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을 하나 가득 채운 대가족, 아이들의 재롱에 손뼉을 치며 즐거워하고 있다. ‘다음 차례’라고 말하며 또 다른 아이의 순서를 채근하고, 흔한 동요를 마다하며 손녀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 찬 흥남부두에 목을 놓아 불러봤다 찾아를 봤다 ....... ”가족들은 ‘어린아이에게 이런 노래를 가르쳤느냐?’고 핀잔하며 궁시렁 대지만 를 부르는 손녀는 노래를 멈추지 않고, 백발의 ‘덕수’는 슬그머니 방으로 들어가 담배를 피워 문다. 촉촉하게 젖은 눈가로 지울 수 없는 기억들이 하나씩 떠오른다.1950년 한국전쟁 통에 함경남도 흥남에서 부산으로 피난 온 덕수 가족, 피난길에 여동생과 아버지를 잃고 가장이 된 그는 고모가 운영하는 부산 국제시장의 수입 잡화가게 ‘꽃분이네’를 중심으로 굳세게 살아간다. 195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 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아들, 형, 오빠, 그리고 아버지의 평범하지만 위대한 인생을 담은 영화가 차가운 겨울을 맞아 때론 눈물짓고, 때론 웃음꽃을 피우며 따뜻하게 펼쳐진다.영화 은 전작 로 1천145만 명의 관객을 모았던 윤재균 감독이 5년 만에 복귀한 작품이다. “이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온 부모님 세대의 이
정규직 전환을 얼마 남기지 않은 ‘선희’는 대형할인매장 ‘더마트’에서 일하고 있다. 급작스레 연장근무를 하라면 군소리 없이 따르고, 동료가 억울하게 인격적인 모독을 당해도 그저 바라만 볼 뿐이다. 선희는 정규직 전환이 되면 먼저 아들 휴대전화부터 바꿔주겠다는 약속도 얼른 지켜줘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악착같이 일했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혼 후 홀로 아들을 키우는 ‘혜미’, 이십 년 동안 청소밥을 먹으면서도 아무소리 안했던 ‘순례’, 후덕하고 입심 좋은 계산원 ‘옥순’, 대학을 졸업하고 50번 넘게 면접을 치르며 취업준비에 지친 미진도 정규직에 대한 꿈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 곁의 엄마, 아내, 딸이며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이웃들이다. 그랬던 이들이 오늘 해고됐다. “내가 열심히 하면 회사도 좋고, 나도 좋다”는 생각으로 일했건만, 급작스럽게 해고 통보를 받은 비정규직 여성들의 아무도 몰랐던 뜨거운 투쟁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대형마트의 비정규직 직원들이 부당해고를 당한 이후 이에 맞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카트>는 우리나라의 상업영화 최초로 비정규직을 다룬 작품이다. 특히 이 영화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오천 명이 참여해 약 2
사랑하는 사람이 문 앞에 와있다. 하지만 나는 그를 위해 문을 열어 줄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이 문 뒤에 서있다.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문을 열어 달라 힘껏 문을 두드릴 수 없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섣불리 문을 열지 못하는 남녀,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영화의 도입부 삼십여 분은 당대의 시대상과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의 떨림을 목이 메도록 절절하게 스크린위에 펼쳐진다. 무용에 뛰어난 재능을 지닌 단단은 어머니 평완리에게 자신이 공연에서 주연을 맡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한다. 하지만 중국의 문화대혁명 기간에 반혁명분자로 몰린 루옌스는 가족이 그리워 유배지에서 도망쳐 10여년 만에 집으로 숨어들어온다. 반혁명분자로 낙인찍힌 아버지 탓에 결국 주연을 맡지 못하고, 아버지 루옌스에 대한 기억조차 없는 단단은 그를 고발해 결국 당직자들에 의해 체포되게 한다. 이후 문화혁명이 끝나고 루옌스는 무죄로 인정받아 집에 돌아오지만 자신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평완리와 무용의 꿈을 버리고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단단. 이들 한 가정에게 새로운 생활이 시작된다. 이후 영화는 단순한 멜로, 신파를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신파나 멜로의 최루성 눈물을 절대
자유로운 공간이며 또한 자신의 삶을 옥죄는 두려움의 공간이 있다. 그곳에서 삶과 죽음을 마주하는 어린 청춘. 모든 것은 자연을 통해 연결된다는 순환의 섭리를 깨닫게 된다. 일본의 오키나와와 큐슈의 중간에 위치한 섬 아마미. 이 한적한 섬마을에는 각자 상처를 입고 살아가는 고등학생 소년 카이토와 쿄코가 있다.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와 살고 있는 카이토는 더 이상 아버지를 그리워하지 않는 엄마가 원망스럽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병에 걸린 엄마를 곁에 둔 쿄코는 엄마의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거나 바닷가를 거닐며 서로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두 사람은 단짝 친구다. 하지만 헤엄을 잘 치는 쿄코는 파도에 익숙하지만 물을 싫어하는 카이토에게 바다는 두려운 존재다. 어느 날 밤바다에 하나의 시체가 떠오르고, 거센 태풍이 섬 전체를 덮치던 날 둘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눈부신 순간을 맞게 된다. 이 작품은 일본의 대표적인 시네아티스트로 손꼽히는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작품으로 그녀의 다섯 번째 칸 영화제 진출작으로 황금종려상에 노미네이트됐던 작품이다. 그리고 토론토국제영화제, 카를로비바리국제영화제와 며칠 전 개최된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초청받아 많은 영화관계
여러분들은 지금 ‘연애’를 이리 말하겠지만, 몇 년 뒤 ‘결혼’을 이리 얘기하게 될 것이다. 4년간 연애하는 철부지 남자 영민과 사랑스런 여인 미영. 영민은 친구들에게 카톡으로 조언을 받으며 프러포즈를 시도하지만, 우유부단한 영민에게 이미 속이 상해버린 뾰로통한 미영은 눈물을 흘리며 속상해한다. 이때 살랑거리는 봄날의 바람을 타고 이들 두 사람 주위에 꽃잎이 흩날린다. 마치 한 장의 수채화처럼…. 드디어 결혼에 골인한 영민과 미영, 눈만 마주쳐도 옷을 벗어던지는 신혼의 달콤함이 스크린에 아기자기하게 펼쳐진다. 하지만 시인을 꿈꾸며 철부지를 벗어나지 못하는 철없는 신랑 영민과 전공했던 그림과는 점점 멀어지고 사사건건 잔소리만 늘어가는 미영에게 신혼의 달콤함은 계속 이어질까? 24년 전, 1990년 겨울날. 한국의 영화관객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덥혀줬던 이명세 감독의 명작 <나의 사랑 나의 신부>를 2014년에 맞춰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왔다. 당시 박중훈과 최진실이 선보인 평범한 신혼부부의 소소한 일상이 조정석과 신민아의 맛깔스런 연기와 시대에 어울리는 유머로 관객들을 웃고 울리며 가을의 감성에 흠뻑 젖게 할 만하다. 2004년 소시민 가장의 삶을 통해
럭비국제친선대회에 출전했던 한 재일동포 선수는 샤워장에서 만난 호주에서 온 선수로부터 “어느 나라 선수냐?”는 질문에 “코리아”라고 대답했다가 곁에 있는 한국선수에게 면박당한 경험을 떠올리며 “같은 민족인데…”라고 서운해 한다.영화 는 60만 재일동포들의 꿈을 안고 일본 전국제패에 나선 오사카 조선고급학교 럭비부가 100년의 전통을 지닌 일본 고교 럭비 역사에서 이뤄내는 쾌거를 담담하게 들려준다. 스크린에 등장하는 열아홉, 피가 끓는 뜨거운 청춘의 오사카조선고급학교 럭비 선수들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예쁜 여학생에게 얼굴 붉히며 가슴 떨려하고, 소녀시대를 좋아하며, 불안감이 엄습하면 서로 충돌을 빚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을 지켜봐주는 많은 사람들은 “수고했다, 괜찮아”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고 이들은 더욱 굳건히 성장해 간다.이 작품은 스포츠를 통한 청춘의 도전과 희망에만 한정된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다. 이들이 속한 사회 일본에서 겪는 혼돈과 사회적 악조건, 그리고 그들의 일상을 놓치지 않고 있다. 고등학교 무상교육이 일반화된 일본 사회에서 조선학교에만 이를 시행하지 않고, 학교에 대한 보조금마저 동결한 현실에 대해 경기를 치른 뒤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