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괄임금제란?
포괄임금제는 사용자가 근로자의 기본급에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미리 포함해 지급할 수 있는 임금 지급 방식이다.
다시 말해, 근로계약을 체결할 시 근로 형태나 업무 성질상 법정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한 연장·야간·휴일 근로 등이 명확하게 예정되어 있거나, 계산의 편의를 위해 노사 당사자 간 약정으로 연장·야간·휴일 근로 등을 미리 정한 후 매월 일정액의 제수당을 기본임금에 포함해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원칙적으로 사용자는 근로자가 기준 근로시간(1일 8시간, 1주 40시간)을 초과한 시간 외 근로에 대해 가산수당을 지급하여야 한다. 우리 근로기준법 제56조 제1항에서 “사용자는 연장근로(제53조ㆍ제59조 및 제69조 단서에 따라 연장된 시간의 근로를 말한다.)에 대하여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하여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예를 들어 1시간에 3만 원을 받는 근로자가 한 달에 연장근로를 10시간 하였다면, 시간 외 근로에 대해 1.5배가 가산되고 월급을 받는 시기에 일괄적으로 산정하여 연장근로에 대한 수당 45만 원을 받게 된다. 하지만 포괄임금제를 적용하는 사업장의 경우에는 근로자가 수행할 것이라 예상되는 시간 외 근로에 대한 가산수당을 사전에 지급할 수 있다.
포괄임금제는 이처럼 복잡한 제도이기에, 포괄임금제를 도입하거나 운영 중인 포괄임금제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포괄임금제 도입 여부 확인→ 근로자의 사전 동의→ 포괄임금제 근로계약서 작성’의 순서를 거쳐야 한다.
또한, 포괄임금제가 인정되는 때는, ① 근로 형태나 휴식시간이 불규칙하거나 근로자가 재량권을 가지고 근로시간을 결정할 수 있어 근로시간 측정이 곤란한 경우, ② 근로시간 측정이 가능하더라도 근로 형태상 연장 또는 야간 근로가 당연히 포함되는 경우 (예를 들어 운전기사 및 아파트 경비원), ③ 계산의 편의와 근무 의욕 고취를 목적으로 일정액을 제수당으로 지급하는 경우이다.
● 포괄임금제의 도입 배경
‘포괄임금제’라는 용어는 ‘1974. 5. 28. 선고 73다1258 판결’에서 노동관계법령의 규정이 아닌 판결 법리로 등장했다. 당시 포괄임금제가 도입된 배경은 업종의 특성에 따라 추가 근무수당을 정확히 집계하기 어려운 경우를 고려해 수당을 급여에 미리 포함하는 계약형태를 인정한 것이다. 포괄임금제의 적용대상은 야간 근로자들과 관리자의 관리영역에서 벗어나 외부에서 주로 근무하는 영업직, 근무시간이 아닌 프로젝트 같은 성과 단위로 계약을 체결하는 연구직 근로자 등이다. 포괄임금제의 도입은 특히 IMF 이후에 가속화되었다.
● 포괄임금제의 장단점
포괄임금제는 노동관계법령에서 규정하는 법적 사항이 아닌, 대법원의 판례에 의해 효력을 인정받는 제도이다. 포괄임금제의 장점으로는 사용자가 근로자의 시간 외 근로에 대한 가산수당을 시간 외 근로가 발생하였을 때마다 계산하지 않아도 되고, 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을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편의성이 있다. 또한, 포괄임금제를 적용받는 근로자는 기본급에 수당이 사전에 포함되기 때문에 일반 근로자보다 기본급이 높게 책정된다. 그러나 장시간 근로가 잦은 근로자라면 실제 근로시간에 대한 수당보다 적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 포괄임금제의 악용 사례
앞서 언급한 도입 취지와는 다르게 포괄임금제를 악용하는 경우가 실제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포괄임금제는 노사 간 대립의 원인이 된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사무직, 연구 개발직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사무직, 연구 개발직은 대부분 근로계약을 작성할 때 포괄임금제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지급되는 임금을 보면 실제 연장, 야간근로를 한 시간에 비해 수당이 적은 경우가 많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연장, 야간근로의 경우 기본 시급에 1.5배를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포괄임금제를 적용하는 근로계약서에는 “주 ○○시간의 추가 근무수당을 포함한다.”라고 명시하여 세전 총 수령액을 가지고 연봉이 많은 것처럼 보이게 한다. 하지만, 근로계약서에서 추가 근무수당, 식대 같은 각종 추가 지급액을 제외하고 나면 근로자가 받는 순수한 월급이 훨씬 더 적어지게 된다.
사무직의 경우, 추가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쉬운데도 불구하고 기업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포괄임금제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다. 연구 개발직은 업무의 특성으로 ‘성과주의’라는 명목하에 포괄임금제를 적용하지만, 제조업의 특성상 다른 업종에 비해 정량적 성과 판단이 어려워 성과급조차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게임 업계에서 개발 업무의 특성으로 인해 포괄임금제를 시행하는 업체가 대부분이었는데, 엄청난 노동 강도에 일을 그만두는 근로자들이 증가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2019년부터 넥슨, 넷마블, 엔씨 등 이른바 3N으로 불리는 대형 게임사들은 포괄임금제를 폐지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있는 회사 및 100인 이하의 인력이 부족한 회사는 아직도 포괄임금제를 유지하고 있다.
● 포괄임금제 점차 제한해야
포괄임금제는 장시간 근로를 조장하고, 근로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문제를 발생시킨다. 또한,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시간 제한에 어긋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포괄임금제를 순차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여야 한다.
2009년 대법원판결을 통해 포괄임금제의 성립 및 유효성에 관하여 과거보다 다소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지만, 앞으로 더 엄격하게 판단할 거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지금까지 포괄임금제와 관련한 판례법리가 기본 틀에서 변경되지 않은 채 발전해온 탓이 크다. 특히, 판례법리의 특성상 개별 사례들이 발생하였을 때 판단·발전하는 방식이기에 일시적으로 큰 틀에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장시간 근로의 원인이 되는 포괄임금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명시적으로 제한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으로 나아가야 한다. 포괄임금제의 폐지는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시간 산정 원칙을 명확하게 만들 수 있기에 폐지하는 편이 더 옳다고 생각한다. 단, 근로시간 산정이 현실적으로 어렵거나 불가능한 업종에 한해서는 예외적인 규정을 설정하는 등의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