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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왜 읽고 생각하고 쓰고 토론해야 하는가?

읽는다는 것은 모든 공부의 시작이다. 지식의 습득은 읽는 것에서 시작한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지식 기반 사회에서는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식 정보를 수집해 핵심 가치를 파악하고 새로운 지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창출해 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읽기다.

 

각 대학들이 철학, 역사, 문학, 음악, 미술 같은 인문·예술적 소양이 없으면 창의적인 인재가 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고전과 명저 읽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교과 과정으로 끌어들여 왔다. 고전과 명저란 역사와 세월을 통해 걸러진 책들이며, 그 시대의 가장 첨예한 문제를 저자의 세계관으로 풀어낸, 삶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는 책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발하는 정신의 등대 역할을 하는 것이 고전과 명저라 할 수 있다.

 

각 기업들도 신입사원을 뽑는 데 있어서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에세이와 작품집을 제출하는 등의 특별 전형을 통해 면접만으로 인재를 선발하거나, 인문학책을 토대로 지원자들 간의 토론 또는 면접관과의 토론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는 등 어느 때보다 인문과 예술적 소양을 중시하고 있다. 심지어 인문학과 예술을 모르면 취직할 생각을 말라는 기사가 지면에 실릴 정도다.

 

읽기는 정보 획득, 지식 축적 외에도 생각하기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생각하기, 말하기, 쓰기는 읽기에서 시작된다. 생각하기가 축적되면 자기 세계가 확립된다. 읽기는 곧 세계를 이해하고 나를 이해하는 일이다. 우리 시대의 핵심 주제와 흐름도 읽기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여기에 이르면 말하기와 쓰기의 문제가 어렵지 않게 해결된다. 읽기는 모든 수학 능력의 기초이며 의사소통, 창의적 활동과 직결된다.

 

먹고 자고 배설하는 동물적인 삶을 추구한다면 읽지 않아도 사는 데 지장이 없다. 문제는 읽기가 끈기와 집중력을 요구하는 수공업적인 방식이라는 점에서 그 과정이 간단치 않다는 점이다. 시각적이고 감각적인 쾌락에 익숙한 세대,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에게 읽기를 촉구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읽기는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지적 수련의 방법이다. 이것은 시카고 대학을 비롯한 유수의 대학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고전 읽기 프로그램의 결과가 증명한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 대학이 운명하고 있는 ‘교양세미나와 토론’은 매우 중요한 교과목이라 할 수 있다.

 

읽기, 생각하기, 쓰기, 토론은 지적인 훈련 외에도 구체적이고 큰 질문들을 던져준다. 공공의 선에 참여하는 것, 나와 이웃과 인류의 행복을 추구하는 방식 등 의미심장한 문제의식에 접근해 갈 수 있다. 존재의 가치를 탐구하지 않으면 물질적 풍요가 주는 행복은 의미를 상실한다. 그동안 인류가 지녀왔던 가치관 또한 시대적 환경에 따라 크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앞에서 대학 교육의 목표와 의미 또한 달라져야 할 것이다. 시장 논리와 효율성 논리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기, 생각하기, 쓰기, 토론은 물질적 풍요에 집착하는 현실적 인간이 아니라 삶을 사유하고 궁극적인 의미를 탐구하며 스스로의 가치를 창출해 나가는 보다 나은 인간상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