에게 발표를 맡겼는데 역시나 발표 당일 아침 수업에 결석하고 전화기도 꺼놓았더라고요. 결국 발표 자료를 만든 다른 조원이 나가서 발표를 마쳤어요. 결국 나머지 조원들과 논의한 끝에 과제 제출자 명단에서 해당 조원의 이름을 빼고 제출했어요. 그 뒤로 수업에 들어가면 저희를 피해요. 저희도 수업시간에 그 분을 만나면 기분이 좋지 않고요.



조별과제 민폐유형, 혹시 내 이야기?
- 혹은 내가 겪은 이야기


교수님들이 조별과제를 내는 이유는 기업이나 회사에서 요구하는 팀 프로젝트를 대비해 협동심과 사회성을 향상시키기 위함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조별과제에서 대학생들이 얻는 것은 사람에 대한 불신과 증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슷한 또래의 학생들이 모여서 ‘좋은 학점’이라는 목표를 이루어내기 위한 과정에서 성실하게 과제에 임하는 학생도 있는 한편, 그렇지 않은 학생들도 있기 때문이다. 조별과제에 불성실하게 임하는 학생들의 자세의 유형도 여러 가지이다. 다양한 조별과제의 민폐유형을 정리해 보았으니 한번 체크해보자.

● 나를 찾지 마시오, 잠수형
처음으로 단체대화방(이하 단톡방)이 열렸다. ‘잘 부탁드립니다, 잘 해봐요.’ 라는 인사말들을 주고받으며 자기소개가 오가는 단톡방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이다. 그러나 발표의 방향을 잡기 위해 ‘저희 언제 모일까요?’라는 톡을 보내자 한 시간이 지나도록 답이 없다. ‘바쁜가보다.’라고 생각하면서 ‘다들 바쁘신가요?’라고 보낸다. ‘다들 의견 어떠세요?’라고 물어도 돌아오는 것은 사라지는 1뿐이다. 결국 조별과제는 답답한 사람이 한다는 이야기가 맞나보다.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를 기다리며 오늘도 속을 끓인다.

● “그럼 ○○씨가 하면 되겠다.” 떠넘기기형
“○○씨는 경영학과라고 하셨죠? 그럼 발표 많이 하셨겠네요? 그럼 ○○씨는 발표하시면 되겠다, 저는 자료조사 할게요.” 라며 마음대로 역할을 정해둔다. 아직 내가 발표를 하겠다고 이야기 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부담스러운 역할을 피하고 편한 역할을 자기가 맡으려는 검은 속이 빤히 보이지만 ‘누가하면 어때’하는 생각에 그러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뒤로도 나를 치켜세우는 척 하며 자기가 귀찮은 일을 은근슬쩍 떠넘긴다. 생글생글 웃으면서 말하는 조원 앞에서는 화를 내기도 애매하다.

● 모두 나를 따르라, 독불장군형
“조장은 누가 맡으면 좋을까요?”라는 말이 떨어지면 대학생활 최대의 눈치게임이 시작된다. 서로 어색한 웃음만 짓는 사이에, 선뜻 “내가 조장할게.”하고 손을 드는 조원이 있다. 첫 모임에서 의견을 말해달라는 조장의 질문에 내 생각을 이야기했지만 결국 조장의 의견대로 정해졌다. 조장은 그 뒤로도 여전히 조원들의 의견은 들은체만체하며 결국 자신의 뜻대로 과제를 이끌어갔다. 독재에 지친 조원들은 협조하고 싶은 의욕이 뚝뚝 떨어진다.

● “저 마음에 안 들죠?” 사사건건 시비형

“조사한 자료가 주제랑 안 맞는 것 같은데요.”, “PPT 디자인이 너무 별로예요.” 등 이렇다저렇다하며 다른 파트를 맡은 조원들에게 불평불만을 당당하게 늘어놓는다. 참다못해 다른 조원이 “그럼 어떻게 수정하면 좋을까요?”라고 해결책을 묻는 말에는 “모르겠다.”는 대답과 묵묵부답으로 일관한다. 이렇듯 불만만 늘어놓고 정작 도움과 해결책을 주지 않는 것이 시비형 조원의 가장 큰 문제이다.

● “저 일이 생겨서요.” 변명형
분명 여태까지 여유롭다가 조과제가 시작되면 사돈부터 팔촌까지 모든 친척들의 결혼식, 생신, 가족모임 등 여러 가지 행사가 생기기 시작한다. 거기다 갑자기 몸이 아프고, 친구가 입원을 하는 불상사가 생기기며 주말에 부모님을 뵈러가야 한다거나 어린 동생이 혼자 집에 있어서 돌봐야 한다며 갑자기 효자효녀가 된다. 물론 실제로 어떤 일이 생겨서 피치 못하게 빠지게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너무 빈번하게 다양한 이유로 조모임에 빠진다면 의심해 볼만하다.

● “아무것도 몰라요.” 무능력형
무능력형은 고학년이 되어서도 리포트, 자료조사, 논문 찾는 법, 출처표기 양식, 각주 다는 법, 간단한 피피티 제작법, 맞춤법 등 과제를 수행하는데 있어 물론 필요한 모든 것들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고 노력해보려는 의지 또한 없는 경우를 이야기한다. 역할분배를 할 때도 “할 줄 몰라요, 못해요.”라고 일관하는 경우가 많다. 자료를 포털사이트에서 그대로 가져오는 경우가 빈번하며 “잘 안돼요, 해주세요.”식의 태도를 보인다.



조별과제에서 살아남는 법
- 정신차려 이 각박한 세상 속에서

위의 많은 사례들은 대학수업의 조별과제에서 한번쯤은 마주쳤을 법한 것들이었을 것이다. 각각 성격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점에서 사회경험을 미리 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도 있듯이 피할 수 없다면 미리 회사에서의 그룹 프로젝트를 해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조별과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가 보도록 하자. 그렇다면 피할 수 없는 조별과제 속 양심 없는 조원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참여하지 않는 조원의 증거를 모은다.

조원이 참여도가 낮을 경우에는 가만히 있지 말고 그 동안의 증거자료를 수집해야 억울한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증거가 될 만한 메신저의 대화 내용을 캡처하거나 조모임을 할 때마다 본인의 사인을 받는 형식으로 출석체크를 대신해 무임승차 조원이 조모임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수집해 놓아야 한다. 이렇게 하면 무임승차자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기여도가 낮은 조원을 가려내어 공정한 평가를 내릴 수 있게 된다.

수행결과 여부가 가시적인 역할을 분배하고 끊임없이 재촉한다.
조원들에게 자료를 받아야하는 예정일을 약 2~3일 정도로 일부러 앞당겨 이야기하고 참여하지 않는 조원에게는 메신저, 전화 등으로 지속적으로 연락을 해서 재촉해야한다. 만약 참여하지 않을 경우 제출자 명단에서 제외하겠다고 이야기 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역할을 분배 할 때는 최대한 결과 여부가 명백한 것으로 나눠줘서 무임승차를 방지한다.

자발적으로 조장을 맡는다.
‘여차하면 혼자 독박을 쓸 수 있다’는 인식 때문에 다들 조장이 되는 것을 기피하는데, 조장을 맡게 되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있다. 조장은 조원들의 기여도를 평가할 수 있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조원들이 어떤 일을 했는지, 하지 않았는지 파악하기가 쉽다. 조장을 맡은 학생에게 더 많은 점수를 부여하는 교수님들도 있기 때문에 잘만 활용한다면 좋은 성적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Thank yo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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