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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불라 라사 115 (계명교양총서 115선)] '이기적 유전자'

우리는 유전자 결정론이 우위를 점유하고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과연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가? 이에 대해서 궁금하다면,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가 쓴 ‘이기적 유전자’를 읽어보기를 권한다. 이 책은 도킨스가 35세가 되던 1976년에 출간되었는데, 옥스퍼드 대학의 젊은 동물학 강사였던 저자는 생물학계에서 환경결정론이 득세하던 상황에서, 지식인들 사이에서 불경스럽게 취급되던 ‘유전자’에 인간의 고유한 속성 중 하나인 ‘이기적인’이라는 형용사를 결합시키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을 붙였다. 그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들의 행동을 행위자의 관점이 아니라 유전자의 입장에서 볼 것을 제안하면서 “인간과 모든 동물은 유전자에 의해 미리 프로그램 된 유전자의 꼭두각시일 뿐.”이라고 주장하였는데, 이를 계기로 사회생물학 논쟁이 불붙게 되었다.


도킨스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DNA 또는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생존 기계’이며,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에 남기려는 ‘이기적인’ 행동을 수행하는 존재로 보았다. 즉 모든 생명체들은 유전자를 최대한 많이 재생산해내기 위한 목적으로 유전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기계들이며, 이들의 생존경쟁은 유전자 간에 살아남기 위한 투쟁이라는 것이다. 외견상 혈연 이타주의도 궁극적으로는 유전자의 이기주의가 개체 이타주의로 그 모습을 바꾸었기 때문이며, 이는 자기와 비슷한 유전자를 조금이라도 많이 지닌 생명체를 도와서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에 남기려는 이기적인 유전자가 미리 계획한 결과라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이나 동물의 이타적인 행동도 자신과 공통된 유전자를 남기기 위한 이기적인 행동일 뿐이며, 생명체들은 이러한 이기적 유전자의 자기복제를 통해 현재까지 생존해 왔다는 것이다. 또한 도킨스는 밈이라고 하는 문화적 유전자 역시 이러한 자연선택의 결과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한다.


모든 생명체의 배후에 이기적인 유전자가 핵심 역할을 한다는 도킨스의 독창적인 주장은 설득력이 있고 논리정연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유전자의 냉혹한 이기성은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자기 이익을 우선시하는 이들에게는 좋은 변명거리가 된다.


하지만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은유는 인간의 이기성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오직 자기만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존재로 의인화되면서 보여주는 유전자의 세계는 비정한 경쟁과 속임수로 가득 차 있다. 생물학적 결정론을 옹호하는 도킨스의 이러한 주장은 ‘이기적인 유전자의 명령에 의해 인간은 본래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는 오해를 낳게 된다. 그리하여 ‘이기적 유전자’는 ‘인간은 본래 이기적인 존재라는 냉소적인 세계관을 담은 책’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였다. 이러한 오해는 과학 언어를 의인화하여 사용한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한 동물의 행동에 적용되는 사례를 인간에게 유추하여 적용하려할 때 일반화의 오류에 빠질 수도 있다. 또한 이 책은 인간이 생물학적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하지만 인간의 사회문화적인 측면, 즉 학습과 후천적 경험을 통해 형성되는 성품과 인성적인 측면 그리고 영적인 측면은 간과하고 있다. 이런 점들을 함께 고려하면서 이 책을 대한다면 인간 본성에 대하여 보다 균형 잡힌 시각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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