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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불라 라사 115 (계명교양총서 115선)]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1900년에 독일 프랑크푸르트암마인에서 태어났다. 그는 1926년 유대교 식사 계명을 어기고 유대교의 부활절인 유월절에 돼지고기를 먹음으로써 원죄에 의한 타락을 저질렀다. 이는 곧 유대교의 포기이자, 부성애의 포기로 이어졌다. 이와 같은 사건들은 프롬으로 하여금 자신의 창의적이고 고유한 사랑의 능력을 형성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사회심리학적 성향을 발전시키고 정신분석학에 관심을 갖게 했으며, 훗날 ‘사랑의 기술’을 저술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에리히 프롬은 1955년 말에서 1956년 초까지 ‘사랑의 기술:The Art of loving’을 저술했으며, ‘사랑의 기술’에서 제시하고 있는 사랑의 이론이나 주장은 자신의 삶에서 직접 경험했거나 적용된 것이다.

프롬은 그의 아내 애니스가 유방암 수술을 받은 후 식이요법으로 암에 맞서 거의 20년간 아내와 함께 투병하는 자상한 남편이었으며, 정신분석학자로서 냉전시대의 시대적 상황에 맞서 직접 행동하는 운동가이자 실천가의 삶을 살았다. 따라서 프롬이 살았던 삶은 내면성과 세속에 은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삶이 아니라 현실, 타인들, 자기 자신, 그리고 또 다른 교류를 통하여 창의적이고 이성적인 사랑을 실천하고 실용하는 삶이었다.

프롬은 ‘사랑의 기술’의 책머리에서 ‘사랑이란 기술인가?’의 해답으로 ‘사랑이란 끊임없는 학습으로 이론을 습득하고 실천함으로써 숙달되어지는 기술이다’고 하였다. 사랑을 모르는 자는 아무도 사랑할 수 없다. 사랑을 실천하지 않는 자는 사랑받지 못한다. 사랑할 줄 모르는 자, 사랑을 실천하지 않는 자의 삶은 무의미하다. 그러나 사랑의 기술을 습득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의미있는 삶을 살게 된다. 사랑받는 자 또한 사랑에 주목하고 사랑에 관심을 갖는다. 사랑에 대한 고유한 지식이 많을수록 사랑은 더욱 더 위대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프롬에 따르면 부모와 자식사이의 사랑에서 어머니의 사랑은 조건없는 무조건적 사랑이라면, 아버지의 사랑은 조건적 사랑이다. 어린이 사랑은 ‘나는 사랑받기 때문에 사랑한다’는 원칙에 따르고 성숙한 사랑은 ‘나는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받는다’는 원칙에 따른다. 성숙하지 못한 사랑은 ‘그대가 필요하기 때문에 나는 그대를 사랑한다’는 것이라면, 성숙한 사랑은 ‘그대를 사랑하기 때문에 나에게는 그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프롬은 사랑받는 대상에 따라 달라지는 사랑의 형태를 구분한다. 그에 따르면 형제애는 사랑의 모든 형태들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사랑의 형태이다. 모성애는 무력한 자에 대한 무조건적 사랑의 형태다. 이러한 형제애와 모성애와 달리 성애는 다른 사람과 결합하고자 하는 갈망의 결과로 나타난다. 자기애는 나 자신의 자아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의 사랑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있다. 그리고 신에 대한 사랑은 분리 상태를 극복하고 합일을 이룩하려는 욕구에서 인간들이 선택한 사랑이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은 사람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그 사람의 이용가치에 따라 평가되고 신(神)마저 정의, 진리, 사랑, 구원으로 표현되는 상징에서 벗어나 주식회사 우주의 대표이사 신세로 전락했다는 점에서 프롬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에 대한 사랑, 신에 대한 사랑 모두 붕괴되었다고 주장한다. 프롬의 관점에서 사랑의 기술에 대한 논의는 개인적 영역에 국한될 수 없으며, 사회적 영역으로 접근되어야 한다.

프롬이 정신분석학적 입장에서 사랑의 능력을 상실한 이유를 밝히고자 했던 ‘사랑의 기술’은 그의 사후 35년이 지나는 사이 34개 언어로 출판되었으며, 판매부수만 최소 250만부 이상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의 성공담을 더 이상 설명하지 않더라도 프롬이 사랑을 본능적이거나 천부적인 것이 아니라 학습과 인내 그리고 훈련에 의해 습득될 수 있는 능력으로 보았다는 점, 독자들에게 사랑의 문제에 대하여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는 점, 그리고 사랑에 대한 이론, 사랑의 실천이나 실용을 위한 기술뿐만 아니라 현대사회에 대한 비판과 함께 진정한 사랑을 실용할 수 있는 바람직한 사회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누구나 읽어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끝으로, 사랑을 모르는 자는 아무도 사랑할 수 없다. 사랑을 실천하지 않는 자는 사랑받지 못한다. 사랑할 줄 모르는 자, 사랑을 실천하지 않는 자의 삶은 무의미하다. 사랑의 기술을 습득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의미있는 삶을 살게 된다. 이 구절을 잘 되새겨 보면, 사랑의 부재 상태를 극복하고 사랑의 능력을 얻기 위해서 나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알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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