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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그날 일을 이야기할까? - 이상은(李商隱)

돌아올 날 언제냐고? 돌아갈 기약 없고
파산에 내린 밤비 가을 못물 붇고 있소.
서창의 등불 심지 언제 만나 자르면서
도리어 밤비 내리던 그 날 일을 얘기할까.

君問歸期未有期(군문귀기미유기)
巴山夜雨漲秋池(파산야우창추지)
何當共剪西窓燭(하당공전서창촉)
却話巴山夜雨時(각화파산야우시)

* 원제: [夜雨寄北(야우기북)]
* 寄北: 북쪽으로 부침. 이 작품은 북쪽 長安에 있는 아내에게 부치는 시임.

보다시피 이 작품은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을 취하고 있다. “아내는 나에게 돌아올 기약이 없느냐고 물었지만, 나는 아직 돌아갈 기약이 없고”로 직역되는 첫 구절을 통해서 볼 때, 이 시를 쓰기 전에 시인은 아내가 부친 편지를 받았음이 분명하다. 그 편지 속에서 아내는 ‘돌아올 기약이 아직도 없느냐’고 물음으로써, 제발 빨리 좀 돌아와 달라고 간절한 마음으로 촉구를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지금 도저히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다. 그와 같은 안타까운 상황 속에서 창밖에는 밤비가 내리고 있다. 머나먼 타향에서 어서 돌아오라는 아내의 편지를 받은 가을 밤, 비마저 하염없이 추적추적 거려서 못물이 불어나고 있다니, 이 시는 정말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 속에서 씌어졌던 셈이다.

보편적으로 추억은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다음 대목에는 미래의 시점에서 현재를 회상하는 특이한 형식의 추억이 등장한다.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갈 수가 없는 상황이므로, 시인은 문득 아내와 만나 촛불의 심지를 함께 잘라가면서, 오히려 파산에 밤비 내리던 그 해 그 가을 그 어느 날 밤을 오순도순 이야기하고 있을, 아득한 미래의 어느 날의 상황을 눈을 감고 떠올려보는 것이다.

아내와 함께 정겹게 살고 싶은 간절한 소원과, 그 아내에 대한 애잔한 정이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처럼 나직하고도 정감어린 화자의 어조 속에 잔잔하게 배어 있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아마도 훗날 그들이 만나 오순도순 나눈 이야기의 내용은 대강 이런 것이었으리라

“여보! 그해 가을 당신 편지를 받던 날 파산에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렸어.” “알아요, 여보. 당신이 그 때 보낸 시에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린다고 했잖아요.” “여보! 그 때 당신 참 많이 보고 싶었어.” “저도요, 저도 그랬어요.” “여보! 나 정말 당신을 엄청 사랑하고 있나봐.” “저도요. 저도 당신을 엄청... 사랑하나 봐요.” “여보!” “왜요?” “그냥, 그냥 한번 불러보았어.” “여보오!” “왜 그래?” “저도 한번.... 불러보았어요. 그냥요,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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