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아이의 성장은 남자아이가 자라는 방식과는 다를 것이다. 수많은 차이가 엄연히 있다. 그러나 분명한 건 남자아이보다 결코 ‘얌전’하거나 수월한 성장통일 리 없다는 점이다. 소녀들이 ‘무난히’ 클 거라는 편견 속에는 사실 사회적 강요가 배어있다. 어딘가에 스며들어 있다가 필요할 때만 나타날 것을 요구받기도 한다. 숱한 ‘평범한’ 여자아이들이 어떻게 자라는지 세상에 눈길 주는 이는 드물어도, 아이들은 한 시도 멈추지 않고 성장을 거듭한다. 평범하다는 뜻은, 공부를 잘 해 눈에 띄거나 장차 서울대생이 될 법한 기대주 몇몇을 뺀 대다수를 가리키는 동시에, 큰 사고나 이변 없이 무사한 우리들 일상에 대한 표현이기도 하다. 그 때 그 순간의 다리나 버스, 배를 비껴간 운 좋음 같은 안도 말이다. 김보라 감독의 “놀랍도록 성숙한 데뷔작” 영화 <벌새(House of Hummingbird)>는 1994년을 사는 중2 은희의 이야기다. 가장 보통의 중학생 같은 모습으로 등장한 은희의 요란하고 혼란스럽던 한 시절은 하필 그해 10월 21일을 지나며 마디를 남긴다. 성수대교 상판이 붕괴되는 사고로 17명이 다치고 32명이 사망했다. 불과 25년 전 어느 아침이었다.
기업은 재화나 서비스 등을 생산하고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기본적인 생리이다. 이러한 기업의 기본적인 성격을 고려하더라도 최근 보도된 YG사태를 비롯해 탈세, 불법 증여, 불법 양도, 노동법 위반, 기업 철학의 부재, 불법 상속 등은 배금주의로 물든 우리나라 기업의 비윤리적인 경영사례로만 보인다. YG엔터테인먼트의 경우 ‘버닝썬 게이트’를 계기로 소속 연예인들의 음주운전, 마약, 도박, 성관련 범죄 등 비윤리적 행위가 밝혀지며, 비윤리적 기업으로 낙인이 찍혔다. 주가가 계속해 하락세를 면치못하고 불매운동이 일어나기도 하며 소속 아티스트를 모델로 기용한 기업들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태다. 비윤리적 경영의 대가는 이 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에너지 회사 ‘엔론’은 직원들의 분식(粉飾)회계로 인해 끝내는 파산에 이르렀다. ‘엔론’에 투자한 많은 이들에게 큰 손실을 끼쳤을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일자리를 하루 아침에 앗아갔다. 기업은 개인의 사유물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11년에 소비자 3백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윤리적 소비에 대한 소비자 인식 조사’에 따르면, ‘윤리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일 경우 가격이 비슷하거나 조금 비싸더라도 구매하겠
하늘에는 하늘의 문장, 천문이 있고 땅에는 땅의 문장, 지문이 있고 사람에는 사람의 문장, 인문이 있다. 인문 곧 사람의 글은 천지와 나란한 위치를 갖는 거룩한 존재다. 문 또는 문장이란 당초 ‘빛나다’는 말이다. 사람이 지닌 여러 재능 가운데 가장 빛나는 능력은 자기와 세계를 표현하는 문장력이다. 사람이 이룩한 온갖 일은 글로 표현될 때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빛나는 저술은 나라와 사회에 대한 위대한 공적이나 훌륭한 덕망과 함께 세 가지 영원히 남을 존재로 일컬어져 왔다. 근대적 글쓰기의 도구로서 한글 사용의 역사는 터무니없이 짧다. 이제 겨우 120여년이다. 한글 사용의 기점이 된 갑오경장은 계명대학교가 창립의 원년으로 삼고 있는 해에서 불과 5년이 더할 뿐이다. 이후 대략 한 세대 동안에 이룩한 신문학의 성과는 눈부시다. 하지만 글쓰기 도구로서 한글의 탁월함에 비해 그 도구로 이룩한 성과는 아직 만족스럽지 못하다. 세계 최고의 표기수단이라고 하는 한글이라는 도구를 가진 터에 그 도구를 벼려서 빛나는 결과물을 빚어내기는 우리에게 언제나 중요한 과제이다. 그런 노력의 하나로서 문학상, 특히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문학상은 필요하고 중요하다. 계명대신문사는
9월이 되니 아침저녁으로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 가을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 가는 것 같다. 이렇게 더위가 한풀 꺾이는 계절이 되면 다시 보고 싶은 영화가 한 편 있다. 1986년에 제작 상영된 ‘미션(The Mission)’이다. 30년도 훨씬 지난 영화이지만 2008년과 2017년에 2번이나 재개봉한 특이한 이력을 가진 영화로, 공간적 배경은 남미의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브라질이 만나는 접경지대이다. 미션은 첫 상영 당시 이과수 폭포를 스크린에 가득 채워 보여주는 웅장함만으로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영화였다. 미션은 1750년에 실제 일어난 역사적 사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이러한 시대를 살았던 남미 원주민과 서구 열강의 노예상인, 복음을 전하고자 한 예수회 신부 등의 다양한 역사적 존재를 화면에 담아내고 있다. 영화는 1758년 남미 과라니족 사건을 마무리한 주교가 교황에게 편지를 쓰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역사에서 1750년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국경조약을 체결하고 이로 인해 스페인령의 보호지역에서 살던 과라니족 원주민들은 다시 노예제를 인정하는 포르투갈의 지배하에 들어간 시기이다. 이 시기 포르투갈의 지배에 저항하며 자신의 터전을 지키려던 과라니족 원
“지금부터 국민의례를 거행하겠습니다.” 이 말은 각종 행사 때 흔히 쓰는 말이다. 지난 8월 15일,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도 여지없이 이 말이 쓰였다. 뿐만 아니라 3.1만세운동 100주년 및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이 되는 올해는 유달리 크고 작은 기념식이 많아 이 말을 자주 듣게 된다. 그러나 ‘국민의례(國民儀禮)’라는 말은 일제국주의 시대에 ‘궁성요배(천황이 있는 곳을 향해 경례), 신사참배, 기미가요(일본국가)의 제창 의식’을 가리키는 말이지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정의하듯 ‘한국의 애국가 제창, 국기에 대한 경례,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140년 전인 1879년, 교토 도시샤대학(同志社大學) 출신의 목사인 고자키 히로미치(小崎弘道)가 세운 영남판교회(靈南坂敎會)의 『영남판교회100년사』에 따르면 “국민의례란 일본기독교단이 정한 의례의식으로 구체적으로는 궁성요배, 기미가요제창, 신사참배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국민의례’의 구체적인 행동 강령을 보면, 1. 예배가 시작되기 전에 종이 울리면 회중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부동자세를 취한다. 2. 교직자가 입장한다. 3. 종이 멈추면 회중들은 오른
경북 안동시 풍산면에 위치한 병산서원은 우리나라 서원 중에서 배롱나무가 가장 많을 뿐 아니라 조영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병산서원의 조영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2.3km 정도의 비포장 길이다. 우리나라 9곳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 서원 중에서 비포장 길은 병산서원이 유일하다. 병산서원으로 가는 길은 더디고 아주 불편하지만 땅의 기운을 마음껏 받을 수 있다. 다음으로 빛나는 것은 낙동강과 병산이다. 병산서원으로 가는 길 왼편은 상당히 깊은 낙동강이 굽이굽이 흐른다. 그래서 길도 물길처럼 굽이굽이 둥글둥글하다. 서원 앞 낙동강변의 모래밭은 대한민국 어느 서원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병산서원만의 가치다. 낙동강변의 병산은 병풍을 닮아서 붙인 이름이지만 중국 당나라 두보의 「백제성루(白帝城樓)」 중 ‘푸른 병풍 같은 산은 저물녘에 잘 어울린다(翠屛宜晩對)’에서 빌렸다. 병산서원을 한층 빛나게 하는 만대루도 두보의 시에서 차용했다. 병산서원은 복례문 입구부터 존덕사 앞, 그리고 서원 주변까지 온통 부처꽃과의 갈잎중간키나무 배롱나무가 살고 있다. 백일홍의 우리말인 배롱나무의 다른 이름 중 자미화(紫薇花)는 ‘북극’을 의미하는 ‘자미’ 덕분에 황제의 나무였다.
● 뮤지컬 <북성로 이층집>일시: 2019.10.25.~10.27./장소: 봉산문화회관/문의: 053-661-3521일제강점기 북성로에서 태어난 일본인 남학생 류지와 조선인 여학생 분이는 서로 사랑하지만 각자의 환경으로 인해 헤어지게 된다. 해방 후, 일본에서 소설가가 된 류지는 자신의 어린 시절 북성로에서의 추억을 담은 소설 ‘북성로 이층집’을 쓰게 되고, 한국 출판을 기념해서 예순이 넘은 나이에 다시 북성로에 가게 되는데…● 전시 <팝/콘>일시: 2019.06.11.~09.29./장소: 대구시립미술관/문의: 053-803-7900노상호 작가는 일상에서 수집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드로잉, 집필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자신의 영역을 확장한다. 이번 전시는 상점을 운영했던 작가의 직업적 특성을 살려 작품과 아트상품을 판매하는 느낌의 컨셉으로 진행된다. 수백 개의 드로잉을 옷걸이와 행거에 진열하는 등 마치 ‘쇼룸’에 온 듯한 분위기 속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어떤 인생은 자신이 살았던 시대의 비극을 고스란히 통과하며 죽음보다 낫지 않은 한 시절을 살아내기도 한다. 우리의 근현대사에는 이런 상처와 아픔이 너무도 흔하다. 개인의 삶이 집단에 의해 철저히 짓뭉개졌는데, 개인자격의 대처조차 못하도록 이중으로 옥죔을 당한 이들이 많다. 시간마저 고령 생존자들 편이 아닌 듯해 초조함도 깊어진다. 뉴스타파의 세 번째 영화 <김복동>은 이 묵직한 고민을 담담히 풀어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자신을 세상에 드러낸 1992년 1월 이후 김복동이라는 한 사람이 살아낸 27년의 투쟁 기록이다. 평화운동가 김복동 선생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한 영웅이었다. 영화는 명징하다. 문제는 보고난 이후다. 할머니들의 역사를 잘 몰랐으며 마주할 용기도 부족한 나 자신을 흔들어대는 울림이 있다. 자료를 뒤적여도 쉬 해소되지 않는 혼란도 동반된다. 여자의 인생에서 의미와 가치란, 누구의 딸로 태어났느냐에 있지 않고 자신의 삶을 역경 속에서도 어떻게 개척해나갔느냐에 있을 것이다. 끝내 아버지의 1965년 굴욕적 한일협정 선례를 따라간 ‘아버지의 딸’일 뿐이었던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의 장본인 박근혜. 여기서 역설적으
계명대출판부 신간‘신한첩 곤’(宸翰帖 坤)의 연구 및 역주장요한, 2019‘신한첩 곤’(宸翰帖 坤)은 효종, 현종, 숙종, 장렬왕후, 인선왕후, 명성왕후, 인현왕후 등이 효종의 넷째 딸인 숙휘공주와 부마 정제현, 인선왕후에게 쓴 총 35편의 한글편지를 엮은 책이다.각 편지마다 서지 및 국어학적 특징을 검토하고, 현대어역과 주석, 편지의 내용과 형식적 특징을 덧붙였다. 이 편지첩은 숙휘공주의 5대손인 정진석이 순조 2년(1802년) 중추에 엮은 것인데, 조선 중기 왕실가의 편지로서 국어학 연구는 물론 궁중 문화, 한글 서예 등의 연구에 매우 중요한 자료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문의: 출판부 580-6233동산도서관 신착 도서지상 최고의 사운드 : 전 세계의 경이로운 소리를 과학으로 풀다트레버 콕스, 2019최근 많은 사람들이 이어폰을 즐겨 사용하면서 그 외의 소리에 관심 갖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또한, 자연 다큐멘터리에서도 시각적인 장면이 강조되어 청각에 대해 무감각해지는 경우가 많다.음향공학 보급공헌상 수상, 소리관련 기네스기록 보유 등 권위자인 저자는 이 책으로 미국음향학회 과학저작상을 수상하였다.이 책은 고고학, 신경과학 등 다양한 학문을 융합하여 음
국유재산 개발·활용 국민 아이디어 공모 응모분야 : 기획/아이디어, 건축/건설접수기간 : 2019.07.15.~2019.09.16.全 국민과 함께 하는 2019 평화사랑 콘테스트응모분야 : 디자인, 사진, UCC/영상접수기간 : 2019.07.22.~2019.09.16.제6회 대한상의 사진 공모전응모분야 : 디자인, 사진, 예체능접수기간 : 2019.06.03.~2019.09.24.제5회 섬 여행 후기 공모전응모분야 : 광고/마케팅, 문학/수기접수기간 : 2019.08.01.~2019.09.30.국민 참여 영상 공모전 밥이 답이다 영상제응모분야 : 디자인, 광고/마케팅, UCC/영상접수기간 : 2019.08.26.~2019.09.30.
무용지용(無用之用)이란 말이 있다. ‘쓸모없음의 쓸모 있음’이라는 이 역설적 의미의 한자성어는 중국의 철학자 장자(莊子)로부터 유래되었다. 장자는 사람들이 쓸모 있는 것의 쓸모만을 알고, 쓸모없는 것의 쓸모는 잘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쓸모없는 것의 쓸모, 어찌 보면 말장난 같기도 하고 단순한 언어의 유희로 치부할 수도 있다. 사람들은 무엇을 판단할 때 그것의 쓸만한 가치와 용도를 먼저 생각하고 대상을 쓸모 있는 것과 쓸모없는 것으로 분류한다. 쓸모없는 것은 버려야 되는 것이다. 장자는 나무의 예를 들어 쓸모없음의 쓸모 있음을 말한다. 반듯하고 튼실한 나무는 누가 봐도 좋다. 따라서 금방 베어질 운명에 처해진다. 하지만 구부러지고 부실한 나무는 그 쓸모없음으로 인하여 오랜 세월을 견뎌낸다.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그늘과 휴식을 제공하면서. 여기에서 쓸모는 다시 정의된다. 단순히 건축의 재료가 아닌 휴식의 공간으로 나무를 바라볼 때 비로소 쓸모 있음의 다른 가치가 탄생되는 것이다. 용도가 바뀌면 쓸모도 달라지는 것이다.세상의 무언가가 꼭 쓸모가 있어야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그 쓸모를 따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양심의 쓸모를 따져가면서 윤리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