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마흔을 불혹(不惑)이라고 했던가. 여전히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것이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일까’를 고민하고 있을 무렵 <인생 수업>은 어둠 속에서 방향을 알려준 등대 같은 책이었다.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를 장식한 책이었기 때문에 많은 이가 읽었겠지만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를…
지난 목요일 (2009.6.4) 지식경제부 주관 전국 대학(원)생 전시기획공모전에서 계명대 학생들이 대상을 수상했다. 50:1이라는 경쟁 속에서도 계명대 학생들의 작품은 유독 돋보였다. 좋은 기획, PT, 하지만 그 무엇보다 그 팀이 돋보인 것은 “수면박람회”라는 독특하고 창의적인 컨셉의 박람회를 재미난…
고민이 없는 시대, 아니 고민을 하지 않는 시대에 ‘고민하라’고 권하는 사람이 있다. “세계화의 진행으로 자본주의의 근간이 흔들려 파국으로 치닫는 사태가 전 세계를 덮치고 있는 이때, 한국은 맷돌에 갈리고 으깨지듯 사람과 사람의 유대가 찢어지고 격차는 커져 잊힌 줄 알았던 절대적 빈곤의 그림자가…
3월 꽃향기 그윽한 봄날, 돌담길 너머로 드리운 초록잎이 싱그럽다. 예능관 앞 산수유나무가 노란 자태를 드러내면서 봄의 기운이 살포시 자리 잡으면, 이름모를 새들이 날아와 마치 왈츠를 추듯이 덩실댄다. 청운의 꿈을 품고 대학을 갓 입학한 학생들이 정다운 마음을 속삭이듯 꽃과 새, 젊음과 열정이 계명동…
‘갈대상자’라는 책을 처음 접한 것은 유학생활 중 가장 바빴던 박사학위 논문준비 시기였다. 이 책은 오랜 만에 한국을 다녀오셨던 어느 분이 사오셨고, 바빴던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감동의 밤을 지새웠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은 경북포항에 있는 한동대학교의 초대…
제1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김려령의 장편소설 ‘완득이’가 단행본으로 출간된 지도 약 1년 정도 지난 것 같다. 굳이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지 않더라도 이 작품은 진지한 주제의식을 놓지 않으면서도 흥미진진하게, 때로는 황당하고 유쾌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가공할 필력을 바…
하곡(夏穀)인 보리가 여물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해 가을에 거두어들인 식량이 다 떨어져 굶주릴 수밖에 없게 되는 4∼5월의 춘궁기(春窮期)를 표현하는 말로 보릿고개가 있다. 몇 십년 전만해도 먹을거리가 부족하던 우리가 어느 새 ‘뭔가 좀 특이한 음식 없나’하며 입맛을 즐기고 있다는 건 분명 다행스러운…
설날이 지난 후 겨울 아이들과 남녀들은 잿빛의 하늘로 연을 날리기 위해 미로 같은 길거리를 박차고 나와 얼어붙은 논 위에 모여 들었다. 덕지덕지 때가 묻은 손등은 갈라져 피가 흘러도 아이들은 연 싸움에 몰두하였다. 연의 전투력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며칠에 걸쳐 사금파리를 연줄에 바르곤 하였다. 하늘에…
겨울 방학의 조용한 여유를 즐기기 위해 연구실에 있는 나에게 한 통의 전화는 그 평화에 작은 파문을 만들었다. 그것은 교내 신문사 기자의 원고 청탁 전화로 책·영화 등의 문화콘텐츠 중 학생들에게 추천할 만한 내용을 소개하는 글을 부탁하는 전화였다. 누구에게 무엇을 추천한다는 것은 한편으로 나와 같…
“동물원에 가기”는 ‘왜 나는 너를 사랑 하는가’로 유명한 알랭 드 보통의 단편들이 모아진 작고 얇은 책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미국의 사실주의 작가 에드워드 호퍼에 관한 짧지만 정확한 단상이 <슬픔이 주는 기쁨>이라는 제목으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산업화와 제 1차 세계대전, 경제대공…
글로벌 시대에 우리의 정체성은 과연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우리 학생들이 미래 사회의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글로벌한 의사표현과 지식체계, 즉 영어와 전공영역으로 표현되는 외연적인 지식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 바탕이 되는 것은 과연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관점에서 우리의 역사와 문…
라즐로 모홀리나기는 일찍이 ‘미래의 문맹자는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지를 모르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1928년, 바우하우스 저널). 그의 말은 정확했다. 오늘날 사람들은 ‘이미지의 경쟁시대’라 불릴 만큼 수많은 시각 이미지에 둘러싸여 있다. 논리 중심의 문자(읽는 세대)에서…
이맘때면 대학졸업생들의 취업전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며칠 전 졸업사진 촬영을 하던 4학년들을 기억하며 앤디 삭스(Andy Sachs)를 떠올린다. 2006년 개봉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The Devil wears Prada)>에서 만났던 앤디를 뜬금없이 우리 캠퍼스에게서 보게 되…
필자는 계명대신문 제 979호(2007년 4월2일자)에 연암 박지원의 시문 선집 <지금 조선의 시를 쓰라>(김명호 역, 돌베개, 2007)를 소개하였었다. 소설 10편, 산문 75편, 한시 15수 도합 100편의 연암 시문을 정선한 이 책의 정독(精讀)만으로도 조선 최고의 문인 박지원(1737~1805)을 느끼는 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