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미국 의회는 28일 금융위기 타개를 위해 7천억달러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구제금융 법안에 대해 합의안을 도출, 29일 하원 표결에 회부하기로 했다.
행정부의 법안 제출 후 9일간에 걸친 줄다리기 협상 끝에 의회가 합의해 마련한 법안은 106쪽 분량으로 명칭은 `긴급경제안정법(Emergency Economic Stabilization Act of 2008)'으로 돼 있다.
이 법안은 정부가 7천억달러의 공적자금으로 금융회사들의 부실채권을 매입해 금융시장의 경색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금융회사의 경영진에 대해서는 거액의 퇴직보너스를 받을 수 없도록 하고 급여에도 상한선을 두기로 했다.
이와 함께 구제금융 시행에 대한 의회를 감시.감독을 강화하는 동시에 납세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이런 내용의 법안이 상.하원을 통과할 경우 미국 정부는 사상 최대 규모의 공적자금을 동원, 시장개입을 단행해 금융시장의 정상화에 나선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법안 합의 사실을 발표하면서 "이제 파티는 끝났다. 월스트리트의 최고경영자들에게 거액의 퇴직보너스를 보장하는 `황금 낙하산'의 시대도 끝났다"면서 "미국의 납세자들이 앞으로는 더 이상 월가의 무분별함을 구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향후 금융회사들에 대한 엄격한 규제의 시대가 도래할 것임을 경고했다.
공화.민주 양당의 지도부는 정부 측과 27일 밤을 넘겨가며 줄다리기 협상을 전개, 28일 새벽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그러나 공화당의 일부 하원의원들이 이에 반발하고 일부 전제조건을 추가할 것을 요구하면서 진통을 겪기도 했으나 결국 28일 저녁 합의안을 타결지었다.
하원에서는 29일 표결이 이뤄지며 상원에서는 이번 주 후반에야 투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합의안은 우선 7천억달러의 공적자금을 단계적으로 승인하되, 우선적으로 2천500억달러에 대해서는 즉각 집행하고 1천억달러는 대통령이 필요성을 입증할 경우 추가로 승인하도록 했다.
나머지 3천500억달러는 의회의 표결을 거쳐 승인이 가능토록 했으며, 만일 의회가 승인을 거부할 경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의회는 재적 3분의 2 이상의 반대가 없는 한 3천500억달러의 공적자금을 승인해야 한다.
또 재무부의 구제금융 계획의 이행과정에 대해서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과 재무장관, 증권거래위원장 등이 포함된 기구의 감독을 받도록 했다.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금융회사의 경영진에 대해서는 퇴직보너스를 받을 수 없도록 했다.
특히 3억달러 이상의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회사에 대해서는 50만달러 이상의 보수를 지급할 경우 중과세 처분을 받도록 해 고액급여 지급 관행에 대한 제동 장치를 마련했다.
협상 중에 공화당 측은 부실 주택대출을 정부가 직접 인수하지 말고 정부가 보증을 서도록 하자는 안을 제시, 협상이 난항에 빠졌으나 민주당 측이 이 제안을 수용, 돌파구가 마련됐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정부가 부실 주택대출을 인수하는 대신 보증을 설 경우 공적자금 투입 규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구제금융 시행 5년 후 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손실보전 방안을 의회에 제출토록 하는 방안도 법안에 추가됐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이 법안에 따른 구제금융 계획이 전 세계 시장에 미국이 금융시스템 안정과 신뢰감 회복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는 강한 신호를 보낼 것"이라며 합의타결에 환영의 입장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