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김호준 기자 = 다양한 할인혜택을 제시하며 고객을 유치한 뒤 슬그머니 서비스를 축소하거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자격을 강화하는 카드사들의 행태가 도마위에 올랐다.
3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파격적인 할인 혜택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하나 마이웨이' 카드의 부가서비스 자격요건이 내년 2월1일부터 최근 3개월간 이용금액 30만원 이상에서 월 30만원 이상으로 크게 강화된다.
작년 2월 하나은행이 출시한 이 카드는 버스 및 지하철 100원 할인, 대형 할인마트 5~7% 할인, 주유 및 영화관람 할인 등 혜택으로 인기몰이를 하며 8주 만에 50만장을 발급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지나친 부가서비스로 과당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 금융감독원과 카드업계의 우려 속에 신규 발급이 중단됐을 정도였다.
하나카드는 출시 두 달 만에 카드 발급을 중단하면서 기존 회원에 대한 혜택은 카드 유효기간까지 유지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게다가 이 카드사는 당초 부가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자격요건을 올해 12월22일부터 월 사용금액 30만원 이상으로 강화한다고 일부 회원들에게 발송했다가 황급히 내년 2월로 시행시기를 연기한다고 재통보했다.
카드사가 부과서비스를 변경할 경우 최소한 3개월 전에 통보해야한다는 신용카드 표준약관을 위반하지 않기 위해서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혜택을 볼 수 있는 수준에서만 사용하는 일명 '체리피커'가 너무 많았다"며 "수익이 안나는 카드라서 실적검증 기준을 강화했다"고 해명했다.
이 밖에도 최근 일부 카드사들이 유효기간이 없던 항공사 마일리지에 5~7년의 유효기간을 적용하고 패밀리레스토랑 및 대형마트 할인혜택을 축소하는 등 과당경쟁 기간에 벌여놓은 부가서비스를 줄이는 분위기다.
카드사들이 고객과의 약속인 부과서비스를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는 것은 표준약관이 회사측에 일반적으로 유리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표준약관을 보면 카드사는 3개월 전에만 통지하면 회원에게 제공되는 포인트 및 기타 서비스를 회사의 영업정책이나 제휴업체의 사정에 따라 자유롭게 변경 또는 중단할 수 있다.
이 같은 내용의 표준약관은 여신금융협회와 카드사 등이 금감원과 협의해 작성한 것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올해 4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그나마 올 들어 표준약관이 마련된 것도 법원이 카드사의 일방적인 부가서비스 적용기준 변경 행위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서울고법은 올해 2월26일 신한카드(옛 LG카드)를 이용해 온 장진영 변호사가 "카드사의 일방적 항공마일리지 축소는 계약 위반"이라며 회사측을 상대로 낸 마일리지 지급 청구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했다.
신한카드가 약관상 아무런 권한이 없는데도 사전 설명도 없이 부가서비스를 축소한 것은 무효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하나카드의 한 고객은 "약관상 부가서비스 변경 가능성이 언급돼 있다고 하나 가입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파격적인 혜택으로 고객을 유인한 뒤 일방적으로 서비스 축소를 통보하는 것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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