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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계명동산의 봄, 봄의향연

3월 꽃향기 그윽한 봄날, 돌담길 너머로 드리운 초록잎이 싱그럽다.

예능관 앞 산수유나무가 노란 자태를 드러내면서 봄의 기운이 살포시 자리 잡으면, 이름모를 새들이 날아와 마치 왈츠를 추듯이 덩실댄다.

청운의 꿈을 품고 대학을 갓 입학한 학생들이 정다운 마음을 속삭이듯 꽃과 새, 젊음과 열정이 계명동산을 한층 더 활기차게 한다.

펑펑 쏘아대는 불꽃놀이처럼 한바탕 축제가 열리는 듯하다. 목련과 만개한 복사꽃이 귀한 자태로 들어서면 나 또한 함께 어우러져 이 봄날 흠뻑 취하고 싶다.

“어쩌면 저렇게 곱고 예쁠까? 어쩌면 저렇게 발랄하고 귀여울까?”
매년 이맘때 즈음이면 조병화의 시 ‘해마다 봄이 되면’이 생각난다.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땅속에서, 땅위에서
공중에서
생명을 만드는 쉬임 없는 작업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아름답게 키우는 꿈
봄은 피어나는 가슴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
<조병화의 시 ‘해마다 봄이 되면’ 중 >

학창시절의 향수 그 어린 기억 때문일까.
작고 여린 씨앗 하나쯤은 가슴에 품고 왔을 곱디고운 학생들에게 소리 내어 읽어주고 싶다. 아지랑이 일 듯 피어나는 가슴, 쉼 없이 두드리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 가슴 활짝 열어 씨도 뿌리고 적당한 간격으로 솎아주고 흙도 덮어주라 하고 싶다. 그렇게 큰 꽃 피우고 단단한 열매도 맺길 바란다.

한차례 봄비가 내린 뒤 세상은 티끌 없이 맑고 선명하다.

그 사이 빨간 벽돌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덩굴을 만난다. 어제의 담쟁이덩굴의 잎이 갓 태어난 아기의 보송보송한 손등 같았다면 오늘은 토실토실하게 살이 오른 모습이다.

창 밖 미술관 너머로 보이는 늠름한 담쟁이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한 발자국 성장해가는 학생들을 생각한다.

담쟁이는 태양의 열기에도 여러 손을 마주잡고 끊임없이 타고 오른다. 그들에게 절망이란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서두르지 않고 전진하며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면 저 담쟁이처럼 이 땅의 모든 학생들도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그 기반을 단단하게 어루만질 수 있을 것이다.

마주 잡은 담쟁이의 손이 하늘을 향해 한없이 푸른 날이다.
그렇게 다시 봄이다. 봄의 향연, 그 멀미가 아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