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캄캄한 영화관에서 극중 이야기에 빠져 있다가 밖으로 나왔을 때 방향이 온통 거꾸로 보이고 시간을 분간하기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 ‘지금’ ‘여기’ 눈앞에 펼쳐지는 일에 정신을 팔면 내가 어디에 있는지 때론 내가 누군지조차 잊어버릴 수 있다.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캐리비언의 해적 시리즈와…
교수들은 여름·겨울방학 기간을 이용해 여러 가지 목적으로 교수세미나를 가진다. 대개는 학교를 떠나 가까이는 경주나 부산, 멀리는 강원도나 제주도까지 2-3일 정도의 일정을 잡는다. 주로 두 세개 주제를 발표하고 나머지는 자유롭게 쉴 수 있도록 일정이 짜진다. 물론 회의는 첫날 끝나고 이튿날은 아침…
지난 겨울 도쿄에 들렀을 때 진보초(神保町) 고서점가를 가다보니 전에 없던 초고층건물이 눈에 들어 왔다. 알고 보니 메이지(明治)대학의 정문을 겸한 건물이었는데, 안에는 학생들이 통로계단이나 로비에 잔뜩 모여 있고, 사무실, 상점들로 북적대어 무슨 회사 같은 인상을 받았다. ‘참, 돈도 많구나! 도심이…
이번 학기 들어 우리대학엔 3C 운동 즉, 캠퍼스소통문화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그래서 우선 사무공간을 개방화하고 건물 내·외의 공간을 의사소통이 원활하도록 리모델링하는 작업이 진행돼 왔다. 이 작업은 우선 눈에 보이는 공간이 밝고 아름답게 꾸며지고 대화가 가능한 모습으로 바뀌어져 구성원, 특히…
“공인회계사 시험 00명 합격”, “공무원시험 00명 합격” 등 플래카드가 교정에 걸리고 이메일로 관련 내용이 알려진다. 이런 일들은 학교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고 학교 홍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대학을 선택할 때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겠지만 학교 홍보가 얼마나 잘 되…
“교수니임, 휴강해요, 휴가앙”. 강의실에 들어가자 여학생들이 주도하는 함성이 나를 당혹하게 하였다. “왜 휴강해야 하는데?”라고 묻자 학생들 왈, 손지창이 드라마 촬영하러 학교에 오는데 구경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십수년 전에는 학생들이 이렇게 떼쓰듯 요구하면 못 이긴 척…
대구 제일교회와 동산병원 동편에는 언덕길로 된 긴 골목길이 하나 자리잡고 있다. 계산성당 쪽에서 서쪽 계성학교 방향으로 연결되는 계단길이다.누군가 이 길을 현제명이 다닌 길이라고 하여 ‘현제명의 언덕길’로 부르기도 하였고, 3·1 독립만세 운동을 할 때 계성, 신명학생들이 모여 지나갔던 길이라…
계성, 신명을 다니신 분들은 계성학교 교가의 한 구절 ‘앞에 섰는 것 비슬산 이요 뒤에는 팔공산 둘렀다……’의 가사를 바꾸어 ‘앞에 섰는 것 신명학교요. 뒤에는 서문시장 둘렀다……’로 바꾸어 부르곤 했던 추억이 있을 줄 안다.서문시장은 또한 동산병원과 이웃하여 있으므로 전국의 사람들의 발길이 자…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동화가 있다. 서양동화라고 기억되는데 이 나무의 이름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아니 이 동화에서 나무의 이름은 아무래도 상관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동화를 생각할 때면 느티나무가 떠오른다. 동화의 내용에 따르자면 과실수라야 맞겠지만 느티나무가 떠오르는 것은 아마 내가 느티나…
어느 사이엔가 우리 학교의 캠퍼스가 아름답다는 찬사에 나도 중독(?)이 되었나 보다. 학교 연구실로 찾아오는 이들에게 당연히 찬사를 들으리라 기대하게 되었으니 말이다.그러나 지난 여름방학의 방문객은 이런 나의 자기중심성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연구실 건물과 호수를 가르쳐주고 정문에 막 들어섰다…
늦가을이다. 주택가를 거닐다 보면 어느 집에선가 피아노 치는 소리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요즘은 거의 집집마다 한대 있을 정도로 피아노가 흔하게 보급됐다. 심지어 중고 피아노를 길거리에 내어놓고 누구든지 원하는 사람 가져가라는 메모까지 붙여 두고 있다. 중고 피아노 한대 값이 고물처리 하는 비용…
미국 선교사의 보고서에 의하면 대구 동산병원의 첫 제왕절개 분만은 1909년 6월 27일에 시행됐다고 한다.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했다고 기록하고 있다.지금은 제왕절개 분만이 너무 많이 쉽게 시행되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대부분 가정에서 분만을 했으므로 위험한 상황이…
세계적으로 이동전화 가입자 비율이 높은 나라는 북구유럽 쪽이다. 스웨덴 같은 경우는 2004년 기준으로 이미 100%를 넘어섰다. 다른 북구유럽 국가들도 대부분 100%대에 근접해 가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경우는 이제 80%대에 접근해 가고 있다. 상당한 격차이다. 그런데, 겉으로 드러난 면만 보면, 한…
오늘은 대학 캠퍼스의 풍속도를 바꿔보자는 얘기를 해 보려고 한다. 대학은 기본적으로 배우고 연구하는 장소이다. 여기에 부합하는 캠퍼스는 조용하고, 평화스러운 곳이다. 그러나 한국의 대학교정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대학의 경우만을 보더라도 대학 교정이 너무 요란하고, 무질서하다. 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