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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만 번의 트라이

“유 아 재패니즈, 아이 엠 오리지널 코리안”

럭비국제친선대회에 출전했던 한 재일동포 선수는 샤워장에서 만난 호주에서 온 선수로부터 “어느 나라 선수냐?”는 질문에 “코리아”라고 대답했다가 곁에 있는 한국선수에게 면박당한 경험을 떠올리며 “같은 민족인데…”라고 서운해 한다.

영화 <60만 번의 트라이>는 60만 재일동포들의 꿈을 안고 일본 전국제패에 나선 오사카 조선고급학교 럭비부가 100년의 전통을 지닌 일본 고교 럭비 역사에서 이뤄내는 쾌거를 담담하게 들려준다. 스크린에 등장하는 열아홉, 피가 끓는 뜨거운 청춘의 오사카조선고급학교 럭비 선수들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예쁜 여학생에게 얼굴 붉히며 가슴 떨려하고, 소녀시대를 좋아하며, 불안감이 엄습하면 서로 충돌을 빚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을 지켜봐주는 많은 사람들은 “수고했다, 괜찮아”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고 이들은 더욱 굳건히 성장해 간다.

이 작품은 스포츠를 통한 청춘의 도전과 희망에만 한정된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다. 이들이 속한 사회 일본에서 겪는 혼돈과 사회적 악조건, 그리고 그들의 일상을 놓치지 않고 있다. 고등학교 무상교육이 일반화된 일본 사회에서 조선학교에만 이를 시행하지 않고, 학교에 대한 보조금마저 동결한 현실에 대해 경기를 치른 뒤 편 나누기를 하지 않고 함께 교류하는 럭비의 정신인 ‘노 사이드(No Side)’를 얘기하는 럭비부 주장은 통렬히 비판한다.

2002년부터 해외리포터로 한국의 방송사에 재일동포관련 뉴스를 전했던 박사유 감독은 일본에서 동포들이 처한 상황이나 삶의 모습을 취재하다 2010년 1월부터 2013년 2월까지 오사카조고 학생들의 모습을 기록해 이 작품을 완성한다. 함께 연출한 박돈사 감독은 재일동포 3세로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우토로 마을의 아름다운 풍광을 담아냈다. 특히 암으로 투병하는 박사유 감독을 대신해 이 작품의 마무리를 대부분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지난 5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영화에 담긴 메시지가 꽤나 묵직했지만 스크린에 등장하는 밝은 순진무구한 청춘들의 경쾌함과 스포츠라는 리듬감에 여름에 개봉하면 어울리는 작품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씩 깊어가는 가을을 맞아 나 자신을,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을, 우리 사회를, 나아가 멀리 있지만 우리와 하나인 재외동포들을 염두에 두고 언제나 모두를 헤아리는 마음을 지니게 하는 뜻 깊은 작품이란 생각을 머금게 한다.

모든 알곡이 풍성하게 익어가는 가을을 맞아 럭비를 통해 노사이드 정신을 배워보고 우리사회가 잊고 살아온 것이 무엇이었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하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가 메시지만 가득한 무거운 작품이란 것은 절대 아니다. ‘온 국민이 홀딱 반할만큼’ 매력 넘치는 오사카조고 열아홉 청춘들의 밝은 미소와 뜨거운 심장을 만끽해보는 것은 분명 흐뭇하고 충분히 즐거운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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