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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고민하는 힘


고민이 없는 시대, 아니 고민을 하지 않는 시대에 ‘고민하라’고 권하는 사람이 있다. “세계화의 진행으로 자본주의의 근간이 흔들려 파국으로 치닫는 사태가 전 세계를 덮치고 있는 이때, 한국은 맷돌에 갈리고 으깨지듯 사람과 사람의 유대가 찢어지고 격차는 커져 잊힌 줄 알았던 절대적 빈곤의 그림자가 확산”(8쪽)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삶의 의미를 잃고 불안 속에서 고민하며 고통 받고 있다는 것이 고민을 권하는 이유다.

『고민하는 힘』의 저자 강상중은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의 사상을 더듬어 가며 우리에게 고민하는 삶의 방법을 들려준다.

근대가 개막될 무렵에 활동한 소세키와 베버는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따르지 않고 ‘고민하는 힘’을 발휘해 시대가 낳은 문제들과 정면으로 마주섰던 사람이다. 그들이 살았던 제국주의 시대는 오늘날의 세계화 시대와 매우 유사하다. 특히 급격한 변화가 개인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그 결과 개인은 소외되고 고립되어 간다는 점에서 두 시대는 강한 유사성을 갖는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자가 우리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자아, 돈, 종교, 사랑, 죽음, 늙음 등 삶의 다채로운 국면이 지닌 의미를 고민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고민해 보라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저자는 자아, 즉 “개인의 시대”(26쪽)에 “타자와의 관계”(39쪽) 형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저자에 따르면, 100년 전 발생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못한 채 경제 성장 위주로 진행돼 왔기 때문에 더 큰 위기, 즉 자아 해방 및 자유 확대, 물질적 풍요, 고립과 소외, 의미 상실, 계급 갈등의 심화가 초래됐고, 그 결과 ‘고민하는 힘’마저 상실됐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경쟁만을 부추기는 현대 사회에 승자와 패자만이 존재함으로써 개인은 이미 고립되었고 타자와의 관계도 이미 끊어진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이 저자의 근본 고민이다. 고립된 자아가 사회에서 인정을 받고 자신의 실체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려면 그것은 ‘타자와의 상호인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저자는 타자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통해 타자의 존재를 인정하고 원숙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주체’가 되라고 요청한다. 오직 그러한 자아만이 미래의 희망을 꿈 꿀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저자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요청한다. 고립된 자아가 아니라 사회적 주체로서의 “젊은 사람들이 더 크게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고민을 계속해서 결국 뚫고 나가 뻔뻔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새로운 파괴력이 없으면 지금의 일본은 변하지 않을 것이고 미래도 밝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170쪽).

필자가 ‘스펙 쌓기’에만 급급한 우리 학생들에게 이 요청을 들려주고 싶은 것도 저자가 들려주는 고민에 대한 진정성 때문이다. 지금, 여기서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재미보다는 고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