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에 의해서 편찬되었다는 [시경(詩經)]에 수록되어 있는 시다. 대부분의 시경 시가 그러하듯이 이 작품도 역시 동일한 구조 속에다 유사 내용을 반복하고 있다. 작품 속의 화자는 어느 날 난데없이 실연을 당한 여인이다. 그녀는 지금 그 동안 자신과 사랑을 속삭이던 남자가 갑자기 말조차도 하지 않고 밥조차도 같이 먹어주지 않는 가슴 아픈 상황 속에 처해 있다. 아마 새 애인이 생겼나 보다.
하지만 여인은 그와 같은 돌발적인 사태 앞에서도 표면적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다. “너 따위 때문에/ 내가 밥도 못 먹을 것 같니?”, “너 따위 때문에/ 내 마음 편안하지 못할 것 같니?”라는 반어문 뒤의 여백에다 ‘천만에’라는 답변을 공공연히 숨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이 여인이 정말로 밥도 잘 먹고 마음도 편하다고 생각한다면, 이만저만한 오해가 아니다. 그녀는 실상 목구멍에 밥이 넘어가지 않고 창자가 째질듯이 아프면서도 입술을 꼭 깨물고 시치미를 딱, 떼고 있는 것이다. “당신을 보면/ 내 한 조각 마음이/ 토끼처럼 팔딱거린다/ 왜 그럴까?/ 나는 모른다, 나는 모른다!// 당신을 보지 않으면/ 내 한 조각 마음이/ 야생마처럼 온 천지를 뛰어다닌다/ 왜 그럴까?/ 나는 모른다, 나는 모른다!//”. 중국의 시인 레쉬엔(雷抒雁:1942-)의 [나는 모른다]라는 시다. 그녀의 마음도 어제까지는 토끼처럼 팔딱거렸는데, 지금은 고삐 풀린 야생마처럼 온 천지간을 미친 듯이 날뛰고 있으리라.
시는 언어가 끝나는 데서 시작된다.이 작품의 경우도 언어로 표현된 부분보다도 언어가 끝난 뒤의 여백에 깔려 있는 ‘천만에’라는 깜짝 놀랄 반전과 단수 높은 내숭이 더욱 더 오묘하다. 바로 그 반전과 내숭을 통하여 돌연하게 실연을 당한 여인의 미묘한 심리 상태를 절묘하게 포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수천 년 전에도 사랑이란 것이 있었고, 또 실연의 아픔도 있었나보네. 아아 말도 안 되는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