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환경부가 수돗물 민영화를 뼈대로 하는 물산업지원의 입법예고를 두 차례 미루고 의견 수렴에 나섰지만 반발 여론이 오히려 확산되는 등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오는 26일로 잠정 결정된 첫 공청회의 개최 여부조차 불투명해지면서 6월 중 입법 예고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또다시 좌절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환경부 관계자는 12일 "오는 26일 첫 공청회를 열기 위해 준비 작업을 하고 있는데 패널 선정과 장소 섭외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찬반 양쪽에 걸쳐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공청회에 참석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에 따라 섭외를 하고 있지만 찬성 쪽에선 참석 의사를 밝힌 인사들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 의견을 가진 인사는 여러 명이 참석 의사를 밝혔지만 찬성 쪽 인사는 해외 출장과 휴가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환경부 관계자는 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위한 촛불집회 때문에 수돗물 민영화에 대한 여론이 더욱 악화되는 점도 환경부의 고민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병욱 차관까지 나서 물산업지원법 시행으로 민간기업이 수돗물 사업에 참여해도 `괴담'처럼 떠도는 얘기처럼 물값이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라며 적극 해명했지만 효과는 거의 없어 보인다.
오히려 수돗물 사업 민영화에 따른 외국의 물값 폭등 사례, 수자원공사가 위탁 운영을 맡고 있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주민 반발 등이 알려지면서 민영화에 대한 거부감은 더욱 확산되는 추세다.
6ㆍ10 항쟁 21주년을 계기로 정점에 달한 촛불집회의 화두가 단순히 쇠고기 문제뿐 아니라 공기업 민영화 등으로 확산되면서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묻혀 있던 수돗물 문제가 수면 위로 급부상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부처 간 의견 조율이 제대로 안 되고 있는 점 또한 큰 부담이다.
환경부는 행정안전부와는 민간 참여를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지를 놓고 좀처럼 견해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고 국토해양부는 법 제정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정부 간 합의도 안 된 상태에서 어떤 논리와 근거로 국민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대두되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환경부는 부처 간 조율 작업과 함께 물산업지원법의 취지와 내용을 국민에게 정확히 알리고 지금까지 제기된 예상 문제점을 보완하는 작업을 벌여 늦어도 12월 정기국회에는 법안을 제출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으로 내각이 일괄 사퇴 의사를 밝히는 등 정국이 소용돌이치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정부 계획대로 입법 절차를 밟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환경부 관계자는 "수돗물 질 제고와 물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물산업지원법을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계획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그러나 여론이 심상치 않으면 전면 재조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 뜻과 상관 없이 무리할 순 없지 않겠느냐"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또다른 관계자는 "지금은 분위기가 너무 안 좋아 무리해서 입법을 추진하다간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며 "입법예고도 힘든 상황이어서 향후 추이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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