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키즈존에 관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내가 SNS에서 본 이야기에 따르면, 어느 부모가 아이와 함께 SNS에서 유명한 카페에 방문했는데 카페 측이 노키즈존이라고 알려왔다. 하지만 뒤늦게 노키즈존임을 알린 상황이고 손님이 적었기에 1시간만 이용한다는 조건으로 야외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다.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나는 황당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아이와 판매하는 음식을 골라담고 사진을 찍는 것은 괜찮지만, 아이와 함께 안에서 먹지는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부모와 아이는 카페 안에 손님이 별로 없었기에 겨우 한 시간 동안 야외 테이블을 이용할 수 있었고, 하마터면 매장에서 쫓겨날 뻔했다. 긍정적 홍보 효과와 금전적 이득은 얻고 싶지만, 아이들이 통제가 어렵고 시끄럽다는 이유로 몇몇 식당들이 노키즈존을 고집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계속해서 저출산 극복을 위해 여러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출산 후엔 어른들이 세운 노키즈존이라는 벽 앞에 아이들의 동심과 자유가 멈춰선다. 우리는 누구나 어린시절을 겪고, 지금의 어른이 되었다. 그럼에도 어른들은 아이들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들의 편의만을 생각하고 있다. 이처럼 아이가 멸시받는 세상이라면 어른 또한
기후 위기로 인한 피해가 자연을 넘어 인간에게까지 도달하고 있다. 그에 따라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부쩍 늘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 지구생태학과 생물지리학 연구팀이 지난 11월 12일에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물고기와 갑각류, 오징어와 같은 연체동물 등 236종 해양생물의 서식지를 분석한 결과 지중해 일대에서 생물들이 평균 55m 가량 수심이 깊은 곳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또한 연구팀은 논문에서 지구 온난화로 인해 아마존에 서식하는 새들의 몸집이 작아지면서 날개가 점점 길어지고 있다며 기후 위기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이처럼 지구 온난화는 우리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는 어느날 갑작스럽게 진행된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천천히 진행되어왔다. 오늘날과 같이 급속한 변화가 일어나기 이전에는 사람들이 환경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을까. ’97년 11월 17일 <계명대신문>에 실린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1인당 30g 감소 효과’ 기사는 환경보호를 위해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캠페인에 나선 우리학교 구성원들을 다뤘다. 기사는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바우어관, 인문관, 자연관 학생식당에
오늘부터 새로운 방역 체계가 시행된다. ‘단계적 일상회복’이다. 일부 예외가 있지만 모든 시설의 상시 영업이 가능하고, 사적 모임은 10명까지, 행사의 경우 100명까지 모일 수 있다고 한다. 코로나19가 국내에 유입된 지 어느덧 2년째다. 누구나 알고 있고 흔히들 하는 말이지만, 인간의 삶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코로나19가 초래한 피해는 개인과 사회에 걸쳐 이루 말할 수 없이 크고도 깊지만, 교육 분야의 피해는 다른 분야에 비해서 유독 심각하다. 회복할 수 없다는 점에서, 개인의 인지 여부와 별도로 피해는 지속될 것이다. 학교 문을 닫는 것은 어느 시대나 극히 중대한 의미를 갖는 일이다. 더욱이, 질병으로 학교 문을 닫은 유례를 찾기 어렵다. 대부분의 교사 및 교수, 학생에게 강제된 비대면 수업이 구체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하였느냐에 대해서는 앞으로 여러 연구가 제출되겠지만, 하나 분명한 점은 교원과 학생들 모두 비대면 수업의 한계를 절감했다는 점이다. 우리 대학에도 기왕에 다수의 온라인 수업이 있었지만 그 존립의 바탕은 대면수업이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다행히 우리 대학은 이번 학기 시작부터 대면수업 위주의 학사운영을 하고 있다. 많은 준비와 노
80년 5월의 광주는 쓸쓸했다. 하지만 비겁하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비겁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립되었던 것이다. 국가에 의한 무자비한 고문과 살인, 납치가 횡행하던 그 시절, 권력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불의 앞에 침묵해야 했던 어둠의 시대에 불을 밝힌 것은 다름 아닌 광주시민들이었다. 민주주의와 인권이 참혹하게 유린당하는 현실 속에서 모두가 광주를 외면한 그때, ‘폭도’라는 누명을 쓰면서까지 광주시민들은 꿋꿋하게 저항했다. 이윽고 수백 명의 무고한 시민이 계엄군에 목숨을 잃었다. “광주는 그럴 수 없다”고 했다. 80년 5월의 기록이 아니다. 지난 10월 26일 문재인정부가 노태우 씨의 국가장을 결정하자 광주시청과 광주시의회가 공동으로 발표한 입장이다. 광주시는 노태우 씨 사망을 기리기 위한 조기 게양과 분향소 설치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5.18 광주 학살의 공범인 그는 끝까지 진실한 사과를 하지 않았고, 그날의 진실을 함구한 채 눈을 감았기 때문이다. 5.18기념재단과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도 노태우 씨의 국가장 결정에 유감을 표명했고, 광주에 지역구를 둔 여당 의원 7명 또한 국가장 반대를 분명히 했다. 광주 학살에 대한 진상규
‘포화 상태’ 수도권과 달리 소멸로 접어드는 지방 대권주자도 지역공약은 토건 사업에 치중돼 ‘손흥민’ 만으로 축구 경기에서 이길 순 없다.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서 뛰는 손흥민은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고립된 모습을 자주 보인다. 이유는 단순하다. 빠른 속도로 공간 침투가 장점인 손흥민은 동료들의 움직임이 활발할 때 장점이 살아난다. 토트넘에서는 해리 케인 등 동료 선수에게 견제가 분산해 있다. 그러나 국가대표팀에 오면 견제가 집중된다. 어떤 이들은 그 견제도 뚫을 슈퍼스타가 되길 기대하지만, 축구는 11명이 하는 경기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를 보면, 유독 한 선수가 계속 돌파를 허용하는 경우가 있다. 동네 축구 용어로 ‘구멍’이다. 빛나지 않지만, 수비수가 구멍이라면 경기에서 이기기 어렵다. 손흥민이 10골을 넣어도, 11골 실점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축구장이라면, 골키퍼를 제외한 선수 10명 중 5명은 최전방 공격수로 뛰고 있다. 중앙에 위치한 미드필더가 4명, 수비수는 1명이다. 축구 전술에 대입하면 1-4-5다. 동네축구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이런 축구 전술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모습인지 안다.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바로 대한민국에서 펼쳐지고 있다.
A교수는 종강을 앞두고 학생들의 강의 만족도 조사를 기다리고 있다. 한 학기를 마무리하며 본인의 강의가 학생들에게 만족스럽게 다가갔을지 고민이 많다. 반면 대학생 B씨는 기말고사 성적을 확인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강의 만족도 조사에 어쩔 수 없이 응했다. 답변은 모두 ‘보통이다’ 항목으로 통일했고 주관식 평가란에는 ‘교수님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상투적인 표현을 적어넣었다. 한편 교수의 강의가 불만족스러웠던 C씨는 해당 강의 문제점을 감정적인 문구들로 강의평가에 녹여냈다. 우리학교는 강의 만족도 조사를 통해 강의의 질을 개선하고자 한다. 하지만 강의 평가가 형식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강의 만족도 조사에 진지하게 응하는 재학생의 비율은 결코 높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며, 학생들은 강의 평가로 무엇이 달라지는지 체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의 평가를 둘러싼 갑론을박은 과거에도 있었다. ‘96년 11월 4일자 <계명대신문>에 실린 ‘교수 활동…실적 위주 평가 문제 많아’ 기사에서 교수업적 평가제의 허와 실을 조명한다. 기사는 교수의 교육 활동을 평가하는 방법으로 ▶교수 자체 평가 ▶동료 교수 평가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직접 평가 등이 있다고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우리 생활을 파고든 작년 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막연함으로 시간을 보내던 중에 우연히 한 권의 책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평소에는 잊고 지내지만 심각한 문제에 부딪치면 스스로가 완벽하지 못한 부족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위축되기도 하고 겸손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이러한 인간의 불완전함이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가 진화해 온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인류의 특성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 개리 마커스는 뉴욕대 심리학과 교수로 뇌와 인지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클루지’란 어떤 문제에 대한 서툴거나 세련되지 않은, 그러나 놀라울 만큼 효과적인 해결책을 의미한다. 그렇다. 크고 작은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는 누구나 우연히, 임기응변으로 대처한 해결책이 의외로 좋은 결과를 나은 경험을 한두 번쯤은 가지고 있다. 점심엔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우연히 처음 들어간 식당에서 맛있고 푸짐한 점심을 만났던 기억. 길을 잃어 우연히 도착한 곳에서 만난 아름다운 풍경. 이렇게 인간도 클루지처럼 진화의 과정에서 서툴게 짜 맞추어진 존재이기에 항상 불안정한 심리와 완벽하지 못한 판단을 하지만 우연한
학사일정 5주차에 접어든 지난 9월 29일부터 수강정원이 100명 이상인 이론 강의를 제외한 대부분의 강의가 대면수업으로 전환됐다. 이미 개강 첫날부터 실험·실습·실기가 동반되는 강의는 대면수업을 진행 중이고, 교육부 또한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70%를 상회함에 따라 단계적인 대면수업 재개를 권고한 바 있다. ‘전면 비대면 수업’이라는 사상 초유의 형태를 취했던 지난 2년간의 대학 교육이 일단은 정상화 궤도에 오른 것이다. 지난 2년여의 팬데믹은 우리로 하여금 이른바 ‘위드 코로나(with Corona)’로 불리는 바이러스와의 불편한 동거를 강요해 왔다. 화합, 만남, 유대와 같은 가치는 모두 ‘방역’이라는 현실 아래에 종속되고 말았다. 지난 7월 26일 동아대병원 김동민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 국면 이후 우울증이나 불안 증세를 경험한 국민이 5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계의 공백’이 불러온 우울감은 청년들에게 특히 가혹했다. 지난해 9월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2020년 상반기 우울증 진료 인원은 59만 명으로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5.8% 증가했다. 특히 2
요즘 SNS에서는 얼굴을 합성하는 어플이 인기를 얻고 있다. 흔히 ‘딥페이크(deep fake)’로 불리는 이 기술은 딥러닝과 속임수를 뜻하는 페이크의 합성어로 영상 속의 얼굴을 다른 사람의 얼굴로 합성해주는 인공지능을 뜻한다. 딥페이크를 활용할 경우 일반적인 CG로 100일이 걸리는 작업을 단 하루 만에 끝낼 수 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딥페이크를 이용해 자신의 친구 혹은 유명인들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하여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혁신 기술로 각광받던 딥페이크는 어느덧 가짜 뉴스와 보이스피싱, 성착취물 제작 등 범죄의 도구로 전락했다. 네덜란드 보안 업체(Deeptrace)가 2019년에 만든 보고서에 따르면, 딥페이크 사용 목적의 96%가 포르노그래피인 것으로 나타났고, 교육 및 기타목적은 고작 4%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딥페이크는 신종 범죄를 양산하고 있다. 이 기술로 제작되는 포르노의 가장 큰 문제점은 타인의 얼굴을 마음대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어느 SNS에 ‘합성’이라는 단어만 검색해도 이른바 ‘지인 합성’으로 불리는 딥페이크를 만들어주는 계정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기 위해 SNS에 게시한 사진이 도용되어,
막대한 이윤을 독점하는 특권층 ‘게임의 구조’는 누가 만드는가 “저는 너무나 치밀하게 설계된 오징어게임 속 ‘말’일 뿐입니다.” 화천대유 1호 사원이자 곽상도 의원의 아들 곽모 씨가 한 말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인기 속에 성남시 대장지구 개발사업 시행사 ‘화천대유’에 빗댄 표현과 패러디가 넘쳐나고 있다. 퇴직금으로 50억 원을 수령한 이가 장기판 속 한낱 말이었다는데 공감할 수 있을까. ‘나는 왜 그 말이 되지 못하느냐’는 조소가 나온다. 자본금 50억 원으로 배당금 5천903억 원을 가져간 이들을 살펴보자. 화천대유 대주주는 전 머니투데이 기자 김만배였다. 고문으로 이름 올리고 자문료를 받은 법조인 명단은 화려하다.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검, 김수남 전 검찰총장, 원유철 전 국회의원이 있다. SK증권을 경유해 막대한 배당금을 받아 간 이들의 직업은 회계사, 변호사, 언론인 등이었다. 수사를 통해 이들이 막대한 배당금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왜 이런 사업구조를 만들었는지 밝혀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뇌물, 투자 정보 사전유출, 업무상 배임 등에 대해서는 따져봐야겠지만, 이들이 막대한 배당금을 받은 것만으로는
대학생 A씨는 눈을 뜨자마자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켠다. 수업 시작 1분 전 겨우 비대면 수업에 접속한 A씨는 그제야 거울을 보며 자신의 모습을 단장하기 시작한다. 한편 자취방이 답답했던 B씨는 집 근처 카페에서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코로나19가 바꿔놓은 대학가 풍경은 어느덧 학생들의 일상에 깊이 스며들었다. 하지만 불편도 뒤따른다. C씨는 동영상 수업을 듣기 위해 교수학습지원시스템에 접속했지만 로그인이 안 되는 오류로 수업을 듣지 못했다. 또 D씨는 교수가 몇 년 전 촬영된 강의 영상을 재활용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황당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이처럼 많은 학생이 강의의 질적 하락을 이유로 비대면 수업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전산 환경이 온전치 못했을 옛날엔 어땠을까. ‘96년 9월 23일자 <계명대신문>에 실린 ‘전산교육원, 학생 편의와 강의 질 개선 위한 노력 전개해야’라는 기사에서 캠퍼스 전산화 작업이 진행되던 당시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기사는 “무엇보다 학생들의 편의와 강의 질 개선을 위한 전산화 개발과 실습실 증설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하며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동아일보에서 실시했던 ‘96년 대학 정보화
외딴 섬에서 표류한 선원 이야기로 유명한 소설 ‘로빈슨 크루소’의 주인공 로빈슨은 29년을 섬에서 홀로 지냈다. 필자가 소개할 영화 ‘김씨표류기’는 로빈슨 크루소처럼 식인종만 간간히 방문하는 그런 외딴섬에서의 거창한 표류담은 아니다. 대신 대도시 서울 안에서 겪는 새로운 방식의 표류담이다. ‘김씨표류기’에는 2명의 표류자가 등장한다. 표류자 남자 김씨와 여자 김씨는 사람들로 둘러싸인 도시 한가운데 손바닥만 한 무인도에서, 그리고 한강뷰가 보이는 아파트 방안에서 표류하고 있다. 영화의 첫 장면은 구조조정, 빚, 재취업 실패로 한강에 투신한 남자 김씨가 실수로 한강 다리 아래 무인도 밤섬에 표류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남자 김씨는 원래의 계획대로 죽으려고 시도하기도 하고, 반대로 살기 위해 도움을 청하기도 하다가 서서히 섬 생활에 익숙해진다. 처음 모래사장에 ‘HELP’를 썼던 그는 섬의 생존방식을 터득하고 버려진 오리배에 터전을 잡고 난 후 ‘HELLO’를 쓴다. 밤섬은 도시생활의 경쟁에서 떠밀린 그가 살 수 있는 최소한의 땅이 된 것이다. 남자 김씨의 표류 사실을 알게 된 사람은 한강변 아파트에 사는 여자 김씨이다. 함께 사는 부모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